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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온] ‘조현병’, 광기·공존·치유의 딜레마 -3
원동환 기자 | 승인 2019.09.19 17:16

지난 조현병 연재 1편과 2편에서, 그간 우리 사회가 그들을 바라볼 때 '광기'의 색안경을 끼고 있었음을 드러냈다. 또, 이러한 낙인이 사실은 실체가 빈약한 편견은 아닐까 하며 되돌아봤다.

이어지는 이번 조현병 연재의 마지막 편에서는 조현병을 대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따져보고, 우리가 그들과 어떻게 치유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지 얘기해본다. 어쩌면 아직 그들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당신, 그럼에도 그들과의 공존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조현병 입원제도는 무용지물

현행법상 조현병 환자 등 정신질환으로 입원이 필요한 경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정신 질환자 스스로가 입원 의사를 밝혀 치료받는 자의 입원(voluntary hospitalization), 둘째는 타인이 질환자의 입원을 신청해 의료적 관리를 받게 하는 비자의 입원(non-voluntary hospitalization)이다. 비자의 입원에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 입원, 응급 인원 세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의무자 2인 이상의 동의와 전문의 권고가 있을 경우 신청할 수 있고, 여기에 소속이 다른 2인 이상의 전문의가 입원 소견을 내면 정식으로 입원 절차가 진행된다. 행정 입원은 정신과 전문의 혹은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이 입원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입원 방식의 경우 반드시 질환자에게서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이 포착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응급 인원의 경우도 자해나 타해 위험성이 증명되는 경우 의사나 경찰관의 동의로 질환자를 입원조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조현병은 특성상 자신이 질환자임을 인식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주변의 설득이나 권유로 환자가 스스로 병원을 찾아가 입원 의사를 밝힌다면 좋겠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해 비자의 입원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비자의 입원의 세 가지 방식에는 모두 문제가 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가족 구성원들 중 보호 책임이 있는 사람이 조현병 환자의 병을 알아볼 수 있어야지만 성립될 수 있다. 또한 질환자의 형제, 자매 등이 보호의무자로 인정받지 못해 비자의 입원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타해의 위험성도 검증이 어려워 문제가 된다. 방화 및 살인을 저지른 안인득도 거듭된 경찰의 출동 때마다 매우 협조적이고 온순한 태도를 취했다고 전해진다. 즉, 실제론 자·타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질환자가 이것을 숨기면 위험성의 증명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장에서 종종 조현병 환자를 마주치는 경찰 등은 정신의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현병 환자의 망상을 헛소리 정도로 치부하고 끝낼 수도 있는 노릇이다. 여기에 행정입원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조건이 성립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조치로 알려졌다. 보호책임자가 존재하는 순간부터, 시장이나 군수·구청이 대신 나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호주나 영국의 경우엔 정신건강심판원제를 도입해 주민 누구나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자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해놨다. 정신건강심판원에선 신고가 들어오면 자체 조사를 진행해 피신고자에게 정신과 방문을 두세 차례 권유한다. 만약 권고에 불응할 시 의학판사가 입원치료를 집행할지 하지 않을지 결정한다. 미국이나 일부 유럽 국가는 가정법원 판사가 정신질환자의 입원과 퇴원을 결정하고, 재판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게끔 되어있다. 

 

'망상'이 망상을 범죄로 만드는 원리
 
최근 치료가 비교적 용이해진 조현병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한다면 정상생활로의 복귀와 유지가 가능하다. 특히 병세가 약한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그 효과가 확실하다. 통계는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대부분의 범죄가 치료를 중단하고 나서 발생했거나, 혹은 치료 이전에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기에 조현병 환자들로 하여금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방해하는 다음과 같은 장애요소들이 있다.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한 조현병은 심각한 수준의 환각, 환청, 사고 상실 등을 원인으로 하는 강력 범죄 발생 확률을 증가시킨다. 증세가 심해질수록 위험 수준도 높아져 조기치료가 필요한 법. 그러나 사회적으로 형성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망상'이 이를 가로막는다. 누군가의 무책임한 '망상'이 망상을 범죄로 몰고 가는 것이다. 먼저, 우리가 이 '망상'이 사실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해와 관심, 공존과 치유로

분명, 조현병 환자를 치료할 의료기술은 앞으로 더 발전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점은 '어떻게 환자와 의사를 만나게 할 것인가'이다. 안인득 사건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부실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안인득이 치료를 거부하자 이를 강제할 방법도 없었으며 거듭 출동한 경찰관은 마주한 사건에 대한 이해가 없어 주의 조치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사건 이후에, 언론과 여론은 적정 형량을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범죄에 대해 논의할 때, 가해자의 특성을 고려한 감형이 가능한지의 논쟁은 결론을 찾기 어렵고 정답도 없다. 조현병을 둘러싼 주요 쟁점이 형량이 되어선 안되는 이유다. 논의의 방향은 '어떻게 하면 그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우린 마치 딜레마를 다루듯 행동해왔다. 내 안전과 안녕을 위해 조현병 환자들과 거리를 둘 것인지, 아니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이들과 공존하며 치유의 길을 모색할 것인지. 하지만 실상은 이렇다. 이들이 가졌다는 '광기'는 대부분 끊임없이 재생산된 프레임일 뿐이었고, '공존'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이미 마주한 현실이었다. '치유'의 책임은 소수에게만 존재하지 않고 나에게도 있었다. 이로써, 마침내 안전과 안녕을 위해 더욱 이들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다 같은 사람이다. 독자 여러분들이 조현병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지금부터, 괴물은 없고 딜레마도 사라졌다.

 

[포커스 온] 기획 연재는 다음에 계속됩니다.

원동환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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