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문화재란 고고학·선사학·역사학·문학·예술·과학·종교·민속·생활양식 등에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인류 문화 활동의 소산(所産)을 뜻한다. 국내 문화재 역시 다양하게 산재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문화유적지인 경복궁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관광 시 필수코스로 여겨질 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에 자리한 경복궁은 조선시대의 정궐로 하늘이 내린 큰 복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사적 제117호로 선정된 경복궁은 193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으로써 북으로는 북악산을 기대어 자리 잡았고，정문인 광화문 앞으로는 넓은 육조거리(지금의 세종로)가 펼쳐져，왕도인 한양의 중심이었다. 그 연장선 위에 근정전，사정전，강녕전 등 주요한 궁궐건물들을 일렬로 놓아，왕조국가인 조선의 상징 축으로 삼았다. 이후 확장과 중건을 거듭하다 1592년에 임진왜란으로 인해 전소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270여년이 지난 1867년에 이르러서야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330여동의 건물들이 빼곡이 들어선 웅장한 모습으로 중건됐다.

재건된 경복궁은 고대 중국의 예법을 조선 왕실의 전통 및 현실과 조화시켜 전체적으로는 규칙적 배치를 따르면서 부분적인 변화와 파격을 가미했고，14만평의 광활한 대지에 약330여 동의 건물을 지어 하나의 작은 도시를 이뤘다. 중심부에 정무공간을 두고，좌우 뒤편으로 왕족의 생활공간과 곳곳에 정원시설들을 배열했다. 그러나 국권의 상징이었던 경복궁은 일제강점기때 계획적으로 훼철돼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를 개최한다는 명목으로 주요전각 몇 채를 제외한 나머지 90% 이상이 헐리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1990년부터 본격적인 복원사업을 추진해 총독부 청사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원래의 흥례문과 행각을 복원했으며，왕과 왕비의 침전 및 왕세자가 기거한 동궁도 다시 세워 조선 왕조의 법궁으로서 제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지속적인 관리와 보수작업을 통해 경복궁이 제 모습을 찾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경복궁관리소 직원들과 박종갑 경복궁관리소장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종갑 관리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복궁의 아름다움과 6월부터 치러질 문화행사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했다. “문화재 관리를 위해 문화재청에 입문한 지 어느덧 30년이 지났습니다.문화재 보수 현장을 다니면서 각종 고건물과 석조물을 다뤘고，성곽의 보수를 통해 제 모습을 찾을 때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우연치 않게 제 손길이 닿은 현장을 지나가게 될 때면，직업에 대한 자긍심도 생기고，자손들에게도 좋은 학습효과를 주고 있음에 많은 매력을 느낍니다. 경복궁은 거의 매 주마다 국가적인 문화행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6월부터는 기획행사들이 계획돼 있는데，우선 경복궁 자경전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차 보급과 궁중다례 문화 및 체험을 위한 ‘전통다례체험행사’가 시작됩니다. 6월5일부터 시작해 10월까지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진행될 계획입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전통예술의 원형 재현을 통한 품격 있는 콘텐츠 개발과 유형문화자산인 고궁·전통예술 콘텐츠를 연계해 관광자원화를 위한 사업으로 경복궁 수정전에서 ‛궁중연향’ 재현행사가 진행될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의 방문을 바라며，경복궁을 다시 한 번 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체계적인 관리 수립으로 안전하게 지킨다
경복궁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재로서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때문에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고，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방화관리전문업체 및 전기안전공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해 화재취약지역 및 시설에 대한 매월 정기점검을 실시，화재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있다. 또한，전문적인 화재예방활동을 위한 소방관 출신의 인력을 채용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위험물질보관함 설치 ▲경내 화기사용 금지 및 금연조치 ▲LPG 등 위험물질 제거 ▲유류를 사용하는 난방기구 철거 등의 화재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울러 화재감지기와 워터미스트 설비，소방살수차 등 최신 소방설비들을 대폭 확충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조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있어 더욱 안전하다. 이외에도 비상상황에 대비해 매년 2회 이상 종로소방서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소방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매월 정기적으로 옥외소화전，소화기，소방살수차 등 경내 소화시설을 경복궁 직원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운용할 수 있도록 실습 위주로 교육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각심 고취는 물론 화재 시 직원들의 초기대응 능력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박종갑 경복궁 관리소장에게 화재예방책 외에도 불특정다수인의 잦은 출입으로 언제 발생 할지 모르는 안전사고와 테러에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경복궁 내 관리인원만 100여명이 넘습니다. 또한 경복궁이 자리한 종로는 국가적 중요관리시설이 밀집한 특수지역으로 202 전경들이 분포돼 있어 테러 위험에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지요. 경복궁을 방문한 관람객은 2009년 한해 310만 명으로 이중 외국인이 약 12만 명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궁에 비해 관람객이 많다 보니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비해 경내 주요 전각 및 중요지점의 초소에 상주 근무자를 배치하고 있으며，경복궁 전역에 CCTV 139대와 침입감지기를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이를 운용하기 위해 전문 인력도 별도로 채용해 각종 안전사고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목조건물은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초기대응이 되지 않으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닙니다. 더욱 안전한 경복궁을 위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대한민국 문화재를 위하여
최근 국내 목조문화재의 37%가 화재경보 시스템이 미설치 됐다는 보고가 제기됐다. 지난 숭례문 화재，여수의 향일암 화재 등으로 인해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높아지면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박종갑 관리소장은 현재 경복궁을 포함한 5개 궁인 종묘，창덕궁，덕수궁，창경궁은 소방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문화재에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못한 것은 일부 훼손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예산을 확보했으며，소방 예방방재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올 3월 소방시설을 완료했습니다. 이후 13개 능에도 화재 예방시설이 도입될 계획입니다. 물론 예산이 풍족해 모든 문화재에 동시 설치하면 좋겠지만，형편상 점차적으로 설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문화재청에서는 화재예방을 위한 시스템 구축사업 예산확보에 노력하고 있고，그 결과 상당부분 진척이 있는 것이 사실이며，머지않아 모든 목조문화재에 화재경보시스템이 설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속적인 문화재 보호를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펼치겠다는 박종갑 관리소장은 경복궁을 더욱 아름답고，안전하게 가꿔나가기 위한 멋진 포부를 밝혔다. “경복궁은 조선왕조 으뜸인 법궁으로 모든 면에서 으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문화재의 훼손이 없도록 철저히 보존·관리해 이제는 바라만보는 근엄한 문화재가 아닌，관람객이 직접 체험함으로써 으뜸궁궐의 면모를 느끼고，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친근한 문화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친근하고 소중한 것을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 마음입니다. 경복궁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전 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경복궁을 잘 보존하고 활용해 선조들의 지혜와 자긍심을 후손에게까지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박종갑 경복궁관리소장．더욱 안전한 관리로 향후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인정받는 문화유산지킴이로의 발전을 기원한다.

황영웅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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