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 곳곳에서는 대규모 홍수나 해수면 상승 등 과거와는 다른 이상 기상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들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다고 판단한다. 이로 인한 심각한 재앙을 막기위한 다양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온난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더욱 심각하다. 1900년 이후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이 평균 0.76℃ 상승한데 비해 우리나라는 1.5℃로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하고 있다. 강우량도 증가추세에 있어 우리나라는 이미 기후변화 위험국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2000년대의 일간 80㎜이상의 집중호우 일수는 38일로 90년대의 18일에 비해 2.1배 증가했다. 태풍피해액도 80년대 8,487억원, 90년대 2조2천억원, 2000년대 9조9천억원 등 10년단위로 약 3~4배씩증가하고 있다.

또한 인구의 도시집중과 저출산, 고령화 현상 등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재난취약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른 대형 인명피해 우려도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국가가 선진화될수록 국민들의 관심은 생계유지에서 문화생활 영위와 개인의 안전으로 옮겨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경제성장에 따라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고 있다. 정부 또한 이러한 여건변화에 발맞춰 2004년에 방재업무를 전담하는 소방방재청을 발족하고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방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연재해대책법, 소하천정비법, 급경사지, 저수지·댐 등 취약시설의 안전관리를 위한 각종 법령을 제정하여 자연재해예방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였고, 실질적인 피해저감을 위하여 예방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또한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 등을 구축하여 한발 빠른 대응체계를 구축하였고 풍수해보험의 도입 등을 통하여 선진적인 자기책임형 방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안전도진단, 풍수해저감종합계획, 사전재해영향성검토제도 등을 도입하여 방재정책의 기반을 튼튼하게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방재정책의 패러다임이 예방위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은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기존에는 피해가 발생하면 복구하는 사후처방위주의 정책을 추진했다면 소방방재청이 개청한 이후에는 피해가 예상되는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하여 보수·보강을 실시함으로써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선진형 예방위주의 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실제 소방방재청에서 추진 중인 재해예방 사업비는 개청 전·후 대비 재해위험지구 사업비 2.98배, 소하천 정비사업비 2.89배가 증가하였다. 특히 2012년에는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하여 총 1조 1,908억원으로 건국이후 처음으로 자연재해 예방사업비가 1조원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하지만 예방 투자의 많음 보다는 소중한 예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방투자의 효과를 단시간에 가시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추진되어온 재해위험지구와 소하천 정비지역에서 단편적이나마 그 결과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재해위험지구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약 3조 2,791억원을 투자하여 926개소를 정비한 결과, 과거 상습침수 등 피해가 극심하였던 지역이 정비 이후에는 단 한건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1995년부터 3조 3,673억원을 투자하여 15,137㎞를 정비한 소하천의 경우 미정비 소하천에 비해피해연장 기준 약 20배의 피해예방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의 국립건물과학연구소 다중재해 예방위원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1달러의 재해예방 투자는 사회적으로 4달러의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세계은행(World Bank)과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전 세계의 각종 재난을 분석한 결과 보고서에도 각국 정부가 총 400억불 규모의 투자를 했다면 2,800억불 정도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하는 결과를 발표하는 등 예방투자의 중요성은 세계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결과를 보더라도 초기 투자 부담이 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안전 확보와 국가예산의 절감 효과가 있는 사전예방 투자는 앞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소방방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연재해 예방사업은 1995년부터 시작된 소하천 정비사업, 1998년부터 시작된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등과 2010년에는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 2012년부터는 급경사지 정비사업, 서민밀집지역 정비사업 등으로 총 7조 9,800억원이 투자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범위와 사업비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아직도 많은 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이 노후저수지다. 지자체장이 관리하고 있는 저수지 중 6.25전쟁 이전에 축조(築造)되어 60년 이상 된 노후저수지가 8,611개소로 지자체 관리 저수지 14,278개소의 60%에 달한다.

이러한 노후저수지는 집중호우 시 붕괴위험이 매우 높은데 실제 2002년 강릉시의 장현저수지가 집중호우에 의한 물 넘침으로 제방 85m가 유실되어 주택 13가구와 하류 1.5㎞이내 농경지가 유실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이후에도 매년 1개 이상의 저수지가 붕괴되어 하류지역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보수·보강이 시급히 이루어 져야 하나 정작 이를 관리하고 있는 지자체는 재정여건상 응급조치식 보수·보강에 그치고 있을 뿐 근원적인 재원마련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소방방재청은 저수지 붕괴라는 후진국형 재난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008년에 ‘저수지·댐의 안전관리 및 재해예방에 관한법률’을 제정·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노후 저수지의 보수·보강에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지원이 조속히 실현될 수 있도록 중기재정계획을 수립하고 관련부처와 협의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의 풍요로움은 경제적 만족 뿐 아니라 마음의 풍요, 사회적 안전·안심 등이 오랫동안 지속될 때 가능해 진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라는 국가의 기본책무의 수행에 있어 재해예방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방사업비는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하에 국가차원의 지속적인 투자규모 확대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소방방재청 홍철 재해경감과장

safe119  

<저작권자 © 주식회사 한국안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