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운
경기도 광명소방서
소방행정과장


국민의 안전을 위한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방공무원의 근무여건과 현장안전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한 때이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은 현대 산업사회를 ‘위험사회’라고 한마디로 정의하였다.

이를 증명하듯이 전 세계 곳곳에서 건물 붕괴, 다리 붕괴, 산불, 해일, 테러, 대형화재 등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위험과 사고가 빈발하면서 안전을 위협을 받고 있다.

흔히 안전의 가치는 공기와 같다고 한다. 평소에는 그 중요성을 잊고 지내지만 질식사의 위기 상황에서는 공기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낄 수 있다.

위기관리 조직이 그러하듯이 소방도 마찬가지다. 평온한 상태에서는 소방의 존재마저 잊고 살다가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질 정도이다. 그러므로 소방의 가치를 공기와 같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신선한 공기 즉 고품질의 소방안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근무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소방공무원은 2교대 근무체제로 과도한 근무시간에 시달리며 좀처럼 처우 개선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의 2만2611명의 교대근무자 중 7.4%인 1,674명만이 주 56시간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으며 나머지 주 84시간 2교대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찰은 3교대에서 4교대로 바뀌는 추세로 비교 자체가 안 되는 현실이다.  

주 84시간의 혹독한 근무로 인하여 자기개발을 위한 투자는 고사하고 충분한 휴식도 없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어 국민생활과 직결된 구조 구급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응급의료 정보의 학습시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소방공무원에게 희생정신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재난현장의 수습과 대응 역할은 소방의 임무이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목적이 있다.
이와 동시에 현장활동 대원의 안전을 확보하여야 하는 이중적 어려움이 있는 것
이다.  

이제는 소방공무원들에게 용감한 희생정신만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제도적인 현장 환경 개선이 필요할 때이다.

지난달 27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소재 CJ육가공 공장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공무원 2명이 순직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들의 죽음은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아 턱없이 부족한 소방인력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결국 인력 부족이 불러온 인재라는 지적
이다.

최근 5년간 순직 31명, 공상자 1,556명으로 한해 평균 순직 10명, 공상 303명에 이르고 있으나, 사회적으로나 소방조직 내부에서조차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할 뿐 아니라 체계적인 연구 또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 뿐만 아니다. 10년간 공무원 직종별 평균 사망 연령을 보면 교육직이 70세로 가장 많고, 일반직 65.8세이며 소방직은 가장 낮은 62.8세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방의 근무환경 또한 열악하여 퇴직 후에도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에서는 출동이 많아 격무에 시달리는 5개 소방관서의 상황실 근무자에 대하여 3교대 시범실시를 위한 근무인력 15명 증원을 경기도 의회에 상정하였으나 부결되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만 편하면 그만인가?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은 누가 챙겨 주는가?

사고를 직접 당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는 구경꾼은 편안한 상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방공무원의 근무여건과 현장안전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한 때이다.

언제까지 우리들은 멀리서 사고를 지켜보는 구경꾼으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

safe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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