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산업화시대의 주된 노동인력이었던 청소년은 20세기를 거치면서 점차 일터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때문에 청소년은 노동자의 권리 향상에 대한 논의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라는 이름으로 노동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들은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노동현장에서 ‘약자’로 살아간다.  

사 례 1
(18세/남/음식점 서빙)
일이 너무 힘든데 돈을 너무 적게 준다.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데, 무거운 것을 들고 나르는 일에 비해 돈을 너무 적게 준다.

처음에 들어갈 때 지급하겠다는 돈을 주기는 하는데, 일에 비해 너무 적었다. 처음부터 너무 적은 급여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하루 5~6시간 일했지만 한 달 급여는 한 30만 원 수준이었다.

근로기준법, 노동법 등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휴일에 일할 때 시급의 1.5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몰랐다.

점심은 제공했으나 따로 식사시간이 정해져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바쁜 일이 끝나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사 례 2
(18세/남/패스트푸드점 주방 및 서빙)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고 있다. 그다지 불만은 없다.
시급은 3,550원이었는데 오래 일해서 시급이 오른 경우고, 시급은 각각 다르다. 올해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평일의 경우 학교 끝나고 바로 가서 11시까지, 주말에는 3시부터 11시까지다.

장사가 잘 안 돼서 일이 많지 않은 날은 퇴근 카드를 조금 일찍 찍는데, 퇴근카드를 찍고 난 후에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급이 계산되지 않는다. 지각하면 시급이 깎이고, 퇴근카드를 일찍 찍으면서 또 시급이 깎인다.

부당노동행위로 신고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큰 사고를 입은 적은 없지만 조금 베이거나 가벼운 화상을 입은 적은 있다. 토마토 같은 것을 썰기 위해 칼질을 하다가 베이기도 한다. 주방장이 따로 없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이 주방일까지 다 한다.

일을 하다 다칠 경우 점장이 처리해주기도 하지만, 가벼운 부상은 스스로 알아서 치료한다. 대부분 일이 힘들거나 자기 시간이 필요해지면 그만두는데, 그만둔다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청소년 노동인권 침해

한 시민단체에서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실태를 조사 한 결과 상당수 청소년들이 일자리에서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
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사 응답자의 45.7%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그 중 31.4%가 하루 9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18세 미만자의 법적 근로시간인 1일 7시간에서 2시간이나 초과한 것이다. 아르바이트 청소년은 대부분 서빙 등의 업무를 하는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각종 배달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급여를 시급으로 받는다고 대답한 이들의 평균 시급은 4,600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지만, 월급으로 급여를 받았다고 대답한 이들은 대부분 주당 근무시간이 30시간을 초과함에도 불구하고 평균 임금은 54만원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 중 12.7%는 그마저도 제 때 받지 못했다.

근로계약서에 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15.7%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문서로 받았다고 대답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나 문서로 받지 못한 이들까지 포함한다 해도 전체 응답자의 26.5%만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여나 근로시간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이 일자리에서 폭력과 욕설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사고로 부상을 입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설문 응답자 중 21.6%는 조롱이나 욕설을 들어본 적이 있으며,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경우도 4.7%나 됐다. 성희롱과 성폭력을 경험한 이들도 각각 2.7%와 1.6%로 조사됐다.

일을 하면서 사고를 경험한 사례는 16.7%로 조사됐다. 사고의 유형은 교통사고(48.2%)와 화상(33.9%)이 가장 많았는데, 교통사고는 배달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많이 발생했고, 화상은 패스트푸드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많이 발생했다.

청소년 고용 사업장 2/3가 노동법 위반

노동부에서는 매년 아르바이트 청소년이 증가하는 방학기간 동안 아르바이트생 다수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소근로자 보호에 관한 노동관계법 준수여부를 점검하고 있는데, 매 점검 때마다 연소근로자 고용 사업장의 2/3 가량이 노동법 위반으로 적발된다.

지난 여름방학)에도 일반음식점,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등 600개 사업장을 점검한 결과, 410개 사업장에서 715건의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주요 위반 내용은 △근로조건 미명시 △연소자증명서 미비치 △최저임금 위반 △야간근로금지 위반 △근로시간 위반 △연장야간수당 미지급 등이었다.

이에 노동부는 「연소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와 「친권자(후견인) 동의서」 표준양식을 개정근로기준법에 맞춰 사업장 규모별로 제작, 노동부 홈페이지 게시하고 자발적인 준수를 권고했다.

또 청소년 고용 관련 단체·기업 등에 배포하며 연소근로자에 대한 법 위반 사례가 근절되도록 지속적으로 지도·점검하는 동시에 청소년과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형식적 점검만 반복, 실질적 대책은 미흡

그러나 연소근로자 보호에 관한 노동관계법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것은 실질적인 개선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청소년 고용업소의 자율적인 준법을 유도하지도 못했고, 위반 사항이 적발되더라도 시정조치를 명할 뿐이어서 강제력도 없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점검에서도 사법처리를 받은 업소는 단 한 곳뿐이었다.
  
최근 3회 점검 결과만 봐도 연소근로자 보호에 관한 노동관계법 위반율은 64.8%(2006. 1), 68.7%(2007. 1), 68.3%(2007. 7~8)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노동부는 형식적인 점검만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의 점검방식으로는 청소년이 일자리에서 경험한 폭력이나 사고·부상 등의 위협을 알아채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장에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원칙적 금지’ 방패삼은 무관심

최근 청소년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관련 제도가 상당히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노동자와 별개로 인식하고 있어 학교에 적을 둔 ‘학생’ 노동자가 아닌, ‘청소년’ 노동자를 위한 노력은 아직 미미하다.

현행 법률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청소년 노동자에게도 성인 노동자와 동등한 법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사회 경험이 거의 없는 청소년들은 관련 법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뿐더러, 설사 알고 있다 하더라도 사업주에게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기 힘들다.

취재 도중 만나본 한 사업주는 “성인하고 똑같은 돈 주고, 똑같이 대우하라고 하면 누가 애들 쓰겠냐. 특히 요즘 같은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애들이 많아 시급을 적게 줘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넘쳐난다”며 현실적으로 청소년 노동권이 향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원칙적 금지’라는 말을 앞세워 청소년의 노동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 연소근로자 고용업소를 대상으로 한 현장점검·조사를 제외하면, 일하는 청소년 보호정책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수치와 법률에 매여 헛도는 관심

정부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청소년의 노동권 향상을 주장하는 시민단체·기관도 수치와 법률에 매달리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청소년 노동권 관련 단체·기관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나 성명서 중 일부는 자체조사도 없이 과거에 발표된 자료를 그대로 삽입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지난해의 최저임금을 언급하거나, 이미 개정된 법률이나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례로 전문계고등학교의 현장실습 폐지를 주장한 한 시민단체는 실업계고교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이 마련된 2006년 이전의 사례들을 언급하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현장실습 폐지론을 펼치고 있는 그 단체조차도 현장실습제도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어떤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연소근로자에 대한 법률이 상당 수준으로 정비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위법률을 해소할 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해외의 청소년 노동 관련 제도를 제시하며 단속을 강화하고 법률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기도 한다.

최소한의 권리 찾기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청소년 노동안전보건에 관한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 10명 중 7명은 일을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노동자의 권리 등 노동안전보건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장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기본적인 노동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수준과 근로시간 위반과 같은 위법 사항은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겠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폭력과 사고로 인한 부상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각 학교 내부적으로도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교장·교감 2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7.8%가 학교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매우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응답자의 82.9%는 교원 연수과정에서 노사관계 관련 교육을 정규과정으로 편입하는 데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담당(사회과) 교사들의 노사관계·노동문제에 대한 이해수준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일 교수 역시 “노동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전문성이 학교노동교육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됐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관련 전문 강의를 개설하거나 교재를 발간하는 데 각별한 관심과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 노동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인식 변화가 필수적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연소근로자 보호에 관한 노동관계법 준수여부 점검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효과를 지속시키지 못하는 일회성 점검을 반복하며 ‘노동부 홈페이지에 연소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나 친권자(후견인) 동의서 서식 등을 게시했으니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활용하라’는 식으로 방관했기 때문이다.

국내 노동시장이 비정규직법이나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 잦은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탓인지 청소년 노동권 문제는 한 발짝 뒤로 밀려난 듯한 분위기지만, 청소년의 노동은 사회화 과정이며, 동시에 교육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모쪼록 모든 청소년이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기대한다.

박선기 기자

담당자  wnes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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