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신항만 5부두 크레인에서 작업중이던 한 근로자가 외상의 흔적 없이 숨진 사건과 관련, 국과수의 최종 부검 결과가 ‘압착에 의한 장기 파열과 복강 내 과다출혈’로 확인됨에 따라 포스코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설 연휴였던 지난 2월 2일 오후 5시 40분경 포항제철소 신항만 5부두에 있는 약 35ｍ 높이의 부두 하역기에서 A(56)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수출을 위해 물건을 배에 선적하는 업무를 맡던 A씨는 당시 인턴 B(28)씨에게 크레인 작동 교육을 하던 중이었다.

당초 포스코 측은 사망원인을 심장마비로 지목하면서 산업재해 가능성을 부인했다.

사고 직후 포스코는 사내 재해 속보를 통해 “노동부 조사를 통해 산업재해 흔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알렸다.

그러나 이를 미심쩍게 여긴 유족들의 요청으로 검안을 실시한 결과, A씨의 사망원인이 ‘장기 파열 등에 의한 과다출혈’로 확인됐다.

한편, 사고 당시 B씨는 경찰 조사에서 크레인을 작동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2차 조사에서는 진술을 번복해 "A씨가 연습을 하라고 해 크레인을 조종했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발생 당시 B씨 외에 크레인을 작동한 사람은 없으며, B씨의 크레인 작동 미숙으로 A씨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포항남부경찰서는 해당 사건를 산재 사망사고로 판단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인턴직원 B씨를 입건했다.

경찰은 포스코측이 사망원인을 심장마비라고 지목하면서 산재 가능성을 부인한 경위에 대해 집중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포스코의 안전 관리와 초동 조치가 적절했는지,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숨진 A씨와 함께 있었던 인턴 직원 B씨가 사고 직후 '기기를 작동하지 않았다'고 허위 진술하는 과정에 포스코가 개입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유가족 김선영씨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건 현장이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인턴사원의 말만 듣고 초동수사를 했다는 게 제일 의구심이 남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포스코가 위독한 A씨를 곧바로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1시간이나 지나서야 119에 신고한 것과 관련해서도, 사법 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유족과 포항지역 15개 시민.노동단체 등으로 이뤄진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는 포스코의 산재사고 은폐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포스코가 사고가 나자 산재 사망사고가 아닌 심장마비로 발표했다는 점, 당시 현장에 있던 인턴직원의 경찰 진술이 세 차례나 번복되고, 산재발생지점이 유족이 참석한 1차 현장검증에서는 안전통로에서, 2차 검증에서는 12번 하역기 크레인 위로 번복됐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한 산업재해가 발생했음에도 포스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119에 사고발생 1시간이 지난 후에 신고한 점, 유가족에게 부검을 말리고 조기에 장례절차를 시행할 할 것을 권한 것 등의 정황이 은폐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포스코는 이번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해 조작, 은폐에 가담한 자들을 모두 밝혀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고, 고인과 유가족 및 국민들에게 산재은폐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완전한 배상 및 장례절차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박남수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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