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중국 쓰촨성 일대를 강타한 강도 7.8규모 대지진에 부실공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국내 건축물의 내진설계 등 안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5월 18일 우리나라는 미국 건축 기준에 따른 지진구역 분류 5등급(1, 2A, 2B, 3, 4) 증 최하 등급인 1에 속하지만 주요 국가 시설물에 대해서는 평균 6.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의무화돼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중 최대 규모가 5.2(1978년 속리산 지진)였던 것을 고려할 때 평균 6.0이하로 설계해도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79년 댐(5.4∼6.2), 85년 터널(5.7∼6.3), 88년 건축물(5.5~6.5), 92년 교량(5.7∼6.3), 2000년 항만시설(5.7∼6.3), 2004년 공항(5.5∼6.0) 등에 대한 내진설계가 의무화됐다”며,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국가 주요 시설물은 단계적으로 내진보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05년 7월부터는 건축법상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건축물 대상이 ‘6층 이상, 1만㎡ 이상’에서 ‘3층 이상 1000㎡이상’으로 확대됐다.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때에도 내진보강 후 사업을 진행토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물 중 88년 이전 지어진 경우 내진설계가 미흡할 뿐 아니라 아직까지 지진 예보성공률이 30∼40%밖에 안 되기 때문에 항상 지진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이처럼 건축물의 붕괴·흔들림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진이나 태풍으로 인한 초고층 건물이나 장대교량의 흔들림을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내진기술이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여러 지진 및 태풍 피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진이나 태풍 발생 시 고층구조물이 크게 흔들리면서 손상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붕괴되기도 한다.
이러한 흔들림은 건물의 높이가 높아지거나 교량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심해지는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이를 제어하는 것으로 초고층건물과 장대교량을 설계·시공하는데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핵심기술이라는 것이 국토해양부의 설명이다.

국토해양부는 연구개발사업(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위탁수행)을 통해 이러한 흔들림을 자동으로 방지하는 ‘신개념 스마트 제진장치’의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지난 3년간 세종대학교 정형조 교수(현 KAIST 소속)와 이기학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해 연구개발을 추진(금년 8월에 종료)한 결과, 국제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특허를 확보하는 등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했다.

‘스마트 제진장치’란 구조물에 과도한 흔들림이 발생했을 경우,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인식하고 그에 대응하는 강도의 적절한 자기장을 발생시킴으로써 구조물의 흔들림을 감소시키는 장치다. 그러나 기둥, 벽체 등의 구조물을 강하게 만들어 지진을 직접 견디는 것이 아니라, 구조물에 설치한 MR감쇠기(Magneto-rheological damper)에 지진으로 발생한 충격·흔들림을 흡수하고 상쇄해 구조물이 손상 받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란 점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전자기유도(EMI System, Electro-Magnetic Induction)를 이용한 것으로써 기존 스마트 제진시스템에서 필요로 하는 센서, 제어기, 전원공급 등이 필요없는 매우 단순하고 경제적인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국토부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현장 공사기간을 20% 단축하고, 공사비도 20%이상 절감할 수 있는 교량 설계·시공 기술 개발 및 실용화에도 성공했다.

이 기술은 교량 거더로 사용되는 강관(Steel Pipe) 내부에 콘크리트를 충전함으로써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고 공장제작에 의한 모듈화를 통해 복잡한 제작 동정을 단순화했다. 이로써 현장에서는 공장에서 제작된 부재 모듈을 가져와 강관 내부를 콘크리트로 채워 넣기만 하면 거더 시공이 완료된다.

국토해양부는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수해지역 등에서 신속한 복구공사가 가능할 뿐 아니라 복구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원도 화천군 소재의 삼일1교 수해복구 현장에서 시험교량을 건설해 사용성 평가 등 검증을 완료한 상태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에 대한 안전지역이 아니라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체계적인 연구와 국가의 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글 | 류상근 기자 sgru@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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