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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부모 봉양의 책임을 다하는 소방관
이진복 | 승인 2021.02.25 13:26
이진복 비인119안전센터 소방위

우리의 옛 전통에는 세 가지 큰 불효의 죄가 있다. 그 첫째는 부모가 살아있을 때 부양하지 않은 것, 둘째는 부모가 사망했을 때 정중히 장례를 치르지 않은 것, 셋째는 자식을 낳지 않는 것.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할 것이다. 과거에는 이를 참으로 중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현대 사회는 핵가족이다. 현대의 가족은 오로지 먹이고 먹는 관계이다. 핵가족 부모들의 지상 최대 과제는 자녀를 먹이는 일이다. 자녀는 그것을 받아먹고 자란다. 대가족 제도에서 부모는 조부모를 봉양하고 남는 것을 자녀에게 먹이는 관계였다. 그러나 핵가족은 봉양의 대상이 없기에 오로지 먹이고 먹는 일만이 남았다. 나눔이 없는 독점적인 사랑이다. 그리고 핵가족의 자녀는 부모 봉양을 보지 못하고 자란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교육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누가 노인을 보살피는가? 국가가 보살핀다. 자녀는 늙은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생계를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그것을 대신하는 것이 국가의 사회복지제도이다. 연금과 정부가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다. 부모를 직접 봉양하지 못하는 자녀들은 부모님의 몸이 불편해지면 소방서에 전화한다. 소방은 그 부모님을 정성을 다해 병원으로 모시고 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소방은 많은 자식들 보다 더 큰 효도를 하고 있다.

초겨울 어느 날 제주도에 있는 아들로부터 다급한 목소리로 소방서에 전화가 왔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어제부터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홀로 누워 계셨다. 할아버지는 거실 창문 앞에서 엎드린 채로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있다. 우리는 할머니를 병원으로 후송하였다. 할아버지를 경찰에 인계하고 집을 나오는 거실 벽 한 곁에는 빛바랜 국가유공자 모자가 걸려 있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자녀를 위해 평생을 애쓰며 살아오셨을 할아버지의 쓸쓸한 죽음 앞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일평생 공들여 키운 자식들에게 한마디 말도 전하지 못하고 떠날 거면서, 우리는 왜? 자녀를 위해 그토록 헌신하고 애쓰며 사는가?

세밑 추위는 한풀 꺾였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팬데믹 상황이 전 세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국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여 올 설에는 부모를 찾아뵙지 못하는 자녀들이 많았다. ‘흉년에 대비해 곡식을 저장하는 것처럼, 노년을 위해 자식을 기른다.’라는 것이 보편적이 생각일 때가 있었다. ‘인과의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부모를 봉양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란 세대이고, 본 것이 없으면 행하는 것도 없다. 현대에는 그것이 대물림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에 맞게 부모에게 전화라도 자주 드리는 효를 행하면 좋겠다. 

그리고 긴급한 상황에 소방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국가와 자녀를 위해 헌신한 부모님들의 봉양 책임을 기꺼이 다할 것이다.

이진복  비인119안전센터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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