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가을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신종인플루엔자(이하 신종플루)’의 공포에 말 그대로 벌벌 떨어야 했다.
지난 2009년 11월 12일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신종플루 감염자는 48만2천300명이었으며, 사망자 또한 약 6천 명가량으로 밝혀졌다. 그 피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1월 28일 기준으로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수는 21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약 6개월여가 지난 지금 국내외 모두 신종인플루엔자의 피해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영유아의 경우 사망이 이를 수도…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그 뒤를 이을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백일해(Pertussis)’가 바로 그것이다.
백일해(Pertussis)는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데서 유래됐으며 쉽게 말해 일반적인 기침이 숨을 내쉴 때 나오는 반면, 숨을 들이마실 때 기침을 하는 현상을 말한다.
백일해가 위험한 이유는 숨을 들이 마실 때 기침을 하기 때문에 압력 충돌로 폐 손상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심할 경우 폐렴, 폐출혈, 뇌출혈 등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영아의 경우 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예방접종 덕분에 그동안 전무하다시피 했던 백일해 환자가 2000년대 들어 연간 12∼3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다가 지난해 66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백일해 진단 자체가 집계되지 않는 경우가가 많아 조사된 숫자보다 백일해 환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일해 진단을 위해서는 혈청검사를 하게 되지만 국내의 경우 이 검사 자체가 통일이 돼 있지 않고, 백일해 질환 자체를 접해 본 적이 없는 의사의 경우 기침 등의 증상만으로 백일해를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전문의들은 수치상으로 집계된 백일해 환자의 실제 수치는 10배 가량 높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백일해의 경우 이미 예방접종 가능 질병이다. 지금에 와서 갑자기 감염자의 수가 증가하는 등 논란이 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노피파스퇴르의 데이비드 존스 박사(미국 전염병정책위원장)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이뤄진 과거 역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일해는 3∼5년 주기로 늘었다 줄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40년 영유아 대상 예방 접종이 시작된 이후 백일해 발생이 크게 줄었다가 25년 전부터는 특히 청소년과 성인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2004년에는 미국에서 2만5,000여명의 환자가 보고돼 절정을 이뤘다.
이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력이 평생 동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추가접종(booster)을 통해 면역력을 다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청소년기 이후 연령대의 사람들이 백일해에 감염된 줄 모르고 계속 기침을 하기 때문에 특히 기본접종을 완전히 끝내지 못한 6개월 미만 영아에게 감염의 원인을 제공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3년 전 연구에서 102명의 만성기침 환자 중 3명이 백일해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고, 얼마 전 입원환자 5명의 가족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5명 사례 모두에서 가족구성원 중 누군가는 백일해에 감염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백일해에 대한 논란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국내외 백일해 접종에 대한 권고사항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추가 예방백신 접종 필요

본래 국가필수예방접종 프로그램은 생후 2개월부터 5차례에 걸쳐 기본접종(Dtap)을 실시한 뒤, 11∼12세에 디프테리아와 파상풍 예방백신(Td)을 1회 추가로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백일해의 경우 국내 감염 사례가 많지 않아 추가접종에서 제외됐는데, 최근 보고율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조만간 Td백신을 Tdap(백일해)백신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백일해의 유행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실제로 백신을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성인의 Tdap백신 접종률은 약 10%로, 2007년 2.1% 보다는 올라갔지만 청소년 접종률인 40.8%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성인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의료인들이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것이다.
또 과거 백신 접종률이 떨어졌을 때 백일해 환자가 크게 늘어난 바 있다며, 여러 연구에서 기초접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혀진 만큼 청소년과 성인들도 백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DTP백신이 국내의 도입되기 전인 1958년 이전 출생자들은 특히 Tdap백신을 접종해야하며, 이에 더해 장기적으로는 균의 다형화가 일어나는 백일해의 특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유형의 백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연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의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나, 그것을 비웃듯이 전혀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와 백일해와 같이 잊혀졌던 병균이 새로운 형태로 우리에게 재 침범을 시도하기도 한다.
신종인플루엔자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다. 백일해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일지 간음할 수는 없지만 미리 예방하는 것이 또다시 내 가족과 이웃을 잃지 않는 최고의 방법인 것만은 확실하다.  

글| 차미경 기자 c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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