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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복되는 지하시설 침수, 근본적인 종합대책 서둘러 마련해야
박근종 | 승인 2022.09.14 17:22
박근종 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기록적 폭우로 지난 9월 6일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내려던 주민 9명 중 7명이 목숨을 잃는 참으로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났다. 이 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고, 급격히 불어난 물은 아파트 인근 하천을 넘어 삽시간에 주차장으로 급격히 쓸려 2명은 실종된 지 10여 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아쉽게도 추가 생존자는 없었다. 이날 인근 아파트에서도 지하주차장에 고립된 주민 1명이 숨진 채 발견돼 모두 8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40년을 해로한 노부부가 나란히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는가 하면, 50대 여성은 기적적으로 구조됐지만, 엄마를 따라나선 중학교 2학년 아들은 숨지는 처절하리만큼 가슴 아픈 일도 발생했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50대 아들마저도 숨졌다.

수도권 집중호우로 서울 서초구의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남성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고,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은 침수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비극이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잇단 지하주차장 참사는 지하 공간이 수해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일깨운다. 지하 공간은 침수가 시작되면 유속이 빨라져 순식간에 물이 찬다. 이번 포항 아파트 지하도 물에 잠기기까지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지하주차장과 지하상가 등에서 무려 12명이 숨졌고, 2016년 태풍 ‘차바’ 때는 울산의 한 지하주차장에서 1명이 익사했으며, 2020년 집중호우로당시에는 부산 요양병원과 호텔 지하주차장에서도 6명이 고립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렇듯 태풍이나 국지적 집중호우로 말미암은 인명피해가 지하주차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지하시설의 침수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시설의 수해 방지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만 한다.

국지적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는 지하주차장뿐만 아니라 반지하는 물론 지하철역이 물에 잠기는 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집중적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곳은 아파트나 건물의 지하주차장이 많다. 이곳은 면적이 넓어도 빗물 침수 속도가 매우 빨라 순식간에 잠겨버린다. 이번 인명피해가 난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소형 축구장 크기이지만, 불과 8분 만에 사람 키 2배쯤의 물이 들어찼다고 한다. 빗물 유입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키는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배수 용량을 늘릴 필요성을 제기한다. 따라서 반복되는 지하시설 침수를 사전에 막고 대비할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위험도에 비하면 대비책은 너무도 허술하다. 사전 침수에 대비한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아파트는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포항시 인덕동을 지나는 냉천(冷川) 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낮은 제방을 넘어 하천이 범람하면서 물이 도로보다 낮은 지대에 있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주차장 입구엔 차수판은 물론 모래주머니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범람한 물은 지하 주차장으로 순식간에 밀려들 수밖에 없었다. 주차장 입구에 차수판만 있었어도 ‘1차 방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피 시간을 벌어줬을 거란 생각하면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게다가 지하주차장이 일부 침수된 후에도 차량 이동 안내방송을 했다고 한다. 대응 매뉴얼에 차량 이동 방송을 해야 하는 시기가 ‘침수 예상 시’로 모호하게 돼 있어 오히려 피해를 키우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하주차장의 침수를 차단하고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차수판(물막이 판)을 설치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현행 「건축법」 제49조(건축물의 피난시설 및 용도 제한 등) 제5항에 의하면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중 침수위험지구에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 건축하는 건축물은 침수 방지 및 방수를 위하여 건축물의 1층 전체를 필로티 구조로 하고 침수 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17조의2(물막이 설비) 제1항에 의하면 방재지구, 자연재해위험지구에서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빗물 등의 유입으로 건축물이 침수되지 않도록 해당 건축물의 지하층 및 1층의 출입구(주차장의 출입구 포함)에 물막이판 등 해당 건축물의 침수를 방지할 수 있는 물막이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자연재해대책법」에 근거한 행정안전부 고시(제2019-94호, 2019. 12. 31.)인 「지하 공간 침수방지를 위한 수방기준」 제7조(출입구 방지턱의 높이)에 의하면 출입구 방지턱의 높이는 지하공간의 침수를 방지하고 침수 속도를 지연시키기 위해서 지하 공간 출입구의 침수 높이를 감안하여 설정하여야 한다. 또한 출입구 방지턱의 높이 결정시 시설 이용자 및 차량통행 등을 감안하여 침수 높이보다 낮게 설치하는 경우 방지턱을 넘어 지하로 유입되는 물을 방지하기 위하여 방수판 등을 설치하거나 비상시 활용할 모래주머니를 준비해 놓음으로써 침수를 지연시키거나 방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제11조(방수판, 모래주머니)에 의하면 지하 공간의 침수 방지대책으로 출입구에 방지턱을 설치하여도 지하 침수를 완벽하게 방지하지 못하는 경우 방수판 또는 모래주머니를 설치하여야 한다. 또한 방수판은 자동 운행이 가능(비상시 수동전환 가능)한 상태가 되도록 설치하여야 하며 자동운행 방수판 설치가 여의치 않은 경우 일반 방수판 또는 모래주머니 등을 활용토록 하고, 모래주머니는 비상시 원활한 활용을 위하여 충분한 양을 출입구 주변에 비축하여야 한다.

하지만 「건축법」의 경우 2015년  1월 6일 해당 조항이 신설되어 2015년 7월 1일 이후 지어진 공공건축물에만 적용되고 있고,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역시 2012년 4월 30일 해당 조항이 신설되어 2012년 4월 30일 이후 지어진 건물에만 적용된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가 침수 우려가 없다고 인정하면 차수판 설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포항의 아파트는 1995년에 지어져 물막이설비 설치에 해당되지 않을 정도로 규정이 매우 성글다. 「지하 공간 침수방지를 위한 수방기준」은 주민들이 집값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침수 피해 우려 지역 지정을 반대하거나 기피하는 탓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지하 주차장, 지하 상가 등 지하 공간에는 차수판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하천변, 저지대 상습 침수 지역 지하 공간의 차수벽 설치를 우선하도록 해야한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 위기로 극한 폭우나 태풍은 갈수록 매서워지고 빈발할 것이라고 하니 대비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은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가면 태풍의 풍속은 5% 더 강해지고 강수량은 14%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서울에는 지난 8월 8일과 9일 115년 만의 폭우가 쏟아졌다. '30년 빈도'의 폭우에 대비한 기존 방재시설은 한계를 드러냈고 서울·경기에서 무려 14명이 사망했다. 포항에서도 시간당 110㎜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게다가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지하를 더 깊게 파 주차장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상가·지하철 등 지하 공간 이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한 아파트 주거 비율이 60%를 돌파한 상황에서 지하주차장은 국민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생활 공간인 만큼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무방비로 목숨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치밀하고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기존 수준의 대응으로는 지하 침수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번에 여실히 증명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무용지물인 수해 방지 매뉴얼부터 서둘러 정비하여 배포하고, 대형 건물의 지하주차장은 침수 방지 시설 설치를 서둘러야 완료해야 한다. 차제에 지역별로 중구난방인 방재 기준도 전국적 통일성을 갖되 지역별 기후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손봐야 한다. 

정부는 기후재앙 시대에 잦아진 극단적 기상을 ‘뉴 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로 상정하고, 재난 대비책과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면밀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가 그치면 금세 잊어버리거나 태풍이 지나가면 무시되는 일시적·형식적 ‘땜질식 처방’이나 ‘사후약방문식’대책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재난 대비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기후 위기 일상화 시대에 맞춰 근본적인 방재종합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기후재난에 따른 사회 불평등을 보완할 대책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박근종  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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