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안전신문DB | 추락사고(CG)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총 88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으며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전체 사망자의 81%가 나왔다. 산안법이 전부개정된 이후 1년이 지난 뒤 나온 이번 성적은 국내 산업재해의 전형적 양상이 아직도 해결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는 2019년에 비해 오히려 27명 증가한 882명으로 집계됐다. 김규석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산재 사고사망자는 2019년에 역대 최초로 800명대에 진입했으나, 지난해는 이천 화재사고 등의 영향으로 소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고 사망만인율은 0.46‱, 질병 사망만인율은 0.62‱로 지난해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통계는 건설업에서 보이는 산재사고의 심각성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전년보다 30명이 증가한 458명으로, 전체 사고사망자 증가수치인 27명보다도 더 큰 수치로 증가한데다 아직도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업의 사고 사망만인율은 2.00‱로 전체 평균보다 4.3배나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이번 통계는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드러냈다. 사고 사망자를 규모별로 살펴보면 5~49인 사업장에서 402명이 숨진걸로 나왔으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시 말해 사망자의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반면 50~299인 또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각각 16명, 11명 등 사고 사망자 수가 비교적 적게 확인됐다.

건설현장에서는 공사금액이 적을수록 사고 사망만인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사망만인율을 건설 금액별로 살펴보면 1억원 미만 5.17‱, 1~20억원 미만 3.36‱, 20~120억원 미만 1.99‱, 120억원 이상 0.80‱ 등의 순으로 높았다.

통계가 이처럼 나오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고 사망자의 35.4%가 발생한 5인 미만 사업장이 중대재해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50인 미만 사업장은 이 법의 적용을 2024년부터 받게 되므로,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현장들이 오히려 법의 적용에서 당분간 자유로운 실정이다.

산업재해 현황은 재해 유형별로 살펴봐도 개선되지 않았다. 여전히 떨어짐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의 37.2%인 32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끼임사고가 11.1%인 98명, 부딪힘 사고가 8.2%인 72명 등 순서로 나타났다. 좀 더 세부적으로는 건설업에서는 떨어짐 사고가 많이 발생했고 제조업에서는 끼임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전체 떨어짐 사고의 70% 이상인 236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으며 끼임 사망자의 60% 이상인 62명이 제조업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번 통계에서는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에서 사망사고 비율이 상당했으나 반대로 60세 이상 연령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연령대에서 사망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사고사망자는 전년에 비해 62명이 증가한 347명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전체 산재 사망자수는 전년 대비 42명이 늘어난 2062명(사고 882명, 질병 1180명)으로 집계됐다.

산업재해율은 0.01%p 감소한 0.57%, 재해자수는 863명이 줄어든 10만8379명(사고 9만2383명, 질병 1만5996명)으로 집계됐다.

김규석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올해 산재 사고사망 20% 감축은 고용노동부의 가장 중요한 지상과제이다"라며 "떨어짐, 끼임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산업재해 현황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별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는 등 산재 사고사망 감소 대책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safe@119news.net

<저작권자 © 주식회사 한국안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