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공감하지만 부담 잇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전국 병·의원, 약국을 대상으로 DUR(Drug Utilization Review)을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DUR이란 의약품 처방 조제지원 시스템으로써 의원 및 약국은 올해 3월 31일까지, 병원급 이상은 12월 31까지 확대 실시된다.

기존에는 환자가 A라는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B라는 약국에서 약을 짓고, C병원에서 처방을 또 받아 D약국에서 약을 지으면 A, B, C, D 각각의 요양기관에서는 이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알지 못하므로 병용금기, 임부금기, 연령금기 등의 점검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DUR 시스템은 각각의 처방·조제정보가 실시간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DB에 전송된다. 의사는 진료하고 처방할 때 안전에 문제되는 약은 없는지 DUR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며, 약사는 조제하기 전에 처방내역을 다시 한 번 DUR 시스템을 통해 확인 후 약을 조제한다.

심평원에서는 각 병원·약국에서 처방·조제 시에 전송한 의약품 내용을 환자가 기존에 처방·조제 받아 현재 남아 있는 약과 비교해 함께 먹어서는 안 되는 약이 있는지, 같은 약이 중복되는지 등을 알려준다. 보건복지부는 DUR 확대 실시를 통해 의약품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고, 중복 투약이 줄어들어 국민건강 증진은 물론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한병원협회는 보건복지부의 DUR 전국 확대 시행과 관련해 “DUR의 취지는 공감하나 12월 전국 확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DUR 도입취지에는 공감한다는 것이 병원협회의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개별병원이 DUR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따른 방화벽 설치 등 비용부담이 크고, 진료정보 유출 및 외래환자의 진료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DUR 전국 확대 시행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의사가 처방정보를 입력한 후 심평원의 처방 정보를 한 번 거치고 오기 때문에 기존보다는 시간이 더 소요된다. 만약 팝업창이 뜨는 경우와 화면정지 상황이 추가되면 환자의 대기시간은 더 길어지게 된다.  

일반의약품, DUR 목록 포함 여부 논란

일반의약품 DUR의 경우 약사가 환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직접 확인해 입력하고, 약품명과 총 투여 일수 등도 동시에 입력하도록 되어 있어 불편이 따른다. 지난해 심평원이 발표한 ‘제주도 DUR 시범사업 평가연구’ 최종 결과 발표에서 28개 약국의 696건의 미점검 기록을 분석한 결과, 개인정보 미기재 사유로는 주민등록번호 제공을 거절한 경우가 59%로 가장 많았다.
환자 대상 설문 결과, DUR 점검 일반약을 구매하고자 할 때 DUR 서비스를 제공받은 응답자의 16.2%가 구매를 포기했으며, DUR 점검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9%에 달했다. 일반의약품도 약이므로 DUR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나, 일반의약품을 사러 오는 환자들이 이용방법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한 일반의약품이 DUR 목록에 포함될 시 각종 단체 및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민단체 및 환자단체까지 나서며 일반약 약국 외 판매 허용 논란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원이 서울과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4%가 야간이나 공휴일에 약국이 문을 닫아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것에 불편함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보건복지부에 당번 약국제·심야응급약국제 의무화와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허용 등 일반의약품 구입과 관련된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DUR 제도는 의약품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안전성과 의료비 절감의 경제적인 측면에서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편의는 제공되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민감한 개인정보 공개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과 교육적 차원의 사전 홍보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 편의와 접근성을 고려한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김승용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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