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 옥
소방방재청 정책홍보팀장

새 정부는 ‘실용(實用)’을 강조하고 있다. 실용의 다른 표현은 ‘논리적 접근’이다. 실용은 ‘전략적 실용’이 되어야 하며, 전략이라는 개념이 들어가지 않으면 실용은 무의미 하다.

안전관리업무의 지방분권·권한이양 문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부 각 부처기관의 안전관리업무 중 현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항은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중앙에서의 통합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방단위에서의 통합도 중요하다. 가스안전, 전기안전 등과 관련된 사항을 가스공사, 전기안전공사에서 할 것이 아니라, 시·군에서 기획을 하고 공사에서는 집행기능을 담당하면 되는 것이다.
또 중요한 문제는 안전관련 규제를 재조정하는 것과 기능을 재조정하는 문제이다. ‘부조리 일소’ 또는 ‘민원편의’를 위해서 규제를 과다하게 완화한 측면이 있다. 이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해서 강화해야 할 부분은 강화하고, 완화해야 할 부분은 완화하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난관리 프로세스의 재검토도 필요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중요한 것이 프로세스이다. 현재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4단계는 너무 복잡하다. 예방, 수습·복구 이렇게 두 단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예방분야에서는 먼저 사전점검과 감시(모니터링) 장치가 중요하다. 여기에서의 감시는 타율적인 감시인데 이를 위한 대안 중의 하나가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안전점검시스템이다. 이를 통해서 사업자가 인터넷에 사업, 공사 등 계획을 올리면 해당 소방관서에서는 이를 검색해서 안전에 관한 조언을 한다든가 점검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사계획을 신고하도록 하면 일종의 규제가 되어서 고통을 받는 것이다.
다음으로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안전관리시스템이 가동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대안 중의 하나가 ‘공인안전관리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지금은 안전관리 책임자가 각기 다른 법률에 근거해서 너무 산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를 통합해서 일종의 자격증 제도인 ‘공인 안전관리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각 대학의 안전관련 전공자들이나 기존의 방재분야 근무 경력자들을 기반으로 전문가를 양성할 수도 있다. 자율안전관리체제는 재난근접관리 차원에서 회사의 책임자가 안전을 책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습·복구 단계에서는 현행의 재난관리 체계를 정비하면 된다.

먼저, 중앙안전관리위원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1년 내내 회의가 한 번도 안 열리는 경우도 있는데, 국무회의 후에 회의를 정례화 한다든가 해서 이것을 실질적인 기구로 바꾸어야 한다. 수습·복구와 관련해서 이러한 체제가 갖추어지면 나머지는 실무적인 사항이 된다. 태안 유류유출사고에서도 이러한 체제가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서 주관하는 지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위하여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중앙수습통제단, 중앙대책본부, 지역본부 등의 기구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 안전문화 진흥 및 중앙안전점검기능도 강화돼야 한다.

국민 안전문화 진흥은 국민교육과 기초질서 확립이다. 이를 위한 5개년계획 등 중기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청 내에 ‘국가안전관리개선기획단’ 과 같은 것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전점검 부분의 강화를 위하여 현재 청에 있는 중앙상설안전점검단을 상설기구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안전점검을 총 지휘하게 되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현장으로부터의 주요 자료수집도 가능하여 제도개선 등 정책수립에 매우 유용하다.중앙상설안전점검단장을 직제에 포함시켜 안전점검으로 특화된 조직으로 운영해야 한다. 마치 군대의 특수부대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점검단원을 모두 우리 청에 두는 것이 아니라 핵심멤버는 우리 청에 두고 나머지는 각 부처에 분산 배치하여 기동대 형식으로 운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번 숭례문 화재 사건에서 불거진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간 책임공방 같은 것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3~4년 운영하면 안전질서가 크게 향상될 것이고 안전시스템이 크게 정비될 것이다.  새 정부는 ‘실용(實用)’을 강조하고 있다. 실용의 다른 표현은 ‘논리적 접근’이다. 실용은 ‘전략적 실용’이 되어야 하며, 전략이라는 개념이 들어가지 않으면 실용은 무의미 하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안전관리 정책의 실용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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