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이 지난 하반기 전국 소방지휘관 회의에서 소방공무원의 3교대 근무제를 2012년에서 2년 앞당긴 2010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 모두의 염원인 3교대이지만, 이를 두고 성급하게 진행하는 허울뿐인 정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지난 달 본지에서는 ‘소방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 미지급금’에 대한 내용을 다룬 바 있다.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소방관들의 초과근무수당이 일부만 지급돼 소송을 건 것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지난 12월 1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소방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 지급 청구소송에 따른 특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009 하반기 전국 소방지휘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박연수 청장은 당초 2012년까지 계획됐던 소방관 3교대 전면시행을 2년 앞당긴 2010년까지 모두 마무리 해 실시키로 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현재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소방공무원은 주로 진압부서 직원들로 총 2만 6,335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3교대를 하고 있는 직원은 1만 434명(39.6%)에 불과하다. 나머지 1만 5,901명(60.4%)은 24시간 근무 뒤 24시간을 쉬는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방재청은 총 7,950명을 새롭게 충원해 모든 직원이 3교대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행정인력 감축을 통한 현업부서를 재배치하고, 119안전센터 인력 재조정 및 지역대 통·폐합, 격무부서외 지역의 경우 ‘전담의용소방대’를 확대해 소방 3교대 실시율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너무 성급한 판단으로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제는 바로 부족한 예산에 있다.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 예상, 실질적 대안 마련 촉구

소방방재청은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올 신규채용 규모를 최대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규채용만으로 3교대 근무인원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한 해에 이뤄지는 소방공무원 채용인원은 1,200~1,500명 수준이었고, 소방방재청이 채용을 늘린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호응하지 않는다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지난 2008년의 경우 방재청은 총 2,228명의 충원계획을 밝혔지만, 실제로 지자체가 채용한 인원은 전체의 57%인 1,222명에 그쳤다.
이렇게 지방자치단체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예산안 때문이다. 인력충원과 예산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 될 경우 일선 소방공무원의 업무는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이에 소방서는 물론 각 도에서 조차 ‘예산이 부족하다’며 3교대 시행에 비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경기도 내 34개 소방서와 171개소 119안전지역대에는 소방공무원 5,43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4,293명이 교대근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중 3교대 근무 인력은 13.1%인 563명에 불과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
도는 3교대 근무 확대를 위해 지난해 초 273명의 소방공무원을 충원할 계획이었지만 예산이 부족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8명만 충원하겠다고 밝혔고, 이마저도 올 3월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소방 예산은 총 2조4천억 원으로 소방방재청 572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2조3,428억 원은 모두 지방비에서 충당하고 있다. 그 중 국고보조금은 275억 원으로 지방비 총액에 1.2%에 불과하다.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는 소방사무에 대한 국비지원이 어려워 지고, 대형사고 발생 시 단편적으로만 재원을 투입해 3교대 인력확보나 소방장비 현대화 등 소요재원 마련에 곤란을 겪는 실정이다.
OECD 주요국의 소방안전분야 국비 부담 현황을 살펴보면 뉴질랜드 100%, 이스라엘 92.4%, 덴마크 90.9%, 폴란드 90.8%, 일본 17.7%, 미국 15.9%로 평균 국고지원율이 67%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비지원은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예산당국은 소방분야의 경우 지방사무임으로 지자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소방공무원 채용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인 ‘지방소방재정을 위한 특별법’을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이 지난해 2월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계류 중이며, 민주당 이용삼 의원 외 12명은 ‘소방안전기금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지난 7월 발의했으나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신규채용 외에도 소방인력을 재배치 할 계획이라는 소방방재청은 지역대를 통·폐합하고 전담의용소방대로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소방서비스를 약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화재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 더 큰 위험으로 다가 올 수 있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다.
소방공무원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는 가장 소중한 존재다. 그런 그들의 복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방방재청은 이번 3교대 시행을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들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확실한 대안을 보여주길 바란다.

글| 장진희 기자 jjh7060@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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