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10월부터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다. 그런데 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G20정상회의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세계 주요 20개국을 비롯해 초청국 15개국 등 총 35개국의 정상이 참석하는 국제적 행사다. 이런 대규모 국제행사는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으며, 반세계화 원정 시위대의 입국 등 조직적인 반대시위가 예상됨에 따라 이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게 된 것이다. 이 특별법은 G20 정상회의 경호업무 수행에 관한 내용을 여타의 법령보다 우선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경호안전통제단을 설치하고 통제단의 검문·검색 권한도 강화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특별법에 따르면 안보와 질서유지라는 이유로 개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그 어떤 집회와 시위도 제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통제와 제한의 기준을 ‘통제단장이 경호안전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어 통제단의 권한 남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법 시행을 앞둔 지금까지도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이 갑론을박을 벌이며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어느 하나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두 개의 명분, ‘국가안보’와 ‘개인의 자유’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에서는 ‘테러방지법’이라는 오랜 과제가 추이를 살피는 중이다.  


테러방지법, 수면 위로 떠오르나

국내에서 테러방지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9·11테러 직후였다.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이후 미국은 물론 캐나다, 영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적으로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런 흐름을 타고 우리나라도 테러방지법 입법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있다.
2001년 11월 12일 국가정보원의 발의로 ‘테러방지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당시, 이 법안은 주무부서로 권한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인권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심사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제16대 국회의원의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후 제17대 국회에서 ‘태러대응체계의확립과 대테러활동등에관한법률안’, ‘테러방지및피해보전에관한법률안’,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 등 세 건의 테러방지법안이 제출되었지만 제17대 국회의원의 임기만료도 또다시 유야무야됐다. 2008년 10월 제18대 국회에서 발의된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안(제3차 테러방지법안)’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때에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이라는 이름의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행사인 만큼, 국가안보 쪽에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 11월 15일까지만 효력을 발휘하는 한시법이기는 하지만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은 오랜 기간 국회 문을 두드려온 테러방지법의 입법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과거 망령 떨쳐낼 심도 있는 방안 모색해야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시스템으로도 얼마든지 테러에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국가정보원, 경찰청, 행정각부 등에서 테러 관련 정책을 수립·운영하고 있으며, 1997년 제정된 ‘통합방위법’이 테러방지법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범위조차 명확치 않은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반면 테러방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분산되어 있는 대테러 시스템으로는 테러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관리한다 하더라도 정보를 통합해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법체제로는 무차별적 테러, 독가스에 의한 환경테러, 병원체를 이용한 신종 테러 등 날로 진화해가는 국제테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대립의 현장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바라보면 사실상 현 대테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큰 이견이 없다. 단지 방법상의 문제 때문에 각계에서 우려와 경계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한다는(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는 테러방지법의 기본 전제임과 동시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특히 과거의 경험을 통해 한 개인과 기관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특성상 정치적 관점에서의 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사회적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누구나 필요성은 느끼지만 방법상의 문제가 원인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대테러 시스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아직 그 개념조차 모호한 ‘테러’의 기준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그 후에 다양한 각도에서 세부적인 검토를 통해 국내 실정에 적합한 대테러 시스템을 구축해간다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대립과 반발도 결국엔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글 | 김수희 기자 arche@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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