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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갈수록 빨라지는 기후 위기, 더욱더 시급해진 탄소 감축
박근종 | 승인 2023.03.24 17:01
박근종 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인류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늘어나 2040년 이전에 지구의 표면온도가 산업혁명 시대 이전보다 ‘1.5도’ 오를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전망됐다. 탄소 배출량이 갈수록 더 늘어나고 온난화가 빠르게 심화하면서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 당시 ‘2100년 말’로 전망했던 ‘지구 온도 1.5도 상승’ 시점이 더 앞당겨졌다는 충격이다. ‘지구 온도 1.5도 상승’은 폭염(暴炎)과 혹한, 태풍, 가뭄 등 기상 이변이 폭증하는 ‘임계점(臨界點 │ Tipping Point)’이다. 재깍재깍 똑딱거리며 빠르게 조여오는 ‘기후 시한폭탄’을 해제하기 위한 인류의 탄소 감축이 더욱더 시급해졌다는 엄중한 표징(標徵)이자 준엄(峻嚴)한 경고다. 이런 기후재앙을 막으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만 한다.

지난 3월 20일(현지 시각)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3~19일(현지 시각) 스위스 인터라켄(Interlaken)에서 제58차 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종합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제6차 평가 종합보고서’는 2014년 제5차 보고서 이후 9년 만에 발표되는 것으로 ▷최근 기후변화 현황과 추세, ▷기후변화가 미칠 장기적 영향 ▷2030~2040년까지의 단기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인간에 의해 배출된 온실가스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화로 지구 표면온도를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현재(2011~2020년) ‘1.1도’ 상승시켰다. 1970년 이후 50년간 지구 표면온도 상승세는 지난 2000년 사이 어느 50년 구간보다도 빨랐다. 2014년 제5차 보고서 때보다 온난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인류가 대비할 시간은 더 줄어들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그만큼 가파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대로 현재의 화석연료 인프라를 활용하는 경우 가까운 미래(2021~2040년) 지구 표면온도는 ‘1.5도’까지, 2100년에는 평균 ‘3.2도’가량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보고서는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명백히 초래했다”라고 명시했다. ‘인간에 의한’ 지구 표면온도 상승 폭은 ‘1.07도(0.8~1.3도)’ 정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2019년 기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으로 200만 년 내 최고치로, 대기 중 메탄과 아산화질소 농도는 각각 1,866ppm과 332ppm으로 최소 80만 년 내 최고치로 나타났다. 2019년 한해 순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59±6.6Gt(기가 톤)’ 이었다. 79%가 에너지·산업·교통·건물에서 나왔고 나머지는 농업과 임업을 비롯한 토지를 이용하면서 배출됐다. 2019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 35%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9t(톤) 이상인 국가에 거주했고 41%는 3t 이하인 나라에 살았다. 보고서는 “가까운 미래에 지구 전 지역에서 기후재앙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예상되는 재앙과 위험으로 ▷고온으로 인한 사망과 질병, ▷수인성 질병과 식품·벡터 매개 질병, ▷정신건강 문제, ▷연안과 저지대 홍수, ▷생물다양성 감소, ▷식량 생산량 감소(일부지역), ▷산사태 등을 지목했다.

특히, 보고서는 “기후적 위험 요소와 비(非)기후적 위험 요소의 상호작용이 늘면서 더 복잡하고 더 대처하기 어려운 복합적이고 연속적인 위험이 나타날 것”이라며 해수면 상승이나 남극의 빙상 붕괴, 생물다양성 감소 등은 지구 표면온도 상승을 제한해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온난화가 더 심화하면 “급격하거나 비가역적 변화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라고 덧붙였다. 지구 표면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면 향후 2,000년간 해수면 높이가 2~3m 높아지며 ‘2도’로 제한하면 2~6m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온난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선 ‘넷-제로(Net-Zero │ 온실가스 순 배출량 0)’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제로 달성 시점과 앞으로 10년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지가 지구 표면온도 상승 폭 ‘1.5도’와 ‘2도’ 제한에 성공할지를 판가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인간의 활동으로 온실가스가 1,000Gt(이산화탄소 환산량) 배출될 때마다 지구 표면온도는 ‘0.45도’ 상승한다며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을 위해 남은 탄소 배출량은 2020년 초 기준 500Gt(50% 확률)이며, ‘2도’ 제한에는 1,150Gt(67% 확률)이나 된다. 그러면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배출량의 43%, ‘2도’로 제한하려면 27% 줄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살만하고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확보할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라면서 ‘기후 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로 경로를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1.5도 제한’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지만 세계 각국이 세운 감축 목표로는 달성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인류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2010년 49Gt에서 2019년 59Gt으로 오히려 급속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는 살얼음판 위에 있고, 그 얼음은 빠르게 녹고 있다. 기후 시한폭탄이 똑딱거리고 있다.”라며 “지구 표면온도 ‘1.5도’ 제한을 달성하려면 대대적이고, 신속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선진국들은 204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도록 전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기후 위기의 절박성을 웅변하고 있다. 보고서는 ‘1.5도 상승’을 막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43%, 2050년까지 99%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화석연료 인프라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을 강조했다.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맞는 저개발국가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런데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감소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확정·추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종합하면 한국은 2018년 7억 2,700만t, 2019년 7억 1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6억 5,600만t까지 줄였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0년 전인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12.7t으로 2019년 13.6t보다 6.5%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 경기가 회복되면서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 7,960만t으로 다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하위 2위로 해외 연구기관과 언론들이 ‘기후 악당’이라며 질타받는 바 있다. 실제 영국의 기후변화 비정부기구인 ‘기후행동추적(CAT)’는 2016년 한국을 “기후변화 해결에 전혀 노력하지 않는 기후 악당”이라고 비판했고, 영국 기후변화 전문지 ‘클라이밋 홈 뉴스’ 역시 ‘기후행동추적(CAT)’ 분석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한국을 ‘세계 4대 기후 악당’으로 지목하면서 “한국이 기후 악당들을 선도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국제 평가기관인 ‘저먼워치(Germanwatch)’와 기후 연구단체인 ‘뉴 클라이밋 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 등은 지난 3월 14일 전 세계 온실가스의 92%를 배출하는 60개국(유럽연합 포함)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40%), 재생에너지(20%), 에너지 소비(20%), 기후 정책(20%) 총 4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2023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를 발표했는데, 한국은 올해 꼴찌인 60위에 머무르며 성적이 매우 저조한 그룹에 들었고, 탄소 배출량은 세계 10위이며, 1950년부터 총 누적량은 세계 18위에 해당됐다.

이런 치욕적인 국제 여론과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IPCC 보고서 채택을 계기로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점을 10년가량 앞당기자는 제안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기후 대응은 매우 안일하다. 지난 3월 21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현 정부가 처음 내놓은 2050년 탄소중립 이행계획인데 2021년 10월 전 정부에서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설정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유지하면서 산업계의 감축 부담만 줄인 게 핵심 골자다.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14.5%에서 11.4%로 3.1%포인트 낮춘 대신 원자력발전 확대 등으로 축소분을 대체한다는 안인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아 감축 책임이 가장 큰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치를 오히려 축소한 것은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철강·석유화학 등 산업부문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36%를 차지한다. 전력 사용량까지 포함하면 54%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배출 각 부문 중 가장 낮은 14.5%의 감축률로 설정했는데, 이번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그마저도 하향 조정한 것이어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동안 산업계는 감축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며 부담 완화를 요구해온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중 경제패권 다툼 등에 기인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와 지속적인 경기둔화가 맞물린 최악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이 있었겠지만, 이번 안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는 강력한 실행 의지를 보이지 못한 채 산업계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산업과 경제 논리를 기후와 환경보다 앞세운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원전 발전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추가 감축 방안도 미흡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폭염(暴炎)과 한파(寒波), 산불이 빈번해지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가 비등하고 있는 발 빠른 온실가스 감축이 절실한 마당에 느슨하고 성의 없는 이번 안으로는 생존 위기를 넘길 수 없다.

탄소중립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 반드시 가야만 할 길이자 준엄한 역사적 요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산업계의 감축 부담이 줄었다고 안일한 대응은 금물이다. 산업계도 거역할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과 그칠 수 없는 도도한 시대적 조류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산업계의 동참 없이는 2050 탄소중립은 요원할뿐더러‘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은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와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국제규범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재생에너지 개발과 사용 확대, 친환경 산업 지원 강화 등 보다 적극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최근에 봉착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대장정에 걸림돌이나 장애로 회귀하여 우리 경제에 ‘그린 스완(The green swan │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의 파괴적 위기)’으로 작용해서도 결단코 안 된다.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는 방향의 노력에 계속 머뭇거리기만 하면 미래 세대가 그 대가를 고스란히 치르게 된다. 산업계는 이번 감축 목표 하향을 계기로 환경개선 효과가 미미한 탄소배출권 거래에 의존하기보다 환경오염 저감기술 개발 등 실질적인 탄소 배출을 감축할 친환경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박근종  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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