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고시원에서 대형 인명피해를 수반하는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고시원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고시원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 등에 대해 알아보자.



사진 1. 지하 1층 노래방 입구



사진 2. 지하 1층 노래방 내부 폴레우레탄폼 발포(비상구 입구)



사진 3. 발화지점 내부



사진 4. 지하 1층과 직통계단(벽에 폴리우레탄폼 발포됨)



사진 5. 계단실 내부(연소 상태)



사진 6. 고시원 내부



사진 7. 옥상 출입문 지점(가연물 적재)


1. 머리말
어두컴컴한 장막 속에서 방충망이 찢겨진 채 창문 유리가 창틀에 너덜너덜 붙어 있고, 바닥에는 물건들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는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라고 주인을 깨우는 자명종 소리가 들린다. 한편에서는 주인을 잃은 핸드폰 소리가 어둠을 깨우고 있다. 이곳은 얼마 전 온 나라를 슬픔과 경악으로 몰아넣었던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이다.
이 화재는 지하 1층 노래방 업주가 화장지를 룸의 소파 위에 풀어놓고 라이터를 이용해 방화, (이 내용은 방화범인 노래방 주인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이며 현재 법정에서 재판 중에 있음) 20명의 인명피해를 유발했다. 그들은 당시 3층과 4층에 거주하던 사람들로 화재 발생을 미처 인지하지 못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005년 2월에도 서울의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2004년 1월에는 수원의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4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한 일이 있었다.
왜 이와 같은 대형 인명피해를 수반하는 화재가 매년 반복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고시원의 구조이다. 고시원의 내부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두 사람이 마주쳤을 때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통로와 미로 구조, 몇 평되지 않는 공간을 석고보드로 구획시킨 허술한 구조이다.
둘째, 업주의 안전 불감증이다. 영세업자인 그들은 안전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고 단지 영업이익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셋째, 불특정다수인이 거주하는 곳으로 고시원의 본질을 잃었다는 것이다. IMF 이후 고시원은 생계형 주거공간(소방방재청 소방제도팀의 자료에 의하면 2006년 1월 1일 현재 전국 고시원 현황은 4,211개소가 영업을 하고 있고 지역별로는 서울 2,814개소(66.8%), 경기688개소(16.3%), 부산 119개소(2.8%) 등이 존재한다.)으로 공부를 하기 위한 곳이 아닌 실직하고 가정을 잃은 자들이 생계를 위해 생활하는 곳으로 변질됐다.
고시원이 이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모든 화재가 그렇듯이 이후 원인을 분석해보면 대부분인재(人災)와 결부된다. 이번 화재도 그 성격이 다른 화재와 다르지만 근본적인 접근이 있었다면 피해가 이처럼 크게 일어나지는 않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 화재 사례는 피해가 너무나도 컸지만 사실 다른 곳에도 잠재되어 있으며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화재를 통해 그에 대한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고시원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도출시켜 그와 같은 피해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2. 일반사항
가. 소 재 지 : 서울시 송파구
나. 사고일시 :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15시 53분
다. 발화장소 : 지하 1층 노래방
라. 발화지점 : 노래방 내부 룸
마. 연소확대 : 건물 직통계단을 통해 마치 굴뚝처럼 상층으로 연소
바. 인명피해 : 20명(사망 8명, 부상 12명)
사. 재산피해 : 약 6,400만 원 추정(소방서 추산)
아. 발화원인 : 방화 추정

3. 건물현황
1987년 1월에 준공된 화재 건물은 양식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상 4층과 지하 1층으로 되어 있고 연면적은 1,336.35㎡에 해당된다. 그곳의 층별 현황은 지하 1층 노래방, 1층 식당, 2층 사무실, 3층과 4층 고시원, 그리고 옥상이 존재한다. 각 층(3층과 4층은 고시원으로 화재 당시 층별 방화구획을 위한 갑종방화문이 이탈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층별 방화구획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추정된다.)은 그 출입문에 갑종방화문이 설치되어 완전 방화구획이 돼 있다. 건물은 중앙에 직통계단이 존재하고 그곳을 통해 지상 2층부터 옥상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지하 1층은 도로와 직통계단을 통해 출입이 가능한 문이 2개 존재하고 지상 1층 식당은 오직 도로에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그 계단 내부에는 지하층을 제외하고 채광창이 층과 층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상태다.

4. 발화장소 구조
화재는 지하 1층 노래방에서 시작돼 직통계단에 있는 출입문을 통해 상층으로 연소 확대됐다. 노래방의 구조는 계산대, 노래실 18개, 출입구 비상구로 되어 있고 각 노래실은 소파, 테이블, 모니터가 존재하며 천장(통로 포함)은 석고보드가 있고 그 외부는 장식을 위해 폴리우레탄폼을 발포해 구획된 상태이다(그림 1 참조).
연소가 확대되어 인명피해가 컸던 3층과 4층 고시원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중앙에 있는 직통 계단만을 통해 출입이 가능한 상태로써, 3층 구조(그림 2 참조)는 출입문 앞에 목재로 된 신발장이 있고 내부는 침대와 책상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된 실이 34개가 존재한다. 구획은 석고보드로 구획한 후 종이 벽지를 부착했고, 천장 내부는 환기설비와 전선들이 있다. 4층도 마찬가지로 3층과 동일한 구조로 그 실은 36개소가 존재한다(그림 3 참조).

5. 화재개요
화재 당시 이혼한 상태였던 노래방 업주는 전처를 만나 술을 마시고 헤어진 후 지하 1층 노래방에 들어와 평소 알고 지냈던 화재건물 3층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어 노래방으로 내려오라고 했으나 그녀는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노래방 구석에 있는 VIP룸에 화장지를 풀어 놓고 라이터를 이용해 방화하고 자신은 가게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시커먼 다량의 연기가 건물 뒤편인 중앙계단(화재 당시 지하 1층 노래방 비상구로 사용되던 출입문이 개방되어 직통계단으로 곧바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에서 피어오르고, 다량의 열과 연기가 비상구를 거쳐 계단으로 유입되면서 계단은 마치 굴뚝과 같은 형태로 연소 확대됐다. 2층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지하 1층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목격하고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신속히 대피했다. 그러나 3층과 4층에 있는 고시원 거주자들은 화재가 이미 성장했을 때에 인지(당시 거주자들에 의하면 비상 벨소리가 잠깐 울리더니 바로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하고 대피하려 했으나 이미 계단과 내부에 연소가 시작돼 연기유입으로 피난하지 못했다.
또한 그들은 옥상으로도 대피가 불가능했는데, 옥상에 생활물품이 적재돼 있어 화재 초기에 이미 연소가 진행되어 출입문이 폐쇄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그들은 화장실로 대피하거나 각 실 창문이 있는 것을 파괴해 대피하거나 구조를 기다렸고 소방대가 도착해 화재 진압과 동시에 인명구조를 실시했다.
6. 화재상황 및 인명피해 발생사유
지하실 소파 위에서 발생한 화재는 소파를 연소하고 벽면에 발포되어 있는 폴리우레탄폼을 연소시키면서 다량의 유독가스와 열을 발생시켰다.
그 연소 생성물은 출입문이 개방된 직통계단을 통해 상층으로 올라갔고 3층과 4층 앞에 있는 생활물품이 연소되어 내부로 확산됐으며, 옥상에 있는 물품도 연소돼 옥상으로의 피난통로가 차단 되었다.
4층에 있는 거주자는 화재를 발견하고 3층 난간으로 대부분이 안전하게 대피했으나, 안타깝게도 외부와 개방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2명이 사망했다. 3층 거주자는 피난할 방법이 없어 방범창을 뜯어내어 건물로 뛰어 내리거나 화장실로 대피해 창문을 개방한 채 구조대를 기다렸다(그들 대부분은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여성 3명은 한 룸에 피신했고 룸으로 피신했던 남성 1명과 함께 모두 사망했다. 또 한 남성은 화재를 피해 출입문을 통해 피신하려 했으나, 그곳을 통해 유입된 연기에 질식되어 통로 바닥에 엎어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한 명은 3층과 4층 사이 화장실에 피신했으나 유입된 연기와 열기에 의해 사망했다. 이 화재는 이 건물 피난통로인 직통계단을 막아 피난로가 존재하지 않았고 가연물이 폴리우레탄폼으로 연소시 다량의 유독성 가스(폴리우레탄폼 연소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시안계가스, 염화수소가스가 배출된다.) 생성과 고시원의 복잡한 구조로 화재인지가 늦은 것을 들 수 있다.

7. 문제점 및 대책
이 화재는 화재 원인이 방화로 그 성격이 다르지만, 피해 면에서 살펴보면 여느 고시원 화재와 다를 바 없는 인재(人災)이다. 다시 말하면 고시원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거의 흡사하며, 언제든지 발생될 수 있는 잠재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화재를 세부사항까지 분석해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도출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가. 우리나라는 방화화재에 대한 대비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방화화재는 사회현상과 관련된 것으로 국가적인 정책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 방화화재는 범죄로서 검거가 중요시된다. 그러나 경찰관서의 비전문화된 인력으로 방화화재가 묻히게 돼 사건의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그 대안으로 소방관서의 전문화된 인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조사를 실시해 방화범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하고 그 내용을 다시 피드백(Feedback)시켜 방화화재 예방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화재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나. 발화지점 내부에 장식을 위해 폴리우레탄폼이 발포돼 연소시 다량의 유독가스 및 열기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지금까지 기억이 생생한 1999년 10월 30일 18시 57분에 발생한 인천시 중구 인현동 소재 히트 노래방 화재로 137명(사망 55명, 부상 8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도 계단 통로에 그와 같은 폴리우레탄폼이 설치돼 대형참사를 유발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 물질은 사용을 제한하도록 하는 법적인 규제가 요구된다.

다. 고시원 3층과 4층에 있는 방화문을 이탈시켰던 것이다. 방화문의 목적은 화재를 발화지점으로 국한시키기 위한 용도이지만 그것을 떼어 낸 결과 3층과 4층이 굴뚝과 같은 구조로 되어 인명피해를 키웠다. 관할 행정청은 조사시 그 행위를 처벌할 때 엄중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업주가 소방시설 설치와 안전관리가 확실히 수행될 때 그들에게 혜택(보험료와 세금 삭감)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라. 피난통로가 직통계단 한 곳뿐으로 피난할 수 없었다. 모든 피난통로는 건물 중앙이 아닌 건물 양쪽 끝 부분에 존재해 유사시 긴박한 사람들이 단순하게 행동하여 피난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기존에 준공된 건물은 그와 같은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곤란하므로 외부에 철재계단을 설치해 피난을 유도하거나 층이 높은 곳에 위치하는 곳은 3층 이상은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사용 허가가 필요할 때에는 반드시 피난시설 확보가 요구된다. 또한 직통계단이 하나만 존재하는 곳에는 스프링클러 시설 설치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마. 방충망과 방범창의 존재로 피해가 컸다. 유사시 유리 창문은 사람들이 피난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돼야 하므로 긴급시 파괴가 가능한 구조로 해야 한다.

바. 옥상으로 피난하기 위한 피난통로가 차단됐다. 이 현장은 옥상에 물건을 적재하여 화재 발생 초기에옥상의가연물에불이붙어 3~4층에 있던 사람들이 옥상으로 대피하지 못해 피해가 컸으므로 그와같은 행위시 엄중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글 : 황태연 강남소방서 화재조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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