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충 및 기생충이 발견된 중국산 김치 파동, 중국산 냉동꽃게 납 검출, 살충제 성분이 함유된 농약만두, 중국산 생쥐깡 파동까지 1~2년에 한번 꼴로 터져 나오는 중국산 식품사건으로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중국산 식품이 멜라민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우리의 먹거리를 공격하고 있다.

<사례1>
지난 6월 중국 허베이 일보는 간쑤성 성도인 란저우시 인민해방군 제1병원에서 2세 미만의 영유아 16명이 신장결석과 요도결석 증상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입원한 영유아들은 모두 값이 싸고 같은 상표인 싼루사 분유를 먹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위생부 조사결과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위생부가 발표한 공식 통계에 따르면 멜라민 분유로 피해를 당한 중국내 영유아의 3만 9965명이 신장결석 치료를 받았고, 1만 2892명은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치료중인 영유아 가운데 104명은 중증으로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고 4명은 안타깝게 숨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사례2>
홍콩 위생성은 성명발표를 통해 멜라민 분유를 마시고 신장결석에 걸린 피해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위생성 대변인은 10살 소년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 최대 유제품 업체인 멍뉴유업 우유를 하루 2팩씩 마셨고, 지난 3월부터는 중국산 밀크캔디를 하루에 2개 이상씩 먹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현재 소년은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외에도 멜라민으로 인한 신장결석 환자가 추가적으로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위 사례에서 보이는 멜라민 유제품 파동은 중국에 그치지 않는다. 타이완에서는 어린이 3명과 성인 1명이 신장결석으로 추가 확인됐는데, 이유는 타이완 피자헛에서 쓰이는 치즈가루에서 허용수치 이상의 멜라민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네시아역시 판매되고 있는 중국산 식품 가운데 우유성분 제품에서 멜라민 양성반응이 나타나 중국산 식품 수입을 잠정 중단했으며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아프리카 부룬디, 가봉, 탄자니아에서도 중국산 유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멜라민의 실체

멜라민이 처음 발견된 것은 2004년 미국에서 멜라민이 함유된 습식사료를 먹은 애완동물들이 집단으로 급성 신부전증에 걸리면서 부터다. 이후 지난 2007년에는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습식사료를 먹은 개와 고양이 5,000마리가 폐사하면서 멜라민 유해성 문제가 제기됐다. 그렇다면 영유아의 목숨을 앗아가고 병원을 찾아야 할 만큼 무서운 물질인 멜라민은 무엇일까?
멜라민(melamine)이란 화학식 C3H6N6으로 트리아미노트리아진 이라고 불리는 유기화합물이다. 포름알데히드의 축합물질이 주성분인 열경화성 수지로서 백색의 결정성 물질로 경도, 내수성 및 내열성이 뛰어나 바닥타일, 화이트보드 및 플라스틱 제품, 아교, 난연제 등과 같은 합성수지를 만드는 물질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으로는 주방에서 가스레인지나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형형색색의 광채 나는 주방용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플라스틱과 바닥 타일을 만드는 공업용 물질이 어떻게 영유아가 먹는 분유에 들어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단백질의 함유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중국에서는 우유에 물을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표준으로 지정된 케달의 질소분석법으로 질소를 측정해 거꾸로 단백질의 양을 유추해 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질소비료인 요소로부터 제조된 멜라민은 다른 물질보다 질소를 약 60%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일반 식품에 조금만 첨가해도 질소분석법으로 분석하면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것처럼 보이는데 중국 우유 생산 업자가 이를 악용한 것이다.
우유에 물을 탄 후 멜라민을 넣어 단백질 함유량을 높이면 원가를 절약, 더욱 많은 이익을 낼뿐아니라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고급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장결석, 신부전증…심하면 사망

멜라민은 제조 시 부산물인 시아누르산(cyanuric acid)과 결합해 단백질 함유량을 높인다. 멜라민과 시아누르산이 각각 고체일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용액상태로 변한 시아누르산이 멜라민과 결합하면 ‘시아누르산 멜라민’ 이라는 고체결정으로 변하게 된다. 이 결정들이 소변이 지나가는 작은 관을 막게 되고 이것이 소변의 생성을 막아 신장기능이 약화된다.
멜라민을 과다 섭취하면 불안감을 보이고 신장결석, 요로결석, 신장염, 방광염, 급성신부전증 등을 초래하고 심한 경우 호흡곤란, 의식불명과 더불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 역시 질병들 중 멜라민을 섭취한 후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질병으로는 신장결석을 꼽았다.
신장결석은 혈액 속의 여러 성분을 걸러서 소변으로 내보내는데 그중 무기물이 다량 재흡수 돼 응고되어 굳은 것으로 크기는 모래 한 알 정도에서 포도알 만한 크기로 다양하다. 작은 결석은 대부분 소변을 통해 배출되지만 크기가 커지면 수뇨관을 막아 소변 배출을 막는다. 이로 인해 허리 부분에 주기적인 통증이 오며 심한 경우 의식을 잃는 경우도 있다.
신장결석과 함께 전문가들이 꼽는 두 번째 질병으로는 신부전증이다. 신부전증 역시 신장기능이 약화돼 나타나는 질병 중 하나로 혈액 속 노폐물의 농도가 높아져 수분의 배출이 일어나지 않아 다리가 붓고 졸음, 호흡곤란, 피로감이 오며 심한 경우 발작 증세와 함께 혼수상태가 올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유기환 교수는 멜라민 섭취로 치료를 받는 중국의 영유아에 대해 “중국에서 2세 미만 영유아들이 분유를 먹고 신장결석과 같은 문제가 생긴 것은 다른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분유만 먹는 시기인데다 신장이 발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독성물질이 들어갔을 때 악영향을 미친것” 이라고 풀이했다.
유럽연합(EU)이 정한 멜라민의 TDI(내용일일섭취허용량)는 체중 kg당 0.5㎎(미국 0.63㎎)이다. 가능한 한 체중이 50kg인 사람은 하루에 멜라민을 25㎎ 이하, 10kg인 사람은 5㎎ 이하로 섭취하라는 의미다.
중국산 멜라민 분유에서는 2,000~2,563㎎ 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멜라민이 함유돼 이 분유를 주식으로 먹는 영유아는 자연적으로 신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어 급기야 사망을 초래한다.

한국까지 멜라민 파동

우리나라 역시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유제품 첨가식품으로 인해 국민들이 큰 충격에 빠져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류인 해태제과의 ‘미사랑 코코넛’(유통기한 08.12.01일)제품에서 271.4ppm (1ppm= 제품 1kg당 1㎎), ‘미사랑 카스타드’에서는 155ppm이 검출됐다. 중국 분유에서 나타난 멜라민 수치에 비하면 비교적 적은양이 함유돼 있지만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수치다.
유럽 식품안전청의 장기섭취 허용량(TDI)을 적용할 경우 체중 20kg의 어린이가 ‘미사랑 코코넛’을 하루 6~7개 이상 장기 섭취하면 신장결석, 요로결석 등 건강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국립독성과학원 위해관리기술연구과 이효민 과장은 “중국의 2세 미만의 유아들이 신장결석 증상을 앓은 만큼 저항력이 없는 어린이와 영유아의 경우 음식물 섭취에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이야기 했다.
멜라민의 유해성 논란이 전국적으로 널리 퍼짐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멜라민의 혼입 우려가 있는 중국산 분유, 우유, 유당 성분이 함유된 428개 제품 중 초콜릿, 빵, 과자류 등 402개 품목(94%)을 수거해 멜라민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총 10개 식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 또한 검사가 완료되지 않은 제품 148개, 검체를 수거하지 못한 제품 26개 등 148개와 이미 유통기한이 경과해 멜라민 함유 여부와 무관하게 판매할 수 없는 제품 32개, 총 216개를 판매금지처분을 내렸다.  
위의 식품들은 대부분이 중국산 우유를 수입해 사용했거나 현지 OEM주문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수입해 오는 업체의 제품들이다. 철저한 관리감독 없이 값이 싸다는 이유로 제품을 만들었기에 이와 같은 병폐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해태제과는 공식 사과문을 해당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미사랑 코코넛’과 더불어 멜라민이 함유된 식품 모두 리콜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중심으로만 리콜이 이루어져 동네 구석구석에 있는 중소형 마트, 문구점 등 사각지대까지 아직 손길이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과자류 외에도 식물성 커피 크림인 ‘베지터블 크림 파우더 F25’에서도 멜라민이 추가 검출됐다. 검출된 멜라민의 양은 1.5ppm으로 커피전문점 3곳과 커피용 자판기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청이 해당 업체의 제품 16톤을 압류 했지만 이미 25톤은 유통돼 일반 시민들의 몸속으로 들어간 상태다.
국립독성과학원 이효민 과장은 “인체로 유입됐을 경우 소량이라 소변을 통해 빠져 나가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신장이 약한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전북의 사료회사의 양어용 사료에서도 17ppm의 멜라민이 추가 검출되고, 군대에서 멜라민 함유 식품이 지속적으로 유통돼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주방용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 멜라민수지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3분 동안 사용한 결과 3개중 1개에서 1.3ppm이 검출됐고 5분 후 2.47ppm, 7분 후에는 5.26ppm까지 용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져 대한민국 역시 멜라민의 바다 속에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식품 수입 관리 철저해야….

멜라민 파동으로 인해 과자류의 호응은 떨어지고 커피 대신 차(茶)와 수제 쿠키 등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또 집에서 직접 과자나 간식거리를 만들기 위한 조리 도구나 분유 대신 모유를 수유하는 데 필요한 수유용품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이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과 경각심이 높아진 국민 스스로의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수입식품 유통관리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2007년 수입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입검사 체계를 강화하고 수입식품 관리의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 수입 전 단계, 수입통관단계, 통관 이후 유통단계를 구분해 검사 관리를 강화하고 사후 관리 역시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 9월 국회의 결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유통관리가 강화됐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단계의 수입식품 부적합률은 2007년 2,070건을 검사해 그 중 70건을 적발한 5.1% 현황을 보였다. 2006년에는 2,036건 중 61건, 2005년에는 1,748건 중 90건이 각각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에 비해 통과단계 수입식품 부적합률은 2007년에 0.54%, 2006년에는 0.39%, 2005년에는 0.44%로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황을 놓고 “통관단계에 비해 유통단계의 부적합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사후관리 부실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자사제품의 제조를 위해 원료용으로 수입한 식품에 대해서는 서류검사만 하도록 규정돼 있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에 발생한 ‘생쥐머리 새우깡’ 사건도 수입된 새우깡 원료에 대한 관리 소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멜라민과 같은 수입원료 가공품은 식약청 유통관리대상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수거검사 대상으로 확인됐다. 이들 식품의 안전성을 제조업체의 ‘자가품질검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정한 눈으로 해야 할 품질검사가 제조업체의 자율에 맡겨졌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수입식품의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통관단계 검사강화도 중요하지만 통관 뒤 유통단계에서 수입식품 관리도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어 수입식품관리 사각지대를 없애고 수입업자에 대한 벌칙과 업체의 자가품질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통단계 수입식품관리 책임을 맡는 지방식약청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수입식품 유통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입식품 관리가 허술한 또다른 이유는 식품안전과 관련된 감독 부처와 관리대상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기가 50% 이상 들어간 햄은 농림부가 관리하고, 고기가 50%미만 들어간 소시지는 식약청이 담당한다. 또한 우유가 들어있는 아이스크림과 들어있지 않은 아이스 바가 따로 관리되고, 분유는 농림부가, 분유를 재료로 사용한 과자류는 식약청 담당인 것이다. 또 먹는 물은 환경부가, 술은 국세청, 학교 급식은 교육부, 소금은 지식경제부가 제각기 관리하며 현장 지도감독은 각 지자체 소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기혜 박사는 “각 부처가 유해정보에 대한 각각의 채널은 갖고 있지만 공유가 되지 않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식품인데도 불구하고 감독 부처가 제각각 달라 어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재빨리 대응하지 못해 문제를 더 키우는 셈이 되는 것이다. 주변국에서 유해식품 정보가 들어와도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국민들에게 알리기 어려운 구조로 돼있어 혼란만을 야기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들 속에서 식약청은 급한 불을 끄고자 여러 대응책을 내놨다.
유제품을 함유한 중국산 식품에 대한 잠정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고 이후 판매금지 제품에 대한 D/B를 구축하며, 사진과 제품 정보를 인터넷과 판매점 등에 제공해 더 이상 소비자가 구매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동시에 판매금지 제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 등을 신고한 소비자에게 최고 30만 원의 신고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또한 식약청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알권리 및 식품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개별포장제품에 유통기한, 영양성분표시를 의무화 하고 소비자가 알기 쉽도록 수입제품임을 주 표시면 에 표시하도록 개선하는 등 현행 제도상의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도록 식품 표시기준을 개정하기로 입안예고 했다.
이밖에도 보건복지가족부,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인체에 유해한 물질에 대해 수입을 잠정 금지토록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과 농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위한 실무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식약청과 각 정부부처는 식품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무엇보다 식품안전대책이 일원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처별 임기응변식 처방으로 근본적인 먹을거리 안전대책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비자 안전의 관점에서 관리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국민들과 위험의 문제를 소통할 수 있는 독립되고 전문적인 하나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하루빨리 식품안전관리가 일원화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식품사고로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서 불신과 분노에 떨고 있다. 이전의 식품사고에도 역시 정부는 대안을 발표했고,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해 확실한 검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멜라민이라고 이름만 바꾼 채 또다시 국민들의 먹거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더 이상 안일한 대처로 국민들을 속이는 정책이 아닌 지켜줄 수 있는 정책을 신속히 내놔야 할 것이다.

글 | 장진희 기자 safe@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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