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김모(31, 남)씨는 복부, 가슴, 허벅지, 양쪽 팔에 3도 화상을 입고 화상전문 병원에 입원해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김씨는 밤이면 아픈 것은 둘째 치고, 그날 사고가 생각나 수면제를 먹고 자도 끔찍한 악몽과 함께 심한 두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이때까지 수도 없이 다쳐보고 몸이 아파 입원도 해봤지만 이만큼 힘든 고통은 없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여름이 시작되는 최근에는 따가우 햇살로 인해 병원 앞에 휠체어를 끌고 산책을 나가는 것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화상환자들에게 자외선은 반드시 피해야할 1차 경계대상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온 몸과 팔, 허벅지를 감싸 놓은 붕대 속 피부의 가려움은 어떻게든 참아 볼 수 있지만, 더운 여름을 견뎌내야 할 고통이 두렵기만 하다.

여름은 누군가에게는 여름휴가와 물놀이 등으로 기다리던 계절이지만 화상환자들에게는 고통을 더해주는 시즌이다. 위의 사례처럼 화상 환자에게 땡볕이 내려쬐는 여름은 온 몸을 완전무장하고 다니게 만드는 무서운 계절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3도 화상과 신체면적 20% 이상의 2도 화상, 노약자나 어린이의 화상, 얼굴, 손, 발, 회음부 및 관절부위의 화상, 전기화상, 화학화상, 흡입화상 등은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몇 일간의 입원 치료 후 퇴원을 하면 바깥의 모든 것이 화상환자들에겐 장애물이다. 햇빛은 물론 사람들의 눈빛까지도 이들에게는 큰 고통이다.
화상센터 전문의는 “자외선으로 인해 화상 부위가 색소 침착, 변색이 되는 경우가 많아 절대적으로 햇빛은 피해야 할 요소”라고 말하며, “압박 가멘트라는 붕대 역시 흉이 침착되는 시기에 흉을 구성하는 콜라겐들이 분해되는데, 이를 막기 위한 것인 만큼 꼭 착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체적인 고통과 사람들의 시선으로 상처받는 환자들에게 또 하나의 짐은 바로 ‘치료비용’이다.
워낙 잦은 수술과 내원, 장기치료가 필수인 만큼 그로인한 병원비를 감당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어쩌면 제일 큰 부담일지도 모른다.

흡입화상·내부 장기화상, 깊이 및 체표면적 상관없이 대상

보건복지부는 이처럼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화상환자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중증화상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비 부담을 경감해줄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라 시행되는 것으로 지난 7월 1일부터 중증화상환자는 기존 입원에 대해 20%, 외래 30∼60%였던 본인일부 부담금을 외래·입원 구분 없이 5% 해당하는 금액만을 부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몸통에 3도 이상 10% 면적 중증화상으로 A종합병원에 27일간 입원한 B씨에게 약 247만 원의 진료비가 청구됐다면, 기존에는 본인일부 부담금 20%가 적용돼 환자가 495,630원을 부담했어야 했지만 변화된 제도대로라면 123,9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중증 화상범위의 규정에 대해서는 대한화상학회·화상전문병원 등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했으며, 일반적으로 손상의 깊이와 면적으로 화상의 정도를 분류하지만 기능 및 일상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부위(안면부 등)는 손상의 깊이가 2도 이상인 경우와 흡입화상·내부 장기화상은 깊이 및 체표면적을 불문하고 중증화상으로 규정한다.

혜택 받기 위해서는 공단에 등록해야…

이와 같은 진료비 경감을 받기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에 ‘중증화상환자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을 하게 되면 등록일로부터 1년까지 본인일부부담금 5/100을 적용 받게 되며, 2010년 7월 1일 이전에 화상을 입은 자의 경우에도 현재 ‘중증 화상범위’에 해당하는 화상으로 치료 중인 환자라면 등록이 가능하다.
등록은 병원에서 ‘건강보험 산정특례 등록 신청서’를 발급 받아 가까운 공단지사를 방문하거나 팩스·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또한 EDI 시스템이 구축되는 11월 1일부터는 환자의 편의를 위해 요양기관에서 등록을 대행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한 복지부는 제도시행 초기 환자들이 등록을 위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제도를 홍보하기 위해 4달의 유예기간(10.7.1∼10.31)을 뒀으며, 유예기간 중에는 등록하지 않은 중증화상환자라도 진료비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증 화상환자는 화상관련 치료가 끝나더라도 외관상 흔적이 남아 심리적·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며, “이 제도를 통해 그분들의 물리적 어려움 뿐 아니라 심적인 고통도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생 고통을 짊어지고 갈 화상환자들에게 이번 제도가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복지부의 활발한 홍보활동 등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혜택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김승용 사회부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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