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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기만’ 다중이용시설 안전 실태
김승용 기자 | 승인 2019.03.29 17:47

-소방시설, 건축시부터 잘못되니 이럴 수밖에···
-소방시설공사감리-소방시설점검업계 속사정
-천안 라마다호텔,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인재’였다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의 모습.

다중이용시설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을 말한다. 따라서 통상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는 다중이용시설은 화재 등 재난 발생시 대형 인명피해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다중이용시설의 소방.대피시설은 제대로 설치 및 유지·관리되고 있을까? 최근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대형사고 보도들을 접하면서 부정적인 대답이 주저 없이 나오는 건 비단 기자만이 아니리라.

 

지난 1월 14일, 천안 라마다앙코르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반복되는 사고들 저면엔 '처참한 안전의식 실태'

올해  3개월 동안에만 해도 대형 화재사고와 아찔한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1월 14일 천안 라마다호텔에선 전열기 콘센트 합선 화재로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같은 달 28일엔 부산 해운대 파크 하얏트 부산에서 천장 전기합선 추정 화재가 발생해 40여명이 피신, 2월 8일 대구 동아쇼핑 외벽 LED조명 점검중 화재로 100여명 대피, 같은 달 19일 대구 포정동 주상복합건물에서 콘센트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해 8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3월 24일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호텔 사우나에서 불이 나 3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형 사고는 같거나 비슷한 이유로 매번 반복되고, 그럴 때마다 발견되는 ‘안전불감증’으로 귀결되는 실태들과 제도적 미비점 등은 보고 있는 우리들로 하여금 참 애가 끓게 한다.
유명 대기업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영업이익 보다 고객안전이 우선되지 않는다. 건축물의 설계에서부터 유지·관리 그리고 운영에서도 안전은 최우선 되지 않는다. 건물 축조시 불이 잘 붙거나 불이 옮겨붙었을 때 유독가스가 심하게 발생하는, 다만 건물 바깥과 내부의 열전도를 저렴한 가격에 잘 막아주는 단열재의 사용, 비용과 미관을 고려한 가연성 소재 사용, 라돈 등 유해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건축자재 사용 등을 배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소방시설 설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건축물 설계내용을 규제 기준에 딱 맞춰 설정하는 등 기업들은 안전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 건축자재와 구조 등을 안전 최우선으로 자발·적극 투자하는 기업이 어디 흔할까. 법 규정에 간신히 맞추는 기업의 소극적 안전 행태는 국민안전을 위한 대의에 불협화음이 난다. 안전점검에선 지적사항이 수십 개가 나오는 것쯤은 당연한 듯 손쉽게 목격된다. 만연한 안전의식 부재, 실로 통탄할 일이다.

 

1995년 6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의 모습.

건축물 설계에서부터 운영까지··· '총체적 난국'

특히, 여전히 판치고 있는 불법 설계 변경, 부실시공, 임의적 용도 변경 등의 안전무시 행태는 역대 다중이용시설 사고 중 최악으로 손꼽는 삼풍백화점 참사의 원인이기도 하다. 1995년 6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했던 삼풍백화점은 1천500여명의 손님들이 이용하던 와중 털썩 주저앉았고, 502명의 사망자와 937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삼풍백화점 붕괴의 물리적 원인은 설계와 다른 시공, 구조계산을 무시한 개축이었다. 당시 최고의 안정성을 지닌 무량판 공법에 의해 지어졌지만 애초 4층으로 설계된 것을 5층으로 증축시켰고, 내부의 미관 등을 이유로 기둥 두께를 25%나 얇게 만들었다. 게다가 백화점 경영진은 기둥을 줄인 만큼 구조나 하중을 바꾸는 일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했지만, 설계상 버틸 수 있는 하중의 4배 무게에 달하는 87톤짜리 옥상 냉각탑을 멋대로 옮기기도 했다. 결국 5층의 구조가 심각하게 변형됐고 해당 건물의 바닥이 기우는 등 여러 징조가 나타난 끝에 결국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임의적 용도 변경, 부실시공, 불법 설계 변경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건물주, 담당 공무원 등의 부정부패 때문이었다. 5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이 사건은 건물주뿐만 아니라 이러한 불법행위들을 눈감아 준 건설 엔지니어들과 안전점검을 부실하게 실시한 담당 공무원 등으로 인해 나타난 총체적 문제의 결과였다.
이러한 문제들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실제로 지난 2월 19일 84명이 사상한 대구 목욕탕 화재사건과 관련 소방공무원 등 7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또한 감사원이 지난해 8월과 10월에 실시한 '다중이용시설 불법구조변경 등 현장점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14개 소방시설관리업체가 실시한 133개 건축물의 소방시설 점검에서 소방시설관리사가 참여하지 않고도 참여한 것처럼 허위로 점검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또 불법 증축과 구조변경 등이 의심되는 전국 182개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점검에서 불법증축, 화재감지기 불량, 누전차단기 미설치 여부 등을 점검한 결과 총 1천287건의 안전 미흡사항을 적발했다.

라마다앙코르 호텔 화재 또한 ‘인재'였다

이 같은 안전무시 행위들이 만연하다는 것은 지난 1월 14일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천안 라마다앙코르 호텔 화재사건 케이스에서도 확인된다. 2017년 7월 25일 준공된 천안 라마다호텔은 2년이 채 되지 않은 건물이었지만, 사고가 나자 스프링클러설비가 정상작동하지 않았고 불법 공간구획 등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작동하지 않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스프링클러는 초기 화재진압을 위한 중요한 소화설비다. 라마다호텔 건물 지하 1층엔 평소 배관에 물이 없는 상태에 있다가 화재감지기를 통해 화재가 감지되면 물이 공급되면서 스프링클러 헤드에서 물이 나오는 식의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이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소방 조사에서 해당 층의 준비작동식 밸브 개방 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솔레노이드 밸브(전자기동밸브)가 개방되지 않아 배관으로 물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감지기로부터 신호를 받지 못했거나 설비 불량이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인천 남동구 세일전자 화재에서도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즉각 물을 분사하는 습식 스프링클러에 비해 반응 시간이 늦고 오동작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에서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연결 밸브가 정상관리되지 않거나 스프링클러 헤드 손상 시에도 배관 내 기밀 상태가 검증되지 않기 때문에 화재시 엉뚱한 곳에서 물이 나오거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치명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의 오동작으로 인한 수손 피해나 동파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많은 곳에서 평상시 배관에 물이 들어있지 않은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를 사용하고 있다.

화재안전 사각지대 '천장 단열재’

최초 발화가 시작된 지하 1층 린넨실은 건축허가 내용에는 없는 불법 변경된 용도로, 애초 자전거 주차장으로 설계된 공간이었다. 게다가 불은 화재에 약한 천장 스티로폼 단열재 탓에 급격하게 확산됐다. 천장에 부착돼 있던 스티로폼은 아이소핑크(압출발포폴리스티엔 단열재)로 불리는 단열재로 일반 스티로폼과 달리 물을 잘 흡수하지 않고 단열 효과가 좋아 건축물의 기초나 지하층 등의 단열재로 사용되지만, 화재에 취약한 단점을 갖는다. 화재 당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불이 급격히 확산된 원인이었다. 이 같은 천장 단열재의 화재 취약성은 지난 2017년 12월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지난해 1월 밀양 화재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같은 해 5월 인천 세일전자 화재에서도 마찬가지로 천장 단열재로 쓰인 우레탄폼을 타고 불길이 빠르게 확산됐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천장 단열재로 화재가 확산될 경우 스프링클러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스프링클러 헤드는 천장에 붙은 단열재 밑 부분으로 물이 뿌려지도록 설치되기 때문이다. 현행 건축법상 방화요건으로 특정용도나 일정 면적 이상 건축물의 마감재료에 대한 내화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마감재료에 대해서만 불연.준불연재료를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탓에 그 속에 들어가는 단열재는 불에 잘타든, 유독가스가 많이 배출되든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특히 라마다호텔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지하주차장이 건축법상 거실로 분류되지 않아 '천장에 붙이는 단열재 소재'에 대한 규제도 전혀 받지 않았다.

소방시설공사 부실감리··· 소방감리업계의 속사정

불량 소방시설에 따른 부실감리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7월 실시한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 보고서에선 51건의 지적사항이 확인됐다. 지하층 비상방송설비의 경우 경보 방식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고 화재감지기 위치가 뒤죽박죽으로 엉켜있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또 21층 휀룸에는 화재감지기가 없었고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설비와 연결되는 화재감지기는 없거나 작동되지 않는 상태였다. 제연설비에 적용된 댐퍼에는 전원조차 연결돼 있지 않았다. 비상 콘센트는 전체 층에 전원이 연결돼 있지도 않았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처럼 화재감지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거나 시스템 상호 간 연결이 안 돼 있는 것은 최초 건축 과정에서의 문제로 지적된다. 소방시설 관리업계 한 관계자는 “소방시설의 부실감리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라며 “부실하게 준공된 건축물의 불량 소방시설이 점검 과정에서 드러날 경우 인허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쉬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불량 소방시설 문제는 정해진 건축허가일에 맞춰 긴박하게 이뤄지는 소방시설공사 감리 실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방시설공사 감리는 발주처로부터 고용되기 때문에 감리자 입장에선 요구하는 시기에 맞춰 준공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보통 소방시설 완공검사증명서는 건물 준공보다 한달에서 10일까지도 앞서서 받는다. 원칙적으론 소방시설이 완벽히 구동되는 상태에서 부여돼야 하지만, 현실에선 사전에 증명서를 먼저 받고 행정기관으로부터 사용승인시 이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완공 허가를 받은 건물에서 공사 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긴박한 상태에서 부실한 소방시설이 눈감아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소방시설 감리자가 이처럼 잘못된 소방시설을 눈 감지 않고 깐깐하게 대응할 경우 발주처가 감리자 자체를 바꿔버리는 일도 있다는게 감리 업계 증언이다. 소방감리업계 한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요구하는 시기에 맞춰 필증(준공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소방시설이 조금 미비하더라고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돈을 주고받는 갑을 관계 속에 놓인 소방시설공사 부실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소방기술사는 “소방감리사업자는 대부분이 수의계약에 의한 감리용역을 수주하다 보니 갑의 요구에 맞춰야만 먹고 살수 있는 구조”라며 “기계설비를 포함한 건축공사와 전기설비 공사 등 타 공종에서는 이미 공개입찰 방식으로 감리자를 선정하고 있지만 안전을 위한 소방시설은 오히려 제도가 미비한 게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스스로 아무리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감리자라도 밥줄이 달린 입장에서 오래 버티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가 않을 것이다. 갑을 관계에 놓여 맹목적으로 시간에 쫓기면서 국민안전을 위협하게 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방감리업체들의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피고용자 입장에서 공정성? 제 살 깎는 소방점검업계

이 같은 문제는 소방시설공사 감리업계뿐만 아니라 소방시설점검 업계에서도 같은 양상으로 나타난다. 소방점검 업계에선 생존을 위한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경쟁과 울며 겨자 먹기식 편법이 이뤄지면서 국민안전을 좀먹고 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치달은 배경에는 소방시설점검이 행정기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지목된다. 과거 소방조직 등 정부에서 해오던 소방시설점검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소방 대상물 및 소방시설을 감당하기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짐에 따라 민간으로 옮겨갔다. 이에 따라 현재 모든 소방대상물의 정기적 소방시설점검은 건축물 관계인이나 민간점검업체가 실시하고 소방관서에 점검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소방관서에서 실시하는 점검과는 달리, 점검업체는 권한이 없는 데다 용역 발주자에게 돈을 받는 입장인 탓에 비용절약이 우선인 발주자가 원하는 대로 지적사항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등 위법행위의 늪에 빠지게 됐다. 그 결과 점검업체들은 생존경쟁에 빠졌고, 점검 대상물 한도 제약을 피하기 위한 배치신고 회기 편법 등이 성행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정부는 소방점검의 공정성 확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이루지 못한 채, 업계에 자성과 책임감을 강조하며 처벌만을 강화해왔다. 문제해결의 조짐이 안보여서 일까? 이제는 포기라도 한 듯 비양심 업체들이 더욱 판을 친다. 소방시설점검 허위보고서 작성. 점검은 했다지만 그 누구도 다녀간 적 없는 소방시설은 고장 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소방시설점검 업체의 중립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건물 자체점검에 기생하며 콧방귀 뀌는 다중이용업소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다중이용업소법) 제13조는 다중이용업주에게 점검책임이 있고 필요한 경우 소방시설관리업자에게 위탁해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다중이용업주가 스스로 이 법률을 지키려는 의지와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안전시설을 설치 승인한 증서인 안전시설 등 완비증명서를 비치하지 않거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업주들이 의외로 많다. 외부에서 점검하고자 해도 완비증명을 보지 못해 시설의 종류 및 수량, 구조 변경 여부 등을 알 수 없어 깜깜이 점검이 되고 만다. 의례 그런 거려니하며 당연시하는 기류마저 형성된다. 업주들은 또 소방시설법에 따른 건물관계자의 자체점검에 기생해 소방점검 책임이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되려 건물관계자가 비용을 들여 자체점검을 해주니 점검업체에서 점검을 오면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생색을 내기도 하는 상황도 연출된다. 심지어는 출입 자체를 허락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이 업계의 증언이다. 다중이용업주들의 책임 의식은 온데 간데 없다. 특별법인 다중이용업소법이 소방시설법에 따른 자체점검에 딸려가는 기형적인 모양새가 돼 버렸다. 다중이용업소도 각자 주어진 의무에 따라 독자적으로 소방점검을 실시하고, 스스로 유지.관리할 줄 아는 책임 의식이 요구된다.

매번 사후대책만··· 입법, ‘안전’ 우선순위 둬야

정계에선 건축물의 화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방화문을 포함한 주요 건축자재에 대한 품질관리서 제출과 성능시험을 의무화, 다중이용업소의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기존 업소에도 소급 적용하는 등 꾸준히 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 제.개정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케케묵은 제도들이 아직 수두룩하다는 것은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그들에 의해 '바뀌어지는 것'과 '바뀌어지지 않고 있는 것’의 차이는 실제 현상들을 종합해보면 아마도, '수면 위로 드러나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알게 된 것'과 '아직 저 바닥에서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비단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리라 확신하는 것은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전문가들이 “큰 사고가 나야 그제서야 바뀐다”라고 증언하기 때문. 사후대책만이 능사는 아닐 것. 각계에서 내는 곪아 터져 신음하는 목소리들을 귀담아 잘 들어줄, 그리고 잘 검토해줄 시스템과 노력이 절실하다. 실제로 지난 19대 국회가 폐기한 법안은 1만190건으로, 발의된 전체 법안의 32%는 법안 심사 소위에서 단 한 번의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됐다. 현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마찬가지, 국회의원들이 한 달 평균 500개 이상의 법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심사처리하는 법안은 30% 수준이다.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들은 또다시 국회 세대가 바뀌면 고스란히 발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우선시 되어야 할 국민안전 관련 법안들은 필시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영등포 소재 백화점 3사(신세계백화점/타임스퀘어/롯데백화점) 자체점검 종합정밀보고서의 일부. 자체점검으로 보고된 지적사항은 총 87건(신세계 43건, 타임스퀘어 25건, 롯데 19건)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좌우하는 ‘국민안전’··· 신뢰 굳건히 할 때

또한 업체들에겐 이용객인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책임감이 요구된다. 앞서 본문에서 언급한 소방점검상에서 나타나는 문제 등 기업들의 이용객 안전을 경시하는 도덕적 해이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업체가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시설물은 이용객이 직접 살을 부딪히는 국민안전의 1차적인 접점이다. 법 제도는 환경 등 변화하는 수많은 변수에 의해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기업들에게 법적 규제보다 앞선 차원의 올바른 안전의식이 요구되는 이유다. 시설물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무의식 저면 한구석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들은 이따금씩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화재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가는 요즘, 이러한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때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 기업 명운이 오래가는 혜안이 아닐까… 정부는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수집된 정보를 공개하는 등 안전정보를 공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빅데이터로 표현되는 고도화된 정보시대에 ‘안전’을 선점하는 기업은 어디가 될지 관심이 간다. 국민안전을 위한 선의의 안전경쟁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승용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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