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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마 시작됐는데 반지하 침수위험은 여전, 선제 대응 절실
박근종 | 승인 2024.07.04 17:05
박근종 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국에 걸쳐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반지하 침수 피해 우려가 표면화하고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22년 8월 8일 밤 유례없는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하는 희생이 발생한 이후로 반지하 주택 건축 규제, 배수설비 개선 지원, 차수판 설치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여러 정책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2년이 흘러간 지금까지도 해당 정책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또다시 침수 악몽에 떨고 있는 가운데 장마철 침수위험이 여전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비등하다.

기상청이 지난 4월 29일 국무조정실 등 12개 부처, 25개 기관과 합동으로 발간한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오랜 가뭄 뒤에 폭우가 쏟아지거나 극심한 기온 변동 등 기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심각한 것은 기후위기가 가속화하고 있어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양극화된 기후’로 인해 남부지방에 기상관측 이후 가장 길었던 가뭄이 계속됐고 해소되자마자 장마철 역대 1위 강수량인 66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53명의 인명 피해와 8,071억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장마철이 되면 주거 취약계층이 사는 지역이나 반지하 주택에서는 반복되는 상습 침수 우려 때문에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특히 반지하 주택은 집중호우, 화재 등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채광, 환기, 습기, 곰팡이, 하수 역류, 사생활 침해 등 주거환경도 열악하다.

한편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지난 6월 7일 열린 기상청 기상강좌에서 ‘LSTM(Long Short-Term Memory) 통계모형’ 예측 결과 올여름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이 평년 10.2일보다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여름의 경우 폭염일수가 13.9일이나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호우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명인 센터장은 엘니뇨로 북대서양에 ‘삼극자 패턴’이 형성돼 열대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됐고 여름 특히 “7월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시작한 엘니뇨가 끝나고 올여름엔 중립 또는 라니냐가 발생한 상태로 전환될 전망인데 이처럼 엘니뇨가 쇠퇴하는 여름에 동아시아 강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명인 센터장은 “7월은 동아시아 강수량이 늘어나며 폭염일은 적겠지만, 비가 내리는 날 사이에 ‘습윤한 폭염’과 열대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하고 “폭염과 호우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재해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022년 8월 신림동 반지하 참사 후 부랴부랴 반지하 퇴출 정책이 나왔지만, 성과도 예산도 용두사미가 된 격이다. 현실성 없는 급조된 대책을 내놨다가 흐지부지해서는 일상이 된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는 사실만 극명히 보여준 치둔(癡鈍)의 우(愚)였다. 도출된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공공 매입 속도의 문제, ▷대체 주거지에 대한 문제, ▷주거이전 비용 및 피해복구 지원금 등에 대한 문제이다. 2022년 정부와 지자체는 재해에 취약한 반지하 퇴출을 기본으로 하고, 침수 방지시설 설치 지원 및 반지하 특정 바우처를 신청받아 지상층으로 이주하는 반지하 가구에 최장 2년간 월 20만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반지하 주택 밀집 지역 정비사업 활성화, 침수 피해복구를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등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한국도시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정부와 서울시 지원으로 반지하를 벗어난 가구는 서울 전체 반지하 23만 7,619가구 중 약 2%에 불과한 4,982가구에 그쳤다. 정부·지자체의 ‘반지하 퇴출’ 선언과 여론이 떠들썩했던 것치곤, 실행이 늦어도 너무 늦고 실적이 적어도 너무 적다. 장마가 막 시작됐는데, 올해도 침수 피해가 반복될까 조마조마할 뿐이다. 특히 ‘반지하 퇴출’은 상습 침수지역의 반지하 공간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커뮤니티 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철거 또는 신축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실제 반지하 주택의 매입 실적을 보면 목표치에 전혀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김병욱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LH 전세·매입임대의 반지하 가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수도권 LH 전세·매임임대 지하층 8,579가구 중 올해 지상층으로 이주 완료한 가구는 6.3%인 538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의 주택 매입 실적은 지상층 포함 2,165가구로 전체 매입 목표 5,250가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41.24%에 불과했으며, 예산도 7,884억 원 중 30.67%인 2,418억 원만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전국적으로 보면 2022년 이후 반지하를 단 한 건도 매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지하 주택 퇴출에 따라 거주민들이 옮겨갈 대체 주거지도 마련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지하 주택에 살다가 공공 임대주택으로 이주한 경우는 5,527가구에 그친다. 서울시 반지하 전체 가구(약 22만 가구)의 2.5%, 침수 이력이 있는 가구(1만 9,700가구)의 28%에 불과하다.

서울시 ‘반지하 이주비’ 지원도 1년 만에 중단되다시피 했다. 지원 수준도 1년간 고작 62건에 2,400만 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서울지역 반지하 주택 규모가 약 20만 가구인 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게 중론이다. 재난지원금 역시 조금씩 상향되고 있긴 하지만 피해를 복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침수 방지시설이 설치된 침수 우려 반지하 주택도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듯 반지하 이주 계획이 더딘 이유는 같은 거주 비용으로 옮길 집이 별로 없어서다. 우선 반지하 가구의 주거 문제를 공공 임대주택으로 해결하기엔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월세 20만 원을 준다고 지상의 주택으로 옮기기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아예 이주를 못한 집들이 많다. 전세 보증금 지원도 수도권 기준 한도는 1억 3,000만 원에 그쳐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다행히 서울시는 반지하 가구의 안정적인 지상층 이주와 정착을 돕기 위해 ‘반지하 특정 바우처’ 지원 기간을 2년에서 최장 6년으로 늘리고, 지원대상도 서울 시내 ‘모든 반지하 거주 가구’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 골자다. 기존에 받고 있던 가구에는 현재까지 지원받은 기간 포함 6년간 지급키로 했다. 기존에는 최장 2년간 침수 우려가 큰 반지하 또는 위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중증장애인 거주 가구에 중점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지원 기간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반지하 특정 바우처’ 지급 대상자로 선정되면 매달 20만 원씩 최장 6년 동안 받는 경우, 최대 1,440만 원까지 보조받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LH는 침수 우려가 있는 매입 임대 주택 반지하 가구에 대해 차수판 등 침수 방지 시설물 설치를 완료했으며, 이와 함께 입주민을 지상층으로 이전시키는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반지하 입주민이 지상층으로 이전할 경우 2년간 기존 지하층과 동일한 임대 조건을 보장해주고 이사비를 지원해주는 식이다. 서울시에서는 침수 방지시설이 필요한 2만 4,842가구 가운데 물막이판과 역류방지밸브 등을 설치 완료한 곳은 61.3%인 1만 5,217가구다. 나머지 38.7%인 9,625가구는 설치 반대, 거주자 부재, 지형 문제 등으로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지 못했다. 다행히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대규모 침수 현장의 대응력 강화를 위해 발전 배수차를 2배로 늘리고 강남역 등 저지대 도로 침수에 대비해 사륜구동 ‘험지 소방차’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일선 소방서에서는 인명구조 역량 강화를 위해 반지하 주택 침수 상황이나 도심 속 하천 고립사고 등 관할 구역 특색에 맞는 다양한 풍수해 재난 대비 유형별 인명구조훈련도 추진해 상황 즉응태세를 갖췄다.

기상청 예보를 종합해보면 당장 다음 주까지 전국에 국지성 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침수 예방 대책부터 비상대피 매뉴얼까지 전반에 걸쳐 재난 대비 태세 확립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 극심한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는 이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근본적 대책이 미비했거나 관련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는 우리 사회에 ‘인재(人災)’라는 단어가 운위되거나 회자(膾炙)되지 않도록 유연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임’을 각별 유념하고 거안사위(居安思危)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 그리고 초윤장산(礎潤張山)과 상두주무(桑土綢繆)의 심정으로 철저히 준비해야만 한다. 장마가 시작된 이 순간도 반지하 침수위험은 여전히 상존(尙存)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당장의 대비책은 물론이고 차제에 주거 상향을 위한 실효성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박근종  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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