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었다. 가뜩이나 조금씩 설 자리를 잃어가는 흡연자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날임이 분명했다.
모든 실내 공공장소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담배를 피우려면 흡연구역으로 가야하며, 전철승강장도 금연구역이 된지 오래고 버스정류장에서 조차 담배를 피우려면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게다가 일명 ‘길담’이라고 불리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대해서도 규제하는 법안이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 기본적인 계기의 첫 번째는 국민들의 인식 변화다. 담배는 폐암의 원인이 되고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임신 중인 여성과 태아에게는 특히 해롭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8월까지 담배규제기본협약 관련법 개정해야…

더욱이 지난 2005년 우리나라는 WHO(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비준했으며, 2007년 FCTC의 가이드라인 개발을 완료, 2008년 이후 간사국으로서 FCTC 의정서 개발에 참여 중인 것이 이러한 변화에 큰 역량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FCTC 가이드라인에는 ▲담뱃값에 흡연 경고그림 표시 의무화 ▲실내 공공장소 금연 구역화 ▲담배 상표에 마일드·라이트 등 문구 금지 ▲담배광고 및 후원의 포괄적 금지 ▲소매점의 담배 진열판매 금지 ▲자판기 판매 금지 등을 담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가 비준한 FCTC는 이후 90일의 기간을 거쳐 이행의무가 부여됐으며, 이중 담배 광고, 판촉, 후원 규제는 협약 발효 후 5년 이내에 관련법을 개정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오는 8월까지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27일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 비준 5주년 기념 자료집을 발간·배포하는 등 본격적인 홍보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개정 만료 기간을 앞두고 급한 불끄기 식으로 처리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흡연자율 줄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심각

이미 지난 2008년 8월 허천 의원 등 12명과 원희목 의원 등 25명이 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이어 지난해 9월 이명수 의원 등 18명이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장제원 의원은 현행 담배광고의 가능횟수를 연간 10회 이내로 축소하고 담배제품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의 담배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전했으며, 전현의 의원은 “담배광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담배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해 무분별한 담배광고를 제한해야한다”고 개정안을 제출했었다.
하지만 국회는 이 같은 법 개정 요구를 계류만 시켜오다 본회의에 올리지도 않은 채 4월 23일 위원회 대안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날 결정된 바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흡연으로 인한 피해 방지와 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조례로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고가는 관할 구역 안의 일정한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렇게 지정된 금연구역에서 흡연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정도 수준으로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최은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편의점 등 다양한 담배판매점에서 담배광고를 허용하는 상황에서는 청소년대상 담배판매규제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하며, 담배광고, 판촉 규제가 서둘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07년 45%에서 2008년 47.7%로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2007년을 기준으로 한 주요 선진국의 흡연율은 미국 17.1%, 영국 22%, 오스트리아 18%, 캐나다 20% 등 우리나라보다 크게 낮을 뿐 아니라 우리의 경우 여성 흡연율의 경우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7.4% 까지 증가했다.
국내 성인 흡연율이 예년에 비해 감소하고 있으며, 그 인식도 늘어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FCTC 가입한 부분은 환영 할 만하지만 민영 담배회사는 물론 정부까지도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행의무 기한이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해 보인다. 이런식이라면 선진국 수준의 금연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비난했다.
담배는 백해무익(百害無益)이라는 말은 이제 진리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많은 흡연자들 역시 금연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정책 이행으로 8월 개정안이 흡연자들에게는 금연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의지를 주고, 비흡연자들에게는 담배냄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는 WIN-WIN 효과를 주길 기대해 본다.

글 | 차미경 기자 c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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