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결함-화재 인과관계 인정할 수 없어"

배터리 폭발 문제가 일었던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이용자에게 발생한 폭발 화재사건과 관련, 서울동부지법이 배터리 결함과 화재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원인 규명 못한채 배터리만 교체"

2016년 8월 17일 원고측은 예약판매를 통해 갤럭시노트7을 구매해 사용하다가 삼성전자가 리콜을 실시하자 이를 반납하고, 한 달 후인 2016년 9월 21일 배터리가 교환된 동종의 스마트폰을 수령했다. 원고는 열흘이 지난 10월 1일 오전 지인을 통해 해당 휴대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사이트에 올리고,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휴대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이에 삼성전자 직원인 김모씨가 원고를 만났고, 그 자리에서 원고는 인터넷사이트에 올린 글을 내려달라는 김씨의 요청은 수락했지만, 사고원인 분석을 위해 휴대폰을 인도해 달라는 요구와 사고에 대한 보상금으로 5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김씨의 제안은 모두 거절했다.

이후 원고측은 "2016년 10월 1일 오전 8시 2분쯤 가족들이 자고 있던 방안에 있던 휴대폰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므로, 이 제품에는 설계 또는 제조상의 결함이 존재하고,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발화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배터리만 교체한 갤럭시노트7과 교체해 줌으로써 여전히 결함이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점에서 발화사고 이후의 후속조치를 적절하게 하지 못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화재사고로 인한 불안감 등 정신적 고통에 대해 모두 2천만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2016가단144462)을 냈다.

교체된 배터리서도 잇따라 발화사고

앞서 2016년 8월 19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출시했다가 배터리에서 폭발사례가 발생하자 같은 해 8월 31일 갤럭시노트7의 공급을 중단하고, 이틀 후인 9월 2일 갤럭시노트7의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폭발의 원인이 배터리의 결함이라고 판단해 9월 19일부터 배터리가 바뀐 갤럭시노트7으로 교환해 주고, 10월 1일부터 배터리가 바뀐 갤럭시노트7의 판매를 재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2016년 10월 10일 갤럭시노트7의 생산을 중단하고, 다음날인 10월 11일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원형 외부충격흔적' 존재, 다른 원인 배제할 수 없어

서울동부지법 이성진 판사는 휴대폰의 결함에 따른 위자료 청구에 대해, "갤러시노트7의 배터리에는 결함이 있었다고 할 것이나, (발화한) 휴대폰에는 원형의 외부충격흔적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고 그와 같은 흔적을 남긴 외부충격이 발화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인 점, 화재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에 의하면, 영상에 휴대폰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원고들이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이나 음향, 원고들이 진화작업을 하는 모습 등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단지 이씨가 화재장면을 촬영하고 있었음만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이씨의 행위를 화재를 당한 사람이 취하는 통상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휴대폰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던 중에 화재가 발생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휴대폰의 결함과 원고들이 주장하는 화재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배터리 내부 전극서 원형의 눌림자국 발견'

이 판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10월 2일 이씨로부터 휴대폰을 인도받아 같은날 한국에스지에스(주)의 기흥시험소에 화재의 원인분석을 의뢰했다. 한국에스지에스 기흥시험소는 휴대폰에 대한 외관검사, 엑스선검사, 컴퓨터단층촬영 검사 등을 거친 후 휴대폰의 케이스 뒷면에 외력에 의한 원형의 충격흔이 존재하고, 충격흔과 동일한 위치에 있는 배터리 내부 전극에서 원형의 눌림자국이 발견되어 그 부분이 발화점으로 추정되고, 배터리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소손을 발견할 수 없다는 분석결과를 제출했다.

'정신적 피해, 화재-결함 인과관계 존재해야'

이 판사는 사후조치 미흡으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도, "피고가 갤럭시노트7에서 발화사고가 발생한 이후 취한 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의 사후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후조치 미흡과 휴대폰에서의 화재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사후조치 미흡으로 휴대폰에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휴대폰의 결함과 화재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블랙컨슈머처럼 제보··· 法 "명예훼손 인정하기엔 부족"

2016년 10월 1일 TV조선은 '오전 9시쯤 국내 유명 인터넷사이트에 배터리를 교환한 갤노트7이 폭발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배터리 폭발을 주장한 사용자는 두 시간의 만남 동안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며 제품 제출을 거부했다고 삼성은 밝혔다. 현재로선 배터리를 교환한 갤럭시노트7이 폭발한 건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원고는 "삼성전자가 직원들을 통하여 언론기관에 내가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며 제품의 제출을 거부하였다고 제보하여 나를 고액의 보상금을 노리고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인 것처럼 언론기관에 제보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보도 만으로 피고가 언론기관에 이씨를 고액의 보상금을 노리고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인 것처럼 제보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부충격 원인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청구 기각"

서울동부지법 이성진 판사는 "원형의 외부충격흔적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고 그와 같은 흔적을 남긴 외부충격이 발화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라면서 배터리 결함과 화재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한편, 삼성전자가 원고의 사건을 언론에 제보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액의 보상금을 노리고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인 것처럼 제보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승용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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