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인천공단소방서 지휘조사팀장

아직 단하나의 ‘소방박물관’도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우리나라의 안전문화의 평가를 스스로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잠재된 컴플렉스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송도국제도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2009 인천 세계도시축전’ 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행사개최기간동안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제도시 송도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 성공을 거뒀다는 주최측의 평가는 ‘인천대교’의 개통과 함께 송도를 찾는 수많은 인파로 증명이 됐다.
아직도 많은 부지에 개발계획이 남아있고 이로 인한 변화의 미래가 무궁무진한 곳이 송도이지만, 쭉 뻗은 인천대교의 개통과 함께 진정한 국제도시로 가기위한 마지막 점검을 해볼 때가 지금이 아닌가싶다.
앞으로 건설될 151층 인천타워와 수많은 초고층 빌딩들, 무엇보다 이미 현대기술 집합체의 총아로 그 위용을 과시한 인천대교를 비롯해 물리적 풍모는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어 가고 있지만 정작 문화와 국제적 시민의식은 국제도시에 걸 맞는 수준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 나라의 안전문화는 곧 그 나라 국민의 의식수준을 나타내는 징표임은 이제 자명한 사실이다. 각종 ‘대형재난’과 ‘안전사고’는 개발도상국의 트레이드마크이자 보이지 않는 국가발전 및 방재운영시스템의 판단 척도가 됐다.
2001년 911테러사고현장에서 미국의 소방관들이 살신성인한 활약상이야말로 정말 선진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도의 국가관과 시민의식이 아닌가싶다.
송도와 가장 가까운 경쟁도시인 상해의 소방청사는 1~3층이 소방박물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청나라 시대 열강의 지배에서부터 중국 소방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관돼 있고, 70년대 소방관의 훈련모습과 육성까지 흑백의 필름으로 보존해 방문객에게 상영해줌으로써 상해의 뒷골목에서 느끼는 국제도시로서는 뭔가 부족해 보이는 시민문화의식을 말끔히 불식하는데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동남아 최고의 도시국가인 싱가폴의 관상상품으로까지 자리 잡은 ‘소방박물관’운영의 부러움은 물론이고, 동경에 3개, 전국에 150개의 소방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을 거론하기엔 송도를 관할하는 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의 한사람으로 송도를 감히 ‘국제도시’라 부르기가 사뭇 마음 부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아직 단하나의 ‘소방박물관’도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우리나라의 안전문화의 평가를 스스로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잠재된 컴플렉스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매년 수차례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충남 천안의 ‘중앙소방학교’에 인명구조 위탁교육을 받으러 오고 있다. 교육생은 주로 각 나라의 간부급들이 그대상이며 우리는 이들에게 수난사고등의 특수구조기법 및 우리의 선진화된 방재시스템을 교육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119국제구조대는 대만, 터키, 알제리, 이란, 중국의 지진 참사와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 태국 푸켓 해일참사, 그리고 올해 인도네시아 지진 현장까지 총8회의 국제인명구조 활동을 했으며, 우리 구조대원의 고도의 구조기법과 구조현장에서의 열정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의 각 대원들 사이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고, 현지인들의 신뢰와 갈채는 우리의 수준이 세계 최고임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1년 대만 지진현장에서는 지진 발생 1주일 만에 6살 어린이를 극적으로 구조해 세계 언론에 화제가 됐고, 더욱이 대만과의 수교 단절이후 대만 국민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불신을 완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며, 터키 지진참사에서는 터키인들에게 형제국으로서의 신뢰와 우정을 다시금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안전 분야는 이제 내 자신의 신변을 지키는 범위에서 벗어나 그 인프라와 국가 이미지를 각국에 수출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안전 분야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는 우리가 정작 ‘소방박물관’을 가지고 있지 않는,  아니 아직 그 중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이야 말로 이미 갖추어진 탄탄한 소방방재시스템의 기반이 안타깝기만 하다.
국제시대에 걸 맞는 이미지 외교의 창구의 역할이 바로 ‘소방박물관’이 될것이요, 대한민국 최초의 ‘소방박물관’은 바로 송도국제도시에 세워짐이 마땅하다.
그래야 비로소 송도가 ‘국제도시’라 거침없이 불리워질수 있지 않겠는가!
싱가폴에서는 매년 세계 각국의 구조대원들이 모여 구조기법에 대한 세미나와 ‘구조대원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소방관의 한사람으로 참으로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빠른 시일에 ‘소방박물관’의 개관과 함께 아시아 최고의 국제도시인 ‘송도’에서 ‘세계구조대원 경연대회’가 개최될 날을 고대하며, 그날이 바로 인천 송도가 진정한 국제도시로서 세계인의 가슴속에 마침표를 찍는 날임을 강조하고 싶다.

safe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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