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독감(AI)으로 살처분 된 가축들이 묻힌 매몰지역 인근 지하수의 93%가 하수도 물보다 더 썩은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이번엔 매몰지역 인근 주민들이 실제 식수(食水)로 사용하는 지하수의 82%(45곳 중 37곳)가 먹는 물 수질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일부 지하수에 대해선 사용중단 조치가 내려졌지만 오염된 지하수의 54%(37곳 중 20곳) 이상은 마을 주민들이 여전히 식수로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을 계속 마셔온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AI가 발생해 닭·오리 등이 매몰된 전국 매몰지 389곳 가운데 81곳을 표본으로 골라 작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인근 지역 지하수에 대한 수질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주민들이 식수로 쓰는 지하수 관정 45곳 가운데 37곳(82%)에서 일반세균·질산성질소 같은 오염물질이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수배~수십 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 물에서는 검출돼선 안 될 대장균군(群)이 100mL당 1560MPN(대장균군 측정 최소 단위)까지 검출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 중 10개 안팎 지하수에 대해서만 ‘관정 폐쇄’ ‘상수도 공급’ 등 조치가 이뤄졌을 뿐, 나머지 20여곳은 여전히 식수로 사용되고 있다.
조사대상 관정은 경기(13곳)·충청(9곳)·전남(20곳)·전북(26곳)·경북(6곳)·부산·경남(5곳)·강원(2곳) 등 전국 23개 지역에 걸쳐 있다. 이 중 경북(영천·고령·경주·경산)의 수질기준 초과율이 100%로 가장 높았고, 경기(평택·안성) 69%, 전남(영암·나주) 65%,전북(정읍·김제·순창·익산) 58%. 충청(논산·청양·천안·홍성·보령·진천·예산) 56%, 부산 및 경남(울산·양산) 40%, 강원(춘천) 0% 등의 순이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수질기준을 초과한 것은 맞지만 사체(死體) 매몰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에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에도 최근 “문제가 없다”는 요지의 현안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분석은 달랐다. 정부 산하기관의 한 수질전문가는 "문제의 지하수들이 매몰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데다 수질기준 초과율 또한 다른 일반 지역보다 훨씬 더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환경부가 속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부가 전국 4000~5000여개 지하수를 상대로 매년 실시하는 ‘지하수 정기 수질조사’에서는 기준 초과율이 5~7% 정도다. 공장지대를 포함해 오염지역 지하수의 경우도 10% 안팎 초과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번 매몰지 주변 지하수들의 수질기준 초과율(전체 평균 62%, 먹는 물은 82%)은 이보다 6~16배 이상 더 높게 나타났다.


글┃유주희 기자 safe@safe119news.com

safe6119  stjlovely@naver.com

<저작권자 © 주식회사 한국안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