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지진은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9월 12일 경주에 일어난 지진은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일깨웠다. 규모 5.1과 규모 5.8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고, 일주일만에 규모 4.5의 비교적 강한 지진이 또 일어났다. 한반도 중부 이남 전 지역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진을 느꼈고, 여진은 514회(2016년 11월 9일 기준) 이어졌다.

규모 5.8의 강진, 왜 컸을까

이번 지진은 1978년 우리나라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규모가 가장 컸다. 그전까지 가장 큰 지진이었던 1980년 평안북도 의주 지진(규모 5.3)보다도 13배 정도 강력했다. 규모는 지진으로 발생한 에너지의 양을 정의하는 단위로, 숫자가 1이 커질 때마다 에너지는 32배로 강해진다. 규모 5.8의 진동은 한반도 전체를 흔들었다 .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연)과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경주 바로 아래에 있는 ‘양산단층대’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마치 손바닥을 비빌 때처럼 단층의 왼쪽과 오른쪽이 엇갈려 옆으로 밀리면서(주향이동) 지진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한반도에는 북서-남동 방향으로 주향이동 단층이 많다. 특히 경주에는 과거 한반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또 가장 최근까지 활동했던 양산단층(부산-울진, 약 200km)과 울산단층(울산-경주, 약 50km)이 교차하고 있다. 그 주변으로 모량단층, 밀양단층, 동래단층, 일광단층 등 아류 단층들도 많다.

일본처럼 판의 경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가 위치한 유라시아판이 인도판과 태평양판 사이에 끼어 있는 탓에 지층에는 계속해서 압력이 쌓인다. 이것이 단층대를 따라 한 번에 방출되는게 지진이다.

지하 심부의 단층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큰 규모의 단층 운동이 있은 뒤에는 반드시 2차적인 단층 활동이 수반된다. 주향이동 단층 일부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인접한 다른 주향이동 단층에도 힘이 전달된다. 이번에도 규모 4.5의 여진이 본진 주변에서 일어났다.

한편 이번 지진이 유독 강했던 이유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지난 7월 규슈 강진의 영향을 받아서라는 분석도 있다. 5년 전 일어난 규모 9.0의 대지진은 독도가 동쪽으로 5cm, 서해안 지방이 동쪽으로 1.6cm 이동할 정도로 한반도에 큰 응력을 전달했다.

규슈 지진은 한반도가 놓여 있는 유라시아판에서 발생했다. 이때 쌓인 응력이 지진의 규모를 5.8 수준으로 키웠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본 지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히라타 나오시 도쿄대 교수는 9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거리상 상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반복되는 지진, 예측할 수는 없을까

지진이 경주에 집중되면서 인근의 문화재나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시설들의 위험성이 새삼 부각됐다. 그러나 사실 경주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번 지진으로 언급될 정도로 역사적으로 지진이 빈발했던 지역이다.

삼국시대 이후부터 1904년까지 역사에 기록되거나 관측으로 보고된 한반도 지진 발생 횟수가 2,186회나 된다. 이는 경주에서 지진이 언제든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복되는 지진을 예측할 수는 없을까. 일부 사람들은 지하수 변화, 동물들의 이상행동, 지진운 등 큰 지진 전에는 흔히 말하는 ‘전조현상’이 있다고 주장한다. 경주 지진의 경우에도 지진 발생 2개월 전 부산에서 신고된 가스냄새가 일종의 전조증상이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지진이 났을 때 가스냄새가 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 중에 단층이 갈라진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성 물질인 라돈 가스를 포착해 알아 내는 방법이 있다. 또 지진이 일어나면 지하수의 성분이 달라져 동물이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보고들은 대부분 지진이 발생하고 난 뒤에, 전조현상은 아니었을까 추정하는 식이라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현재로써 그나마 가장 믿을 만한 것은 미소 지진이다. 거대한 단층면이 한꺼번에 쪼개지기 전에, 단층면의 일부분이 응력을 견디지 못해 흔들리는 현상(미소 지진)을 포착하는 것이다.

미소 지진을 관측해서 강진을 예측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딱 한 번 성공했다. 1975년 중국 다롄 인근 도시 하이청에서 미소 지진이 포착돼 100만 명의 주민이 대피한 결과 규모 7.5의 강진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변화가 워낙 미약하기 때문에 미소 지진을 포착하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이번 경주 지진 전에도 연평균 한두 번 발생하던 미소 지진이 4~7번으로 늘었지만, 이것이 평범한 미소 지진인지 지진의 전조현상인지 전문가도 가려 내지 못했다. 지진 예측은 이처럼 현재 과학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초기 대피행동요령 몸에 익혀야지진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신속한 경보만이 살 길이다. 지진이 발생한 지 9분이 지나도록 긴급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는 국민안전처도 2020년까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경보 시간을 10초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보 후 대피요령은 상황에 따라 변수가 무수히 많기 때문에 미리생각하고, 몸에 익혀 놓을 필요가 있다. 가령 최근에 많은 언론보도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욕실로 대피하라고 조언했다. 구조상 욕실이 철근이 많아서 단단하고, 습기를 막기 위해 벽돌을 두껍게 쌓는다는 이유였다. 물이 있어 고립 시 버티기가 용이하다는 주장도 꽤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 도쿄도가 발행한 방재 매뉴얼책 ‘도쿄방재’에서는 지진 발생시 욕실에서 얼른 대피하라고 나와 있다. 유리와 타일 같은 것들이 깨지기 전에 말이다.

우선 국민안전처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지면이 흔들리는 시간은 길어야 1~2분이다. 이 시간 동안에는 일단 가스 밸브와 수도 밸브를 잠그고 문을 열어서 출구를 확보한 뒤, 테이블 아래에 숨어서 떨어지는 물건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진동이 멈춘 뒤에 건물을 빠져 나온다. 대형건물 안에 있다면 외벽쪽에 붙어 대피하고 엘리베이터 탑승을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유지하고, 자신의 위치를 알려 빨리 구조될 수 있도록 하며, 구조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담요나 외투를 챙기고, 휴대용 손전등이나 호루라기와 같은 물품을 평소에도 휴대하여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혜 기자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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