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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붕괴사고, 반토막난 공기 쫓겨 ‘안전무시’··· 불법 감리 대리도
박상분 기자 | 승인 2019.07.15 16:02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경찰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철거업체가 공사기간에 쫓겨 부실하게 작업을 진행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당초 사고 건물의 ‘철거공사감리 계약서’에 따른 철거공사 기간은 5월 29일부터 6월 27일까지로 총 30일의 공사계획이었다. 그러나 구청 심의과정에서 지반공사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한 차례 반려되는 등 철거공사의 착수가 늦어지면서, 실제 공사는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됐고 공기가 12일로 줄어들었다.

절반이 넘게 줄어든 공사기간탓에 계획서대로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공사 시작 6일만에 인명피해를 동반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붕괴현장을 찾은 전문가들은 해체작업이 매뉴얼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사고 원인으로 지적했다.

안형준 안전진단전문가(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정상적으로 한다면 지상 부분에서 해체작업부터 해서 내려와야 하는데 아마 무리하게 해체공사를 한 것 같다. 적절한 시기에 기존 철거했던 것을 반출해야 하는데 반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장 작업자 A씨도 경찰 조사에서 “철거 공사 과정에서 돈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철거 계획서대로 작업하지 않았다. 5층짜리 건물은 조그만 포크레인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조금씩 갉아먹는 식으로 철거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큰 포크레인으로 빠르게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현장에는 먼지 배출을 막기 위한 가림막만 있었을 뿐, 건물을 지탱할 수 있는 잭서포트는 설치되지 않았다.

임시 기둥인 잭서포트는 철거작업 동안 60개를 설치하기로 신고돼 있었지만,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는 안일함에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잭서포트의 비용은 한 개당 고작 7천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교수는 “잭서포트를 설치하겠다는 건 건물 위층부터 하나씩 철거해 내려오겠다는 뜻”이라며 “기둥 대신 건물 무게를 받쳐줄 수 있는 임시 기둥 역할을 하는 게 잭서포트”라고 말했다.

업체는 포크레인을 위로 올리는 대신 부산물로 경사로를 만들어 철거 작업을 했다. 철거 부산물의 무게는 1㎥당 2.4t에 달한다.

안 교수는 철거 부산물을 5층까지 쌓아 놓은 데다, 잭서포트는 횡력에 약하고 무게 쏠림 방지를 위한 안전 프레임도 없었기 때문에 건물이 도로쪽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중소규모 건설현장은 비교적 감독이 소홀한 데다 비용 절감을 위한 개인 건물주들의 무리한 편법 공정이 만연한 탓에 사고 위험이 더 높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20대 예비신부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로 그동안 관행으로 이어져왔던 감리면허 불법 대여 문제도 드러났다.

해당 철거작업의 감리자는 정모(87)씨였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감리자로 상주했던 것은 건축사를 보조하는 ‘건축사보’인 동생이었다.

공사감리자는 건축물,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을 설계도의 내용대로 시공하는지 확인하고, 품질관리·공사관리·안전관리 등을 지도·감독하는 사람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일선에서 물러난 일부 건축사가 면허를 빌려주고 용돈벌이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름만 빌려주고 실무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가 현장에서 흔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정씨가 동생에게 감리를 맡긴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인근 보행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안전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는 감리제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분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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