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을 위해 정부는 조속히 층간소음 분쟁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우리는 나만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대책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우리국민 모두가 노력하고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다.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
층간소음 문제는 과거 단독주택 위주의 생활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으로 주거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국민의 공동주택 거주비율은 약 75%. 전 세계적으로 공동주택의 거주비율이 60%가 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이처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생활공간에서 살아가고,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정온한 환경을 바라는 국민들의 욕구 또한 증가하여 세대 간 층간소음의 문제는 우리생활과 불가분적인 문제가 되었다. 최근 공동주택 세대 간 층간소음은 방화와 폭행, 살인에까지 이르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례>
2013년 10월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주택에서 층간소음으로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경위를 조사한 결과 1층의 ㄱ씨와 2층의 ㄴ씨는 3~4차례 층간소음 문제로 얼굴을 붉힌 적이 있었고, 사건 전날에도 언성을 높였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ㄱ씨는 출근하는 ㄴ씨를 향해 “×××아, 시끄러워 못살겠다. 방문 좀 살살 닫아라”라면서 불만을 터뜨렸고, 이어 ㄱ씨는 ㄴ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주먹으로 얼굴과 등을 때린 뒤 근처에 있는 흉기를 휘둘러 ㄴ씨와 싸움을 말리러 나온 ㄴ씨의 아내ㄷ씨에게 각각 팔·목·머리, 팔·가슴 등에 상해를 입혔다.

층간소음의 80%는 발소리
층간소음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주택법 제44조 제1항 및 주택법 시행령 제57조 제1항 제21호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문을 닫는 소리, 애완견이 짖는 소리, 늦은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세탁기·청소기·골프연습기·운동기구 등을 사용하는 소리, 화장실과 부엌에서 물을 내리는 소리 등을 공동주택 층간소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발생되는 소음이지만, 이 소음은 옆집이나 아래층, 위층으로 전달돼 정신적인 피해를 끼치게 된다.
층간소음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가 49.2%로 가장 많았고, 발걸음 소리 30.8%, 급·배수음 8.6%, 문개·폐음 4.2%, 애완동물소리 4.2%, TV소리 3.1% 순으로 나타났다.

소음·진동민원의 지역별 분포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시가 34.6%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 25.5%, 인천 5.7%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 지역이 타 도시에 비해 토지이용이 밀집돼 소음원에 대한 노출인구 범위가 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주거문화개선시민운동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아파트의 소음피해 사례는 총 2,000여건에 달하고 있으며 이웃 간 폭력 등으로 소송중인 사건도 1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병의 근원 층간소음 스트레스
층간소음의 심각성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아파트 소음의 경우신경쇠약을 유발할 수 있는 60db을 넘어서는 경우가 허다하다”고설명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는 신경쇠약뿐만이 아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두통, 심한 경우 임산부의 유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건물 문제여도 입주자가 책임지는 현실
이러한 층간 소음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 주된 이유는 아파트 건설의 붐이 일었던 80~90년대에 건설업자들이 분양가격의 경감에 기인한 물량위주의 건설을 추구했기 때문에 방음을 고려하지 않고 시공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층간소음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그 책임의 주체가 달라지는데, 그 원인은 건물 자체의 구조적 결함의 경우와 단순한 소음발생자의 부주의의 경우 두 가지가 있다.
층간소음이 주택법령에서 정한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아파트자체의 구조적 결함이나 방음시설의 미비에 의해 발생한 경우,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알선·조정·재정 또는 소송을 통해 시공자가 그 피해를 보상하게 된다. 하지만 소송에서 아파트 하자에 대한 기준인 기능상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을 밝히기가 까다롭고, 집단소송이 되면 아파트 가격의 하락이라는 실리적인 문제까지 겹치게 되어 아파트 구조상의 결함을 묻는 소송은 미미한 현실이다.

아파트 자체의 문제가 아닌 입주자 사이의 생활소음으로 인한층간소음 분쟁이 일어난 경우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공동주택표준관리규약에 따른 조치를 취하거나, 인근소란 등의 죄로 신고, 혹은 상대방 입주자에 대한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구하게 된다.

소음피해 구제방안 마련
증가하는 소음분쟁의 대책으로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층간소음 피해 보상 기준을 새로 마련하였으며, 이르면 2014년 2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그 기준인 수인한도(사람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을 경우 가해 측에서 그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3년 6월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 소음 피해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람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뜻하는 수인한도 기준을 기존‘ 5분 평균으로 주간 55dB 이상, 야간 45dB 이상’에서‘ 1분 평균으로 주간 40dB 이상, 야간 35dB 이상’으로 강화하였다.

환경부는 또 이번에 ‘최고 소음도 기준’을 새로 추가해 1분 평균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주간 55dB, 야간 50dB’을 넘어도 피해를 본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50dB은 성인이
실내에서 점프할 때의 소음 크기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경범죄 처벌법상 인근소음을 적용, 최고 1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법적 규제에 앞서는 해결법, 이해와 배려
그러나 환경부 생활환경과 관계자에 따르면, 민원이 제기됐을 경우 피해자가 들었던 소음을 똑같이 측정하기가 어려워 민원해결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에 법적 규제보다는 이웃 간의 이해와 배려, 자율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환경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줄이기’ 운동을 펼치며 홍보물 10만부를 제작해 시민단체 및 지자체와 함께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공동주택 층간소음 줄이기 생활수칙(안)’을 지정해 국민 스스로 지키도록 권유하고 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줄이기 생활수칙(안)>
▲ 층간소음은 이해와 배려의 문제로 나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충분한 대화로 해결합시다.
▲ 아이의 뛰는 소리와 문을 세게 닫는 소리는 가장 심각한 소음으로 그러한 행동을 자제토록 합시다.
▲ 세탁기와 같은 생활기기 나 소음이 큰 운동기기는 밤10시부터 다음날 아침7시까지 사용을 자제합시다.
▲ 화장실과 부엌의 물 내리는 소리도 불만이 많은 소음입니다. 밤 10시부터 새벽까지는 샤워나 설거지를 자제합시다.

충분한 수면은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층간소음은 숙면을 방해하고 스트레스를 발생케 하는 건강에 매우 위협적인 존재이다. 국민건강을 위해 정부는 조속히 층간소음 분쟁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우리는 나만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대책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우리국민 모두가 노력하는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다.

김은혜차장

담당자  safe@119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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