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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임박’ 의료폐기물 처리장··· 감염성 물질 ‘대란' 우려
김승용 기자 | 승인 2019.05.09 15:04
경북 고령군 성산면 사부리의 한 창고에 격리의료폐기물 등 의료폐기물 120t 가량이 방치된 모습.

의료폐기물이 소각장 처리용량 한계를 넘어 처리 난항을 겪으면서 불법폐기 등으로 인한 감염 우려를 낳고 있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에 따르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13년 14만4천톤 규모에서 2018년 22만6천톤으로 5년새 57%나 늘어났다.

의료폐기물은 의료기관과 병상이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처리해야 하는 시설이 폐기물 증가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법적 규제와 주민과의 이해관계 등 문제가 설켜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은 쉽게 설치·증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처리단가 급등··· 웃돈 주고도 폐기물 처리 곤란

이처럼 한정된 처리시설에 의료폐기물 과부하가 걸리다보니 이는 처리단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의료기관의 부담 증가로 귀결되고 있다.

최근 대한중소병원협회가 40여곳의 일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파악한 의료폐기물 처리비용 현황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의료폐기물 처리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각처리 비용보다 수집운반 비용이 더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각 비용은 2배까지 상승한 곳은 드문 반면 수집운반 비용은 매년 급등했다.

실제로 서울시의 한 병원의 경우 2017년 당시만해도 수집운반 비용으로 kg당 310원에서 2018년 900원으로, 2019년 3000원까지 상승했다. 2년 사이 10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또 경기도 A요양병원은 2017년도 kg당 원가 250원에서 2018년 400원으로 인상된 이후 2019년도 800원까지 상승했고, B병원도 2017년도 수집운반 원가 kg당 500원에서 2018년 700원에 이어 2019년도 1100원까지 올랐다.

심지어는 웃돈을 주고도 의료폐기물 처리를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인천의 한 요양병원은 기존 계약을 맺은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의 소각로가 지난해 8월 폭발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인천을 포함한 경기도 전역으로 수집운반업체를 찾았지만 지난 2월까지 약 6개월 동안 계약가능한 업체를 찾지 못했다. 모든 소각장이 소각량 초과로 처리해줄 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소각로 증축허가를 받은 업체조차 처리물량이 밀려 이미 증축분까지 용량을 초과한 상태라며 거래를 거절했다고 요양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기간 내 처리 어려워 유예 신청했지만 "천재지변 아니다" 거절

한편, 해당 요양병원은 법정 처리기간인 14일 내 처리가 불가능하게 되면서 관할 한강유역환경청에 폐기물처리 유예를 신청했지만 천재지변과 같은 사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이에 요양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처리방법을 찾아 나섰지만 폐기물은 쌓여가고 처리기간을 지나 이젠 벌금까지 생겼다”며 “폐기물 처리도 문제지만 만약 2차 감염이라도 발생하면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의료기관들이 마땅한 처리방법을 찾기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의료폐기물 불법처리 유혹을 낳고 이에 질병 감염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빼돌린 의료폐기물 80t 적발… 국가전산 ‘구멍’ 쉽게 조작

실제로 지난 3월 29일 경북 고령군 다산면 송곡리 소재의 한 야산에서 의료폐기물 쌓인 창고가 주민 신고로 적발됐다. 적발된 창고는 150평 규모 패널건물로 의표폐기물 보관시설로 허가받지 않은 불법창고다. 이곳에 적치된 의료폐기물은 총 80톤 가량으로 수개월에서 1년이 넘은 것까지 발견됐다.

이같은 불법행위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허술하게 운영된 처리과정이 지적된다.

의료폐기물은 감염 및 전염 확산의 우려 때문에 수집·운반, 소각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이 철저히 추적·관리되도록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의료폐기물은 발생 시부터 종류별로 전용용기에 보관해야 하고, 밀폐포장된 상태로 냉장설비를 가동하는 전용 운반차량으로 수집·운반돼야 한다. 또 소각업체까지 운송되는 과정이 RFID(전자태그) 방식으로 실시간 국가관리전산시스템에 입력해 관리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산은 운반업체와 소각업체가 쉽게 조작할 수 있어 이번 사건의 불법 폐기가 가능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적발된 80여 톤의 의료폐기물은 전산상 소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라 드러나는 의료폐기물 불법처리··· "솜방망이 처벌에 재발한다" 지적

지난 4월 11일 경북 고령군 성산면에서도 120톤 규모의 의료폐기물이 불법 보관된 창고가 발견됐다.

환경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업체들의 계속되는 불법행위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림환경반대추진위원회(이하 반대위)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8년 9월에도 세화산업과 아림산업은 동일한 내용으로 적발됐지만 과태료 처분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감독 및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장윤현 환경청 환경관리과 과장은 “현장 방문은 일 년에 한두 번이다. 나머지 364일은 감시를 못 한다. 업자들이 기계적으로 바코드를 찍고 소각처리 한 것으로 속이면 어쩔 수 없다”며 “꼬리가 길면 잡힌다. 영업정지 1개월도 업체로서는 상당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 이모씨는 "영업정지 1개월 행정처분도 과징금 2천만원 납부로 대체할 수 있다"며 "환경청이 시민들 생명보다 업체들을 보호하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란 막을 방책은 '국회 계류중'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확충을 위해 의료폐기물 관리법 개정안(지난 1월 9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과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지난해 12월 21일 교육부 발의)이 발의된 바 있다.

의료폐기물 관리법 개정안은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의 신규설치 및 증설이 어려운 실정에서 의료폐기물 처분이 어려운 경우, 환경부 장관이 환경오염이나 인체위해도가 낮은 의료폐기물에 한해 지정폐기물 중간처분업자에게 이를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교육환경보호구역에 폐기물 관리법에 따른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완화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대학병원 등 교육시설과 근거리에 위치해 교육환경보호구역에 편입된 의료기관들이 자가 멸균시설을 설치해 의료폐기물에 의한 감염위험을 낮출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료기관들의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들 법안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닐지라도 통과만 되면 예견된 의료폐기물 대란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환경부 “폐기물 감축 추진”, 의료계 ”근본적인 대책 필요"

한편, 환경부는 지난 7일 “의료폐기물의 불필요한 발생은 최소화하고 처리시설을 확보하는 등 안전처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의료폐기물의 발생량 감축을 위해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지침을 배포하고, 종합병원별 감축 및 분리배출 현장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감염 우려가 없는 일부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폐기물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고령화나 의료기관, 환자 수의 증가로 인한 것이 아니라며 폐기물 분류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의료폐기물로 지정된 것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지원도 없이 배출량을 줄이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라며 “수년째 문제가 반복되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김승용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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