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몸 안에 거즈, 가위 등의 수술 도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해외토픽에나 실렸던 웃지 못 할 사례였다. 아무도 내 가족, 내 주변 인물의 배 속에 그런 것들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6살 재민이는 올해 초 탈장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직후부터 하루에 수 십 번씩 화장실을 드나드는 증세를 보였고,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다시 병원으로 데려간 부모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재민이의 방광 안에는 수술용 실뭉치가 한 달 넘게 들어있었던 것이다. 결국 실을 꺼내기 위해 다시 배를 가르는 수술을 받았지만 재민이 가족은 병원 측으로부터 보상은 커녕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병원 측은 “저희병원에서 탈장 수술을 했지만 탈장수술을 하면서 그 실이 들어갈 수 없다”고 자체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가족들은 “그런 말도 안 되는 답이 어디 있냐”며, “그럼 그 작은 아이가 실뭉치를 위도 아니고 방광까지 넣었다는 거냐”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 외에도 외과 수술이후 종종 몸속에 수술 도구가 나오는 사건이 일어나지만 의사의 잘못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수술을 받은 환자나 환자 가족은 수술 장면을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에, 수술을 담당했던 병원 측에서 완벽하게 끝냈다고 주장하면 아무런 방도가 없는 것이다.
또한 소송으로 이어진들, 거대한 대학병원과의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의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환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2년 전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안’이 만들어졌다. 법안은  ‘피해 환자의 주장에 대해 해당 의사가 잘못한 게 없다면, 그 의사는 반드시 자신의 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3년째 논의조차 안 된 채 잠들어 있다.
시민단체들은 “도대체 국회는 힘 있는 집단을 위한 것인지, 국민을 위한 것인지 답답할 뿐”이라고 한탄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 사고는 단순 과실이라고 치부하고 넘어 갈 사항이 아니다. 법의 무관심한 테두리가 육체적 고통을 안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심적인 고통까지 얹어주고 있다.

차미경 기자 safe@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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