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달력의 숫자와 날씨를 비교하면 어리둥절해질 만큼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이른바 기후변화가 그 주범이라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기온 상승 속도가 유난히 빠른 우리나라이고 보니 기후변화도 ‘빨리~빨리~’를 외쳐대는 우리네 성격을 닮아가나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본다.

인천지역 학교에서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작년 동기에 비해 식중독 발생 건수며 환자수는 줄었다고 하나, 올해 인천지역 학교에서 발생한 5건의 식중독 사고로만 232명의 환자가 발생한 지금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낮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요즘, 이따금씩 접하게 되는 학교 식중독 소식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식중독 사고는 인재다.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식중독 사고는 식품을 매개로 발생하므로 좋은 식재료를 선정하고 세척과 가열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들어진 음식은 빨리 배식하거나, 바로 배식이 어려울 경우 빨리 식혀 5℃ 이하로 냉장보관 또는 배식할 때까지 60℃ 이상에서 보관 후 배식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각 학교 급식 관계자 대부분이 알고 있는 상식이며 각 학교에는 영양사가 있어 더더욱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식중독이 발생하는 걸까. 이는 각 단계에서 조금씩 생겨나는 부주의가 불러오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복날이 다가오고 있으니 과거 삼복 더위에 있었던 식중독 사례를 들어보겠다. 2009년 7월 인천지역 모 중학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했다. 급식 섭취 인원은 900여 명이었고 설사·복통·두통 등을 호소하는 9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많은 환자들에게서 캠필로박터균 등이 검출됐으나 식중독 신고가 늦어 사고와 관련된 보존식은 조사할 수 없었다. 급식 중 갈치 카레구이가 유일하게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지만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 원인불명으로 빠질 수 있는 식중독 사고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추가 조사했고, 다수의 환자에게서 캠필로박터 제주니가 검출됐다. 캠필로박터 제주니는 닭·오리 등의 가금류나 소·돼지·야생 조류 등에 분포돼 있다.

연구진은 캠필로박터 제주니의 잠복기가 2~5일인 점과 식중독 발생 2일 전에 반계탕이 제공됐던 것에 착안, 원재료 및 조리과정에 대해 심층 조사했다. 다른 학년에 비해 2학년 학생에게서 2배 이상 환자가 많이 발생한 경향이 있음을 고려해 조리과정과 배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되짚었다. 그 결과 생닭의 검수, 조리 전 냉장보관, 육류 전용 공간에서의 세척·조리 등 관련 규정을 모두 잘 지켰음에도 반계탕의 중심온도(가열된 음식 중 가장 중심 부위의 온도)가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충분한 가열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조리과정 중 워낙 다량의 닭을 제한된 용기로 조리하다 보니 가마솥 안에서 닭들을 골고루 익히기 힘들었을 것이고 닭죽을 끓이기 위해 익힌 닭을 꺼내는 과정에서 가장 늦게 들어간 닭이 완전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꺼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가장 먼저 배식을 받은 2학년에서 환자 발생이 가장 많았던 점, 닭의 중심온도 기록이 없다는 점, 또한 동일 식재료가 공급된 다른 급식업체에서는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린 결론이다.

학교급식 같이 대규모로 조리하는 곳은 일반 가정집에 비해 식중독 발생 위험이 몇 배나 크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철저히 잘 관리하고 있지만 작은 방심과 실수로 인해 수백 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 단체급식소다. 그렇다고 학교 식중독의 모든 책임을 학교 측에만 미뤄서도 안될 일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에서는 개인 위생 관리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했던 시기, 식중독 발생률은 뚝 떨어졌었다. 마스크를 하고, 틈만 나면 손을 씻고 수학여행 등 단체생활을 기피한 결과였다. 이는 개인위생 관리가 식중독 발생과 얼마나 연관성이 깊은지를 보여준다.

과거 위생관리 인지와 실천수준을 연령별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위생관리 인지수준은 노년층과 비슷한 형편이었다. 실천수준 역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스로도 관리를 해야하지만 각 가정에서 아이들의 위생관리에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출 후 돌아왔을 때, 식사 전에, 그리고 무엇보다 화장실 이용 후, 비누를 이용해 손을 씻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품을 매개로 한 식중독도 있지만 노로바이러스나 일부 병원성 세균들은 사람 간 직접 전염에 의해서도 질병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기점이 돼 식중독으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학교 식중독 사고가 어김없이 전해진다. 학교는 급식관리를,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개인 위생관리를 잘 챙겨준다면 학교 식중독은 충분히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진숙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유해물질분석과 연구관

safe119  

<저작권자 © 주식회사 한국안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