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율 낮은 자전거등록제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3월 9일 자전거이용을 활성화하고 자전거 교통시대를 열기 위한 ‘자전거 정책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자전거가 생활형 교통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자전거 정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중에서 자전거 이용자 중심의 제도개선 방안으로 지자체별로 시행하고 있는 ‘자전거등록제’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해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자전거등록제란 자전거의 실시간대별 현황 파악과 도난·분실 방지를 위해 개인소유의 자전거를 전산정보처리조직에 등록하는 제도이다. 지난해 일부 개정된 자전거이용활성화법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자전거등록을 한 자에게 자전거등록증을 교부하고, 등록한 자가 원할 때에는 자전거에 자전거등록번호판을 붙이고 봉인(封印)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자전거의 도난방지와 식별을 위해 등록된 자전거에 RFID(전자태그), 바코드 등을 부착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서울환경운동연합,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서울기후행동, 오마이뉴스는 ‘자전거이용 활성화를 위한 자전거등록제 도입방안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서울환경연합 서울 CO₂위원회 이원영 위원은 “자전거등록제가 도난문제를 100%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행정적인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해왔던 자전거등록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해법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전거등록제는 등록 및 확인 절차의 번거로움, 지자체 행정업무의 분담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결국 시민이 외면해 저조한 참여율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자전거등록제는 전국 800만여 대의 자전거 중 1만 500대만 등록될 정도로 등록률이 0.13%수준이었다. 자전거등록제가 시민들에게 공감대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부담 줄이고 보관시설 확충해야

지난해 5월 20일 행정안전부는 자전거를 등록할 수 있는 통일된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5개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자전거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통합된 등록 시스템이 없어 자전거등록이 활성화 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행정안정부는 2010년 연말까지 통합등록시스템을 마련해 2011년 상반기에 시범 운영을 하고, 하반기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개정안의 시행에 따라 자전거에 등록번호를 새기거나 RFID(전자태그)가 내장된 번호판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등록자전거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누가 어디서 자전거 번호판을 부착할 것인가와 등록한 자전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비용 부담문제도 만만치 않다. 그밖에 통합관리시스템 구축비와 유지보수비를 합하면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정연구원이 2009년 발표한 ‘시민의 자전거 생활문화 공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거주 자전거 이용자 53%는 자전거를 도난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난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성인 이용자의 31%가 유인 자전거 주차장 설치를 꼽았다. 이어 주택 내부 보관 공간 확보(26%), 자전거등록제 실시(23%) 순이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자전거등록제 자체가 자전거도난을 막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전했다. 자전거등록제와 함께 정책의 지속적인 홍보, 자전거 도난방지 캠페인, 안전한 자전거 보관시설 확충이 조화를 이뤄야지만 자전거등록제 시행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자전거등록제보다는 자전거 보관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자전거 도난·분실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점이다. 자전거 교통량이 많은 곳에 공공보관소를 마련해 일정 보관료를 받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해 주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전거보험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정작 출시되고 나서는 예상보다 가입인원이 저조했던 것처럼 자전거등록제도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실질적으로 등록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다는 주장이다. 자전거등록제는 자전거이용을 활성화 하자는 근본적인 취지에서는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듯이 그 제도를 시행한 후에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사전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김민정 경제부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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