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 눈’ 과태료 부과 유보키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겨울철 재해대책기간을 맞아 지난 12월 1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총력 대응체제를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11월 30일에는 중앙부처가 참석한 회의를 개최해 「‘10년 겨울철 설해대책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폭설 시 관계부처와 함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학교 등·하교시간 조정, 도로 취약구간 교통통제, 지하철 증편·연장운행을 실시하는 등 다각도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신속한 응급복구 및 제설 지원을 위해 군부대·경찰·민간봉사단체는 물론 민방위대원을 동원하며, 정부전광판·홈페이지·신문지면 등 다양한 홍보방법을 활용해 ‘내 집 내 점포 앞 눈 치우기’와 ‘대중교통이용’을 집중 홍보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내 집 내 점포 앞 눈 치우기’는 당초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던 항목이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7월 건축물의 소유자와 점유자 또는 관리자가 관리 중인 건축물 주변 보도, 이면도로 및 보행자 전용도로에 대한 제설·제빙 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자연재해대책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었다.
처음 관련 규정을 마련할 때 국민의 부담을 고려해 제외했던 처벌 규정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이제는 억지로라도 국민 각자가 집 앞 눈을 치우도록 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과태료에 의지한 강제는 탁상행정이다’라는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내 집 앞 눈 치우기’의 과태료 규정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소방방재청은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고, 결국 극심한 반대여론에 밀려 과태료 부과 방안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이에 대한 찬반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 가량이 과태료 부과 조항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씁쓸한 ‘내 집 앞 눈’ 과태료 논란

소방방재청이 집 앞 눈을 치우지 않는 사람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적 계기는 2010년 1월 갑작스레 닥친 폭설이었다. 당시 교통이 마비되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심각해지자 여론은 정부의 방재대책을 문제 삼았다.
이후 소방방재청에서 자연재해대책법에 벌칙 조항을 개정해 내 집·점포 앞 눈 치우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내 집·점포 앞 눈을 치우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소식에 여론은 또 다시 비난을 쏟아부었다. 이들은 “폭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가 자기반성은 하지 않고 제설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려 한다.”며 과태료 신설 조항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과태료를 언급하기 전에 현장 공무원 비상조치 체계를 구축하고 제설장비를 확충한 후 캠페인 등을 통해 국민협조를 이끌어냈어야 했다는 비판은 일면 타당하다. 국민정서를 고려한다면 ‘내 집·점포 앞 눈 치우기’ 과태료 조항 신설 계획은 분명 무리수였다. 그렇지만 소방방재청이 왜 그런 무리수를 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는 제설작업을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담당기관이 정해진 시간 내에 집 앞과 골목 구석구석에 쌓인 눈까지 모두 치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내 집·점포 앞 눈 치우기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조례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내 집·점포 앞 눈 치우기 조례’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해 일부에서는 홍보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심지어 폭설이 내릴 당시 정부에서 주민들의 제설작업을 적극적으로 독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었다. 과거에는 눈이 내리면 집 앞에 쌓인 눈을 쓸어내던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내 집 앞에 쌓인 눈도 누군가 권유하고 재촉해야 치우는 씁쓸한 시대가 됐다.
눈이 쌓이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미끄러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집 앞 눈을 치우는 일은 주민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정부가 주민들의 제설작업을 독려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모순이다. 자기반성이 없다며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우리의 국민의식은 충분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는지 의문이다. 지난 12월 눈이 내렸을 때에도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는 사람은 드물었다.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할퀴며 상처를 낸 ‘내 집·점포 앞 눈 치우기’ 과태료 논란은 결국 흉터로 남았다. 관(官)은 꼭 과태료 부과라는 무리한 카드를 사용해야 했는지, 민(民)은 왜 자율을 운운하며 관(官)이 모든 것을 해결하길 바라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이 흉터를 지우기 위해서는 발전적 논의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져야 한다. 늘 반복되는 말이지만, 우리사회는 쳇바퀴를 돌아 또다시 원점에 서있다.

 

김민정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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