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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뺨 맞고 화관법서 화풀이'
김승용 기자 | 승인 2019.07.10 10:49
(사진합성·일러스트 : 이유나 기자)

-일부 업계와 매체, 반도체 소재 국산화 어려움에 '관련 법령 탓'

-‘15년 화관법 시행 이후 오히려 '영업허가 늘고, 사고는 줄어···'

 

일본발 수출규제로 반도체 분야에 제동이 걸리면서, 소재 국산화 문제와 관련해 일부 업계 관계자와 매체 등이 국민안전을 위해 제·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 등 관련 법까지 탓하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지난 7일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는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대응 방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학계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재 국산화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큰 진전이 없었다”면서 “특히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는 환경 규제로 인해 국내 생산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1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 리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관련 입장을 낸 것이다.

보고서는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정부의 환경 규제가 강화됐다”며 “국내의 한 소재 가공업체가 에칭가스의 자체 생산을 검토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환경 규제로 생산이 어려우니 포기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화학물질 관련법이 엄격해진 현재 상황에서 불산과 같은 사업을 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며 “반도체 소재 국산화는 기술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대내적인 환경규제, 여론을 의식하며 규제 완화에 나서지 못하는 정권의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탁승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도 “환경이 중요한 문제가 되면서 규제가 강화되다보니 공장 인허가 문제라든지 설비 증설에 업계가 어려움를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환경 문제도 중요하지만 한국 정부의 규제 수준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다소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운동연합 측은 “현행 규제는 여전히 환경·안전 측면에서 최소한의 규제”라며 “최근 인명 피해를 내는 화학물질 사고가 연일 터지고 있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환경·안전 문제에 나서지 않는 이상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유명 일간지, 경제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들도 환경규제를 탓하는 방향으로 논조를 세우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특히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대비 취급시설 기준이 기존 79개에서 413개로 5배 이상 늘어났다’는 일부 주장은 단순히 수치 증가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해당 신설 기준의 중요성과 정당성은 회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마련된 ‘화학물질관리법’(2013년 6월 4일 공포)은 화학사고 장외영향평가제도 및 영업허가제 신설 등으로 유해화학물질 예방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화학사고 발생 시 즉시 신고의무를 부과, 현장조정관 파견 및 특별관리지역 지정 등을 통한 화학사고 신속 대응체계 마련 등을 위해 개정됐다.

또한 개정 화관법 이후 관련 기준이 늘어난 것은 기존 영업등록제 방식이 영업허가제로 바뀌고 장외영향평가서, 취급시설 안전기준, 전문인력 규정 등이 신설되면서 따르는 당연한 결과다.

한편,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어려운 원인이 화학물질관리법 등 환경규제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환경부는 지난 8일 설명자료를 통해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어려움을 환경규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안전의 중요성을 ‘방기'하는 주장"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또 많은 사업장들이 개정된 화관법에 따른 안전관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생산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환경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화관법 전면개정 이후 공장 신·증설 등으로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받은 사업장은 ’14년 12월 기준 8천222개소에서 ‘18년 12월 1만4천676개소로 78.4% 증가한 한편, 화학사고는 ‘15년 113건에서 ‘16년 78건, ‘17년 87건, ‘18년 66건으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또한 "화학물질관리법은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이 안전을 위해 지켜야하는 필수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공장건설 자체를 제한하는 법이 아니다”라며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 취급시설이 갖춰야 할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사고 시 사업장 밖 주민·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예측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장외영향평가서)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9월 27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구미산단 4단지 내 휴브글로벌 불산 저장탱크에서 유독가스 10t 가량이 유출되면서 공장 근로자 5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게다가 인근 지역까지 가스가 퍼지면서 사육장 내 동물들에서 이상증세를 보이고, 200여m 떨어진 지역에서도 나무가 말라죽었으며, 두통 어지럼 증세 등 2차 피해자가 1천200여명에 달했다.

해당 개정 화학물질관리법은 잇따라 발생하는 화학사고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가함에 따라 화학물질의 체계적인 관리와 화학사고 예방을 통해 위험으로부터의 국민건강 및 환경을 보호하고자 마련됐다. 국민안전과 경제적 이익을 저울질하는 이들의 행태에 통탄이 절로 나온다. 이들 업계와 매체들의 깊은 자성이 요구된다.

김승용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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