‘Grenouille’라는 개구리 요리가 있다.

손님이 직접 보는 앞에서 뚜껑 없는 냄비 속에 개구리를 넣고 조리하는데,

이때 처음부터 뜨거운 물을 붓고 가열하면 개구리가 놀라 뛰어나오기 때문에

개구리가 좋아하는 온도의 물을 붓고 아주 약한 불로 서서히 가열한다.

이렇게 하면 개구리는 물이 끓어오르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얌전히 삶아진다.

이를 ‘삶아진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라고 한다.

네덜란드는 이미 2007년에 몰아친 강력한 폭풍우로 인해 수많은 도시들을 잃었다.

때는 2020년. 10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최고기온이 32℃가 넘는 날들이 지금보다 1/3 이상 많았다. 하지만 안개 자욱하던 영국의 거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영국 뿐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마치 시베리아를 방불케 한다.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헤이그의 위풍당당한 모습도 물속에 잠겨버렸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강 유역의 섬들도 거센 물살에 휩쓸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방글라데시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변해버렸다.

북유럽 사람들은 혹한을 피해 대거 남하하고, 폭염과 가뭄에 시달린 아프리카 사람들도 남부유럽으로 몰리고 있다. 해안과 국경선으로 몰려드는 불법 입국자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지만, 자국민 보호를 위해 이들의 입국을 막는 것 외엔 뚜렷한 대처방법이 없다.

폭풍우와 가뭄, 폭염 등으로 인해 농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대규모 한발(가뭄)이 세계 주요 곡창지대를 강타했고, 강한 바람으로 인한 토양유실도 심각한 수준이다. 북아프리카의 나일강과 유럽의 도나우강, 남미의 아마존강에서 시작된 물 분쟁은 전 세계로 확산되어 더욱 치열해졌다.

북한, 이란, 이집트는 물론 일본과 독일까지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고,이스라엘, 중국, 인도,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류에게는 더 이상 종교나 이데올로기, 민족적 자존심으로 인한 갈등은 없다. 단지“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고민할 뿐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전쟁만이 있을 뿐이다.

이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 속 배경이 아니다. 미국에서 작성된 실제 보고서의 내용이다.‘마셜보고서’라 불리는 이 보고서는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전략고문인 앤드류 마셜이 주관해 작성한 것으로,‘향후 20년 안에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전 지구적 재앙이 올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가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미 국방부가 소설을 썼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카트리나’같은 대형 허리케인이 연이어 몰아치자 마셜보고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이 보고서 내용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기상재앙

실제로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있다. 2005년 1월 말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27년 만에 눈이 내린 데 이어, 2월엔 한여름이어야 할 호주 동남부에 폭설이 쏟아지기도 했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인도네시아 지역으로, 2004년과 2005년 발생한 리히터 규모 8.7~8.9의 강력한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13만 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와 이재민, 물질적 손실을 제쳐두더라도 실로 엄청난 피해 규모다. 자와섬 중부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6.3의 지진으로 5,800여 명, 술라웨시섬 남부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300여 명, 자바섬 인근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7의 지진을 동반한 지진해일로 600여 명, 수마트라섬 북서부에 내린 폭우로 1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일 년 내내 마음 편할 날이 없었특히 2006년은 전 지구가 자연재해의 악몽에 빠져버린, 그야말로 최악의 해였다. 필리핀에서는 11월 불어닥친 태풍으로 100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미국에선 지난 12월 덴버를 비롯한 콜로라도주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대부분 지역에서 50cm 이상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반면 뉴욕은 계속된 이상난동으로 129년 만에‘눈 없는 12월’을 보내기도 했다. 북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지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추위와 이상저온 현상으로 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 중남부 지방에서도 6월 폭우로 인해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45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또 아프리카는 심한 가뭄으로 700만 명 이상이 아사위기에 놓였고, 이미 동부지역에서는 식량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강원 영동지방에 몰아닥친 강풍이 태풍의 위력에 버금가는 기상재해를 일으킨 바 있고, 부산에서는 때 아닌 우박이 내리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이변이 빈발해 자연 재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온난화로 병들어가는 지구

그렇다면 이 같은 기상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의중심에는‘지구온난화’가 자리잡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린란드에서‘온난화 섬(Warming Island)’이 탄생하기도 했다. 온난화 섬은 원래 빙하로 뒤덮인 반도였으나,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섬이 생겨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북극지방의 해안선도 매일 바뀌고 있다.

 

 

 

오재호 교수

전문가인터뷰

<프로필>

현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

현 기상지진 기술개발사업단 단장

저서 : 재난관리론(공저), 인간은 기후를 지배할 수 있을까? 외 다수

지난 한 해 전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잠겼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해야 했다.

아직도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이 환경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고, 이상기상으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 규모가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미 그 방법을 알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야기 해온 것처럼‘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참으면 된다. 전 지구촌민이 이 같은 사회·경제적 불편을 감수할 때, 미래의 불확실성이 보다 긍정적인 가능성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노력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지구는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삶아진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

지구온난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구 추진 동기는 무엇이며, 어떤 결과가 도출되었습니까?

온난화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그럼 나는?’이라는 문제입니다. 사람에게는 제 손톱 밑 상처가 우주보다도 더 크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자세한 정보입니다. 자연재해에 관해서도 보다 철저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합니다.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가 4.5℃ 상승할 때 우리가 살고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은 6℃ 정도 상승하기 때문에 지구의 평균 정보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00년 후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이 없어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그때도 4계절이 있긴 하지만 지금 같은 겨울은 아닐 것입니다. 5~10월에 걸쳐 6개월 정도 여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미 우리나라는 100년 전과 비교해 겨울이 한 달 정도 줄었습니다. 대신 여름이 한 달 정도 길어졌고, 봄도 빨리 찾아오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한강에서 썰매를 타고 놀았는데 지금은 얼음이 안 얼어서 썰매를 탈 수 없게 되었죠.

계절이 변화하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인류의 흥망이 기후와 같이 왔다고 보면 됩니다. 가까이 보면 최근 기후학적으로 가장 살기 좋았을 때는 고려시대입니다. ‘기후 최적기’라고 해서 당시 불교문화가 융성했지요. 같은 시기에 세계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앙코르와트 사원이 건축되는 등 앙코르왕조 또한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세계적으로 봐도 상당히 살기 좋았던 때죠. 그러다가 고려에 무신의 난이 일어났는데, 그때가 바로 지구가 소빙하기로 접어들 무렵이었습니다.

또 기후학적으로 보면 이성계의‘위화도 회군’도 굉장히 현명한 판단입니다. 소빙하기로 접어들면서 북쪽의 기온이 떨어져 원나라는 기후학적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는, 다시 말해 도와봐야 소용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역사적 사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후가 변화하면 당장 우리의 삶이 바뀌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는 기상만 하는 사람이라 과수를 비롯한 농업이라든지 이런 건 잘 못하지만 일단 모내기나 수확 시기 등이 달라지겠죠. 수확량은 물론 이고요. 그리고 보통은 저기압이다 고기압이다 하면서 비가 오는데, 여름에는 소나기가 많이 오지 않습니까. 일 년에 절반 가까이 여기저기에서 소나기가 쏟아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물 관리하기도 굉장히 어려워질 것입니다. 장마가 있을지 없을지, 또 장마 시기는 언제쯤일지도 모르는 겁니다. 아니면 반대로 가뭄이 들 수도 있고요. 사실 연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야임에도 굉장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여기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편입니다. 앞으로 이런 연구가 좀 더 활발해져야 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는 자연의 거대한 흐름일 뿐, 인류가 초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게만 생각할 수만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지요. 1970년대에는 기온이 조금 내려갔었는데, 이때 빙하기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사회적 이슈가 됐었습니다. 다행히 그 후 다시 따뜻해 졌고요. 이처럼 지구는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해서 겪어왔고, 그 사이에 기온 차이가 5~6℃ 이상 났는데 지금 1℃ 오르는것 갖고 뭐 그리 호들갑이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빠져있습니다. 바로 변화 속도입니다.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는 약 2만 년 전으로, 당시에는 한국, 중국, 일본은 물론 알래스카 쪽도 아시아와 연결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배경으로 아마도 그 시기에 인디언들이 넘어가지 않았느냐 하는 얘기도 나오는 것입니다. 어쨌든 결론만 간단히 말하자면 그 2만 년 사이에 지구 평균 온도가 2.5℃ 상승했는데, 산업혁명 이후에는 100년 동안 1℃ 가량 상승했습니다.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빠져나오는 속도와 비교하면 100배 정도 빨리 진행되고 있는 거죠. 100년 만에 이만큼 빨리 기온이 오를 수 있는 방법은 이산화탄소밖에 없습니다. 지구온난화 현상이 100% 인류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95% 이상 이라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10℃씩 나기도 하니까 평균 기온이 1℃ 높아진 것에 무관심한 사람도 많은데, 지금 북극에서는 거대한 얼음이 깨지고 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얼음과 눈은 10년 이내에 다 녹아내릴 것이며, 그 이후에는 아프리카에서도 빙하가 발견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정말 거대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온난화가 빙하기를 초래한다는데, 어떻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까?

온난화와 빙하기는‘양 날의 칼’처럼 동시에 일어납니다. 지구는 해양 대순환을 통해 적도 지역의 열을 차가운 극지방으로 운반하는데, 이런 현상은 바닷물의 밀도 차이에 의해 발생합니다. 표층의 해수가 얼어붙을 때 염분이 배출되는데, 이 염분을 아래층에 있는 해수가 머금게 되면서 밀도가 높아져 아래로 가라앉게 됩니다. 이 현상이 반복되면서 심층수가 서서히 밀려나 전 지구를 순환하는 것입니다. 또 이렇게 빠져나가는 물의 양을 메우기 위해 적도지방의 따뜻한 물이 극지방으로 흘러들어가고요. 영국을 비롯한 서부유럽이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따뜻한 것도 해양 대순환의 일부인 멕시코 만류 덕분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린란드를 비롯한 북극지역에서 빙하가 녹아서 그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면 바닷물의 밀도가 낮아져 심층으로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해양 대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열을 운반할 컨베이어 벨트가 끊기는 것이죠. 이렇게 적도지방의 열을 극지방으로 운반하지 못하면 기온이 떨어져 빙하기가 도래하는 것입니다. 좀 더 간단히 설명하면 영국이 얼어붙지 않는 이유는 멕시코 만류 덕분인데, 해양 대순환이 일어나지 않아 멕시코 만류가 멈추면 더 이상 영국에 열을 공급할 수 없어 기온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죠. 이 이론을 채택해 영화화 한 것이 바로 <투모로우> 입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온난화와 관련해 국제적으로는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까?

온실기체 배출량을 제한하자는 내용의‘교토의정서’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1990년대를 기준으로 해서 각 나라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6% 정도 줄이자는 협약이지요. 전 세계적으로 7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발효되는데, 마지막으로 러시아가 동참하면서 2005년 2월에 발효됐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키는 나라가 거의 없어 실질적 효과는 미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1990년대와 비교하면 두 배 가량의 온실기체를 배출하고 있는데, 교토의정서를 지키려면 자동차를 반으로 줄여야 하고, 공장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물론 아주 단순화시켰을 경우에 말이죠.

또 공업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와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차이를 무시한 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게다가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3을 차지하는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몇 몇 국가의 노력만으로 온실기체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실기체 배출량 제한은 경제적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실천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만약 온실기체를 감축한다 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온난화 현상이 갑자기 멈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 대책이라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만약 온실기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세를 부과한다면 생산되는 제품 자체의 원가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온실기체 배출이 많은 나라는 제품의 원가 자체가 높아져 그 나라의 제품은 가격경쟁에서 지고 말텐데, 그렇다고 모든 생산을 중단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나라의 제품을 수입해서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때문에 탄소세 부과에 대한 반대가 심하겠죠. 지금으로서는 배출권을 거래하는 문제도 상당히 높은 장벽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또 기상이변이라는 게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발생 가능성조차 확실치 않은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선뜻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으려 하는 나라는 별로 없죠. 관건은‘누가 지구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느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금 괜찮다고 해서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고무줄은 끊어지기 직전까지는 이어져 있습니다.

‘자연’이라는 고무줄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끊어질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지구환경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지구온난화 현상 자체를 해결해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자연재해 예방 대책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모두들 말은 예방이 최고라고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예방활동을 위한 예산과 사후처리를 위한 예산 비중이 바뀌었습니다. 대부분의 예산이 복구비용으로 쓰이죠.

교육도 빵점입니다. 재해 관련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진 미국은 자연재해에 대한 교육 수준도 높은 편인데, 어린아이들도 태풍이 온다고 하면 곧바로 짐을 꾸려 혼자서도 지하에 있는 대피소로 철수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하실에는 비상조명이며 전기 등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시설이 갖춰져 있고요. 미국에서는 이런 교육을 초등학교 때 받습니다.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배어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각 가정에 제대로 된 비상조명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가관인 건 태풍이 온다고 하면 우산 들고, 양산 들고 태풍 오는 걸 구경하는 사람들입니다. 간혹 뉴스에서 우산이 찢겨나가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정신이 나간 것입니다. 표현이 과격하긴 하지만 이건 총알이 날아오는데 피할 생각은 하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개선해야 합니다.

또 자연재해 관련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아파트를 지을 때에는 바람길을 막지 않아야 먼지를 비롯한 오염물질이 바람에 날려가 깨끗한 환경이 조성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건설 계획을 세울 때 기상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댐이나 제방 등 시설의 안전기준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미 만들어 놓은 것들은 최대한 보강하고, 지금이라도 새로 만드는 것들은 악기상(惡氣象)을 고려해 좀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안전을 위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국민정서가 형성돼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점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어느 정도 비용을 감수해야 50년 쓸 거 100년 쓸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이 오히려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인 셈입니다.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성현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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