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을 쬐어 멸균한 원료를 사용한 이유식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한국소비자원과 공동 조사를 통해 국내 유통 이유식 36개 제품과 원료 105건에 대한 방사선 조사(照射) 여부를 확인해 남양유업·매일유업·일동후디스·파스퇴르 등 4개사 제품이 원료를 멸균·소독하는 과정에서 금지된 방사선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 적발된 제품은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받았고, 4개사는 해당 제품을 2009년 3월 1일자로 판매 중지하고 자진 회수 하기로 동의했다.                          

위해식품 회수율 19%
2010년 9월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지난해 영·유아식 위해식품 171톤이 미회수 됐다고 밝혔다.
곽 의원이 식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9년도 영·유아식 위해식품 회수 현황 표에 따르면 방사선을 쬔 원료가 혼입되거나 검출된 영·유아식 위해식품은 총 215톤으로 이 중 44톤(19%)만 회수됐다. 아직 171톤은 회수되지 않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해당업체 관계자는 “실제 회수 명령을 받은 시점에 이미 팔린 제품도 있어 회수율이 낮을 뿐, 해당 제품의 회수에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지만 곽 의원은 “업체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회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방사선 조사식품 먹어도 탈 없나?
방사선 조사는 식품에 감마선, X선 등을 쬐어 발아를 억제하고 숙도를 지연시킨다. 이는 식품의 보존성을 향상시키고 식품의 병원균·기생충·해충을 제거해 위생적인 식품을 제조·가공하는 방식이다. 일상생활에서 태양빛을 쬐어 눅눅한 이불을 말리는 건조·살균 방식과 전자레인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식품에 쬐는 것과 같은 원리다.

현재 방사선을 식품에 조사할 경우 방사선 잔류 위험성은 없다. 전 세계 52개국에서 250여 식품 품목에 대해 식중독균 제거와 병충해 방제 등의 목적으로 방사선을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감자·양파 등 26가지 채소류에 미생물 사멸하거나 살균하기 위해 방사선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 역시 현재 조사 기준에 따른 방사선 조사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방사선을 과잉 조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ACB(Alkyl Cyclobutanone)’라는 물질인데 금번 식약청의 조사에서는 ACB가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성장 발육기에 있는 영·유아용 이유식에 대해서는 완전한 영양성을 사전에 보장하기 위해 방사선이 조사된 원료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위해식품 유통문제 해결 어떻게?
식약청은 위해식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위해식품 판매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위해식품판매자동차단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식약청이 해당 제품을 위해식품으로 지정하면 대형 마트 등 판매시설에 이 사실이 입력돼 계산대에서 지정된 제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도입으로 2008년 26%였던 위해식품 회수율은 2009년 34%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0년 상반기에는 다시 28%로 떨어졌다.

시스템이 대형매장 위주로 설치돼 있어 아직 보급 안 된 작은 슈퍼 등에서 위해식품이 그대로 팔려 나타난 현상이다. 위해식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선 작은 슈퍼 등 취약지에도 시스템을 확대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식약청은 상습적으로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는 업체를 ‘특별관리업소’로 지정해놓고 점검하지 못한 관리 소홀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특별관리업소로 지정된 164개 업체 중 2010년 7월 현재 2회 이상 점검한 곳은 19개 업체뿐이었으며 한 차례도 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곳은 49개 업체나 됐다.

이처럼 유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식약청이 특별관리업소로 지정된 업체를 종전의 위반사항을 중심으로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회수방식을 업체 자진회수 방식에서 강제회수 방식으로 전환하고 수시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되는 업체를 관련 업계에서 퇴출하는 법들을 도입한다면 시중에 위해식품이 확산되는 걸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인하 경제부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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