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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수입 합판' 부적합 사용에 국민건강 '신음'
김현남 기자 | 승인 2019.07.22 15:21

건설현장에서 접착성이 약하고 유해물질이 방출되는 저품질 수입합판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공사장 안전과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합판은 크게 '콘크리트거푸집용 합판'과 '실내용 보통합판'으로 나뉜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현장에서 사용이 크게 늘어난 베트남산 수입합판은 대부분 'OP(보통합판)-Type2(준내수)-E2(실내사용금지, Exterior only)-베트남 또는 중국산'으로 거푸집용, 발판용, 실내용 등에 쓰이고 있다.

Type2(준내수) 합판은 수분에 약하고 접착성이 약해 건설현장에서 거푸집 등 실외 가설재나 발판 용도로 사용하면 안전상 위험이 따른다. 또 E2(실내사용금지) 합판은 인체에 유해한 포름알데하이드가 많은 양 방출되기 때문에 실내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선 OP(보통합판)이라는 표시탓에 사용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부터 시행된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설현장 가설재로 사용되는 합판은 규격, 품질검사를 거친 '콘크리트거푸집용 합판(CP)'이어야 한다. 또 국토부의 '거푸집 및 동바리공사 일반사항(KCS 21 5005)'에도 '합판은 KS F 3110(콘크리트거푸집용 합판)에 적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거푸집용 합판은 수분에 의한 변형이나 기능적 결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Type1(내부) 합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임업진흥원에 따르면 2017~2018년 사전검사를 받은 수입합판 중 보통합판은 279건으로 전체의(304건)의 92%를 차지했으며, 이 중 Type2(준내수)-E2(실내사용금지)에 해당하는 합판은 184건으로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트남산 합판은 'OP-Type2-E2' 등급이 69%인 한편, 콘크리트거푸집용 합판(CP)으로 사전검사 받은 건은 2년간 16건에 불과했다.

4개월간 국내 건설 및 인테리어 11개사, 수입 및 판매업체 16개사 등의 현장 조사와 산림청 통계 등을 토대로 작성된 '합판이용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저가 베트남산 합판의 수입량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베트남산 합판 수입량은 2016년 47만1000㎥에서 2018년 87만7000㎥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전체 수입합판 중 베트남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24.5%에서 지난해 42.7%를 기록하면서 중국산(30만㎥, 14.6%)을 뛰어 넘었다.

실제로 서울 소재 한 아파트 신축현장은 3만5000여㎡ 지하층 면적의 82% 가량에 베트남산 Type2(준내수) 합판과 유로폼 거푸집을 사용한 것이 적발돼 구청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다. 이후 해당 현장은 부적합 합판을 사용한 협력사를 퇴출하고, 시공했던 거푸집을 철거한 뒤 규격에 맞는 국산 내수합판으로 재시공했다.

현장 근로자 A씨는 “슬래브에 쓰는 합판은 베트남산을 쓰는데, 비를 맞고 부풀고 접착력이 심하게 떨어진 상태 그대로 사용한다”면서 “공사 후 처지는 것을 보강공사로 막고 있지만 콘크리트를 타설한 후 파도모양의 바닥면이 생기는 것을 합판이 쳐졌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물에 젖어 약해진 합판은 콘크리트 양생이 끝나고 뜯어내면 재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손상되지만, 소규모 건축현장으로 보내져 잘라서 재사용된다.

인체 유해물질 포르알데하이드가 다량 방출되는 E2 합판이 실내공사 자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난 겨울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입주한 B씨는 집에서 계속 눈이 따갑고 붓는 증상에 시달렸다. 특히 날씨가 추워 보일러 온도를 높이면 유독 통증이 심해지고 집 안에서 악취가 나는 것을 느꼈다. 하자보수를 위해 천정을 뜯어보니 석고보드 안에 부착된 합판에서 OP-Type2-E2(실내사용금지)-베트남산이라고 적힌 표시를 발견했다.

국토부와 산림청의 합동단속에서 전라남도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의 방 문틀에 E2 표시가 적힌 수입합판을 사용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포름알데하이드는 시신경을 손상시키고 단백질 조직을 변성시켜 굳혀버리는 화학물질로서 노출시 실명이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한편, 해외에선 이같은 부적합 자재의 사용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건축기준법에 따라 공사착공 전 건축확인, 공사과정 중 중간검사, 공사완료 후 완료검사 등 세 번의 검사를 거쳐 기준에 적합한 자재가 사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또한 사용한 합판에 대한 JAS 인증서 또는 국토교통대신 인정서 사본 제출을 요하며, 기준을 위반한 건축물은 개수명령 또는 개수할 때까지 사용금지 명령이 내려진다.

대만의 경우에는 상품검사표시법에 따라 국가표준(CNS)에 의한 제품인증이나 형식인가를 받아야만 수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름알데하이드 방출량 기준 E2 등급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공사현장 안전과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부적합 자재 사용을 제재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김현남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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