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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온] '펜벤다졸', 항암제로 쓰일 수 있는가? -1
원동환 기자 | 승인 2020.02.12 16:15

지난해 펜벤다졸이 논란이었다. 강아지 구충제로 쓰이는 약이 인간의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다. SNS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된 펜벤다졸의 암 치료 사례. 그 기적은 희망이 필요한 환자들의 암치료 인식을 바꿔놓았다. 의료계에서는 펜벤다졸을 암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을 두고 여러가지 의견을 냈다. 누군가는 펜벤다졸이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누군가는 효과가 없을 순 없다고 설명한다. 이번 '포커스 온'은 각 측의 주장을 살핀 뒤, 독자들이 자율적으로 펜벤다졸에 대해 평가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

 

-펜벤다졸?

'공포'에 저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가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라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의학은 꾸준히 발전을 거듭했지만, 지금도 '암'이라는 질병은 죽음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기자는 현대의학이 질병을 치료하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이고 검증된 방식임을 믿지만, 그런 의학조차 아직까지 암을 정복하지는 못했다. 지금도 안타까운 상황은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암을 치료하는데는 많은 돈이 든다. 기술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암이라도, 누군가에겐 비용이 문제될 수 있다. 암이 거대한 공포를 불렁리으키는 것이 여러모로 납득된다. 작년에는 이러한 공포를 경감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새로운 약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 약은, 암치료제로 판매되지 않는다. 바로 '펜벤다졸'이다.

 

-펜벤다졸은 어떻게 유명세를 얻게됐나

펜벤다졸은 개와 고양이, 소 등 가축동물을 위한 구충제로 개발됐다. 벤조이미다졸(benzimidazole)의 일종인 이 약은 동물 위장에 기생하는 회충, 촌충 등을 박멸하며, 수십년간 그 안정성을 인정받아 왔다. 근래에는 동물용 구충제로 더 좋은 제품들이 등장해 많이 사용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약이 사람에 대해서는 항암작용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펜벤다졸' 성분이 포함된 '파나쿠어' 제품. 가장 널리 알려졌다.

다수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펜벤다졸' 이 암 치료제, 혹은 그에 준하는 것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몇 해 전 4기 암 판정을 받은 미국인 '조 티펜스' 씨가 최후의 수단으로 복용했던 이 약이 기적적으로 조씨를 치료했다고 알려지면서 사태는 시작됐다. 이 이야기는 국내 다수 매체를 통해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지난 9월 초,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펜벤다졸 열풍이 시작됐다. 암 환자들은 펜벤다졸을 구매하여 복용하기 시작했고, 이 중에는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씨 등 유명인도 있었다. 김씨가 10월 초 펜벤다졸 복용 시작을 알리고, 포털사이트에는 펜벤다졸이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펜벤다졸을 복용한 환자들은 SNS등을 통해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나서 통증이 줄었다"는 취지의 후기를 작성했다. 이 때 이미 약국에서 펜벤다졸을 찾기는 어려웠다. 판매 물량이 적어지자,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해외에서 직접구매한 펜벤다졸 의약품이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했다.

조 티펜스는 유튜브와 언론 등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밝혔다.

대체 조 티펜스씨는 펜벤다졸이 암을 치료할 것이라고 어떻게 추론했을까? 2019년 8월 4일, 유튜브 닉네임 'Rob Ahlgren'을 사용하는 한 유저는 펜벤다졸 광풍을 불러온 당사자인 조 티펜스와의 인터뷰 영상을 게재했다. 조 티펜스는 이 영상에서 자신이 가졌던 암과 겪었던 일에 대해서 스스로 증언했다. 조는 몇해 전 '레이버 데이(노동절)'에, 스위스로의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코에 불편을 느껴 병원을 찾아가 의사의 판단에 따라 CT 촬영을 실시했는데, 결과를 확인해보니 왼쪽 폐엽 아랫부분에 주먹만한 사이즈의 종양이 있던 것을 알게됐다. 종양은 해당 부위에서 이미 다른곳으로 퍼져나간 상태였고, 조직검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악성인 형태의 종양 중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로부터 좋지 못한 결과를 들은 조는, 이 즈음에 한 수의사로부터 어떤 여성 과학자에 대한 얘기를 듣게된다. 이 여성 과학자는 쥐의 제각기 다른 부위에 서로 다른 암들을 이식시키고 펜벤다졸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여성은 의사로부터 교모세포종이 뇌간을 감싸고 있다는 얘길 듣게됐고, 아마도 그 병을 고쳐보고자 스스로 펜벤다졸을 복용했다. 조는 이 일은 2017년 1월 쯤 있었던 일이라고 밝혔고 이후 그녀가 스스로를 낫게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 역시 '잃을게 없다'는 판단으로 수의사로부터 펜벤다졸을 받아 복용하기 시작했다. 조 티펜스는 현재 암을 치료했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기적같은 일이 발생하니, 절박한 심정에 놓인 환자들은 펜벤다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이 막연한 '믿음'인 것도 아니었다.

 

펜벤다졸은 본래 동물의 구충제로 개발됐다.

-펜벤다졸이 '대체 항암제'로 여겨지는 이유

일부 연구결과와 논문에 따르면,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사멸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 이견이 있겠지만, 의사들 중 일부도 이러한 효과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들은 '암세포를 어느정도 죽이는 것이 사실이고, 효과가 전혀 없다는 말이 오히려 거짓말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펜벤다졸은 본래 개나 고양이의 회충을 잡는데 쓰이는 약이다. 이 약을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은 허가돼있지 않은데,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 허가된 메벤다졸과 함께 이 두 약제는 모두 벤조이미다졸계다. 벤조이미다졸계 구충제는 기생충의 피부와 장 세포에 있는 미세소관 단백질의 형성을 억제해 약효를 발휘한다. 미세소관 단백질은 세포의 구조를 이루고 세포 이동과 세포 내 물질이동에 관여하는 단백질인데, 이것에 약물이 작용하면서 세포분열을 막아 자라지 못하게 하고 결국 죽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암도 결국 세포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같은 작용이 암에도 이뤄진다.

펜벤다졸이 항암제로써 갖는 장점도 있다. 대부분의 암 치료제는 처음에는 효과가 굉장히 좋지만 장기투여를 진행할수록 그 효과가 반감된다. 암세포에는 p-글리코프로틴(p-gp) 혹은 다중약물내성단백질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 단백질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을 어느정도 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외부로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펜벤다졸은 이 p-gp에 걸리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말해, 약제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펜벤다졸은 당대사도 억제하기 때문에 다른 세포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당분을 요구하는 암세포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방해한다. 그러나, 펜벤다졸의 이같은 효과들이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한 것이 아니어서 인체에 작용했을 때도 같은 효과를 가진다는 보장은 없다.

 

[포커스 온] '펜벤다졸', 항암제로 쓰일 수 있는가? -2 에서 계속됩니다.

원동환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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