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화에 나막신 장수와 짚신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는 날이 맑으면 나막신이 팔리지 않는 것을 시름하고, 날이 흐리고 비가 오면 짚신장수 아들의 장사를 걱정했다. 어느 날 문득 사고를 전환해서 비가 오면 나막신장수 아들이 장사가 잘돼서 좋고, 날이 맑으면 짚신장수 아들이 장사가 잘 되어서 좋아 했다는 얘기다. 이렇듯 재난상황관리도 비가 오고 안 오고, 많고 적음에 따라 긴장과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업무이다.

금년도 재난상황관리는 가뭄으로부터 시작했다. 그 동안 농업용수 부족으로 신음하던 일부 지역에 지난 6월 30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에 걸쳐 제법 많은 비가 내려주었다. 고마운 단비로 정부와 지자체는 우선 한숨은 덜게 되었지만, 완전해갈이 되려면 추가적으로 100㎜정도의 강우가 더 내려야 한단다. 다행히 이번 주는 장마전선이 활성화되면서 제주와 남부지역에 비가 전망되어 가뭄이 완전히 해갈되길 바라며 나막신장수와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으로 재난상황관리에 임하고 있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6월 하순부터 시작된 집중호우와 태풍내습으로 재난상황관리에 바빴던 한 해로 기억된다. 2011년도는 여러 가지 강우기록이 새롭게 갱신되었다. 7월 7~17일까지 11일간 1961년 이후 50년 만에 기록된 장기 연속강우가 있었고, 7월 26~28일 기간 중 서울에서 내린 비는 연강수량의 40%인 587.5㎜로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강우로 기록되었다. 6월 22일~8월10일 6개 지역에서 내린 강우는 동두천 1736㎜, 서울 1608㎜, 양평 1589㎜, 강화 1565㎜, 춘천 1465㎜, 인천 1265㎜로 1년 평균 강우량을 초과하였다.

기록적인 강우상황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빈발하고 있는 추세며, 특히 태풍·집중호우에 의한 피해가 심각하다. 태국은 지난해 7월부터 2개월간 계속된 홍수로 250여명이 사망했고, 9월에는 일본에서 태풍 ‘탈라스’내습으로 108명이 사망·실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해 여름 집중호우로 서초구 우면산과 춘천시 신북 펜션 등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귀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으며, 하천범람·내수배제 불량으로 빗물이 저지대 시가지로 유입되면서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는 등 도시기능이 마비되어 생활에 여러 가지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또한, 한강수위 상승으로 올림픽대로 일부구간에서 침수가 발생하고 도로통제에도 불구하고 차량 100여 대가 침수되는 피해상황도 발생했다.

소방방재청은 ‘국민생활주변 안전사고 예보제’를 운영해 기상전망과 과거에 발생한 재난상황을 분석, 매주·매월 재난정보를 국민과 관련기관에 제공하여 국민 스스로가 재난과 각종 안전사고를 한 번 더 챙기고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안전사고는 최근 3년간에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에 비해 확연히 감소되었다. 화재사고는 사망자 3년 평균치와 비교해보면 130명이 감소했고, 물놀이사고는 36명이 감소했다. 농기계 안전사고는 48건, 폭발사고 건수도 37건이 감소했다. 결론적으로 재난정보의 정확한 분석을 통해 위험상황을 사전에 홍보하고 취약지역에서 대피시킬 수 있다면 인명피해가 감소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보지역에서는 재난상황실과 관련부서 및 읍면동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보와 하천, 방파제 등 인명사고 위험지역에 재난안전선을 설치하고, 마을앰프, 차량방송 등을 통해 논물꼬관리 등 야외활동을 자제토록 홍보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 특히, 산사태 우려가 있는 지역의 주민은 가능한 밝은 낮 시간에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키는 등의 한발 빠른 조치도 필요하겠다.

시기적으로 7월초순은 우기철이나 이제까지 큰 비가 없었지만, 지난 여름 피해사례를 떠올리며 국민의 생명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재난취약지역을 조기에 점검하는 등 안전에 관해서는 자만하지 말고 자신의 불편보다는 안전을 한번 더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시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규봉 소방방재청 재난상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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