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권호장 교수

‘바람에 높이 날려 비처럼 떨어지는 보드라운 모래흙’이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려져 있는 황사의 옛말인 ‘흙비’의 뜻이다. 하지만 더 이상 황사는 우리에게 ‘보드라운 모래 흙’ 이라는 동요가사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고, 황사 발원지인 중국의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황사가 함께 몰고 오는 유해물질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그에 따른 피해도 커지고 있다.
황사 속 미세먼지에서 검출되는 중금속 성분은 납과 카드뮴, 구리 등 일곱 가지이며 최근에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까지 검출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2년 3월에는 매우 강한 황사가 발생하여 전국 4,373개의 학교가 휴교를 했고, 164편의 항공기가 결항됐으며 호흡기 질환 환자의 급증, 반도체 등 정밀산업 업체가 일시적으로 휴업하는, 말 그대로 ‘황사대란’이 일어났다.
2006년 황사는 예년보다 빨리 찾아오고 4월달에 급증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다시 한 번 그 관심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벌써부터 언론매체를 통해 물을 많이 마시고, 마스크를 써야 황사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황사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황사가 사망에까지 영향을 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다뤄진 황사에 대한 연구는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 전부였다. 최근 웰빙 문화가 대두되면서 사실상 처음으로, 황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 ‘황사 입자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과히 충격적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황사로 인해 건강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4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속하는 증상으로는 우리가 흔히 황사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안구질환, 목 따가움, 기침 또는 가래 등이다. 하지만 피해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2000∼2003년 봄, 서울에 발생한 황사와 입원환자와의 관계를 통해, 황사 당일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수는 비 황사 기간에 비해 9명이 늘었으며 천식환자는 무려 13.4명이 늘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놀라운 결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제는 황사가 사망에 이르게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존에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주 대상이긴 하지만 다른 사망 원인에 비해 이 질환의 사망자가 황사 기간에 2명 증가했다. 비록 수치상으로는 적지만 백분율로 환산하면 20% 가까이 늘어난 결과이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황사에 대해 ‘눈병 한 번 앓고 지나가면 된다’는 식의 가벼운 인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일깨워 준다. 이렇게 황사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이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국가적인 예방대책은 아직 국내·외적 모든 부분이 미흡한 현실이다.

▶3국의 입장차이로 대책안은 오리무중
현재 기상청의 황사예보 적중률은 50%대에 불과하다. 기상청은 황사 발원지인 중국 등과 국제적으로 공존하기가 어려운 데다 1∼2일 전 발령하는 예비특보제도의 한계 등을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상청은 한·중·일 간 충분한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못해 데이터에 의한 ‘실측’이 아닌 눈으로 하는 ‘목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렇다면 왜 중국과 일본은 정보 공유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황사에 의한 피해 정도와 유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황사가 발생할 경우,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미세먼지들이 도시 전체를 뿌옇게 만들지만 그보다 모래돌풍에 의한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미세먼지 속 유해물질에 대한 것 까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또한 수천 년 간 이어져온 황사에 대해 단순한 자연현상이지 우리와 같은 자연재난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예측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낀다는 것도 문제다. 일본 역시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한반도를 거치면서 세력이 3분의 1로 약해져 피해가 크지 않아서 별도로 황사 예보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이렇게 3국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그동안 주기적으로 이루어진 3국의 환경장관 회의에서도 황사에 대해 이렇다 할 뚜렷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황사 연구 필요성 시급하다”
환경부 주관으로 지난 3월 12∼13일 양일간 개최된 한·중·일 환경부 국장회의에서 3국은 「한·중·일 황사 공동연구단」 구성에 합의했다. 공동연구단은 운영위원회와 2개의 실무그룹으로 구성되며 황사 모니터링·조기경보체제, 황사예방·통제 등의 공동연구를 실시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포괄적인 대책은 이전 회의에서도 수없이 논의돼 왔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지만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할 대안으로는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상청에서 기대를 걸 만한 대안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우선 국내·외 황사 관측망을 확충하고 중국과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만주 및 북·중 접경지역 5개소에 황사관측소를 추가 설치했으며, 백령도와 같이 중국과 인접해 있는 국내 지역에 관측망을 확충하여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중국 황사관측자료(5개소)를 입수하고, 황사 발원지에 설치된 황사감시기상탑(3개소) 자료를 하루 6회 입수할 계획을 밝혔다.
황사 운영체계도 개선된다. 황사기간인 2월부터 5월까지 24시간 상시 예보체제를 구축하며, 국민 체감도와 건강피해도를 고려해 황사특보 기준을 강화(황사주의보 500→400㎛/㎥, 황사경보 1,000→800㎛/㎥으로 하향)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의 실시간 황사정보를 입수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황사기간 동안 기상청 직원을 중국기상청에 파견근무 시키고, 이미 진행 중인 중국 내 황사 발생정보에 대해 현지 모니터링요원 제도를 도입하면 만주 등 한반도 인접지역에 대한 신속한 황사감시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외 다각적으로 황사대책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굵직한 사안만큼이나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연구해야 할 분야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부분이 황사에 대한 연구데이터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황사가 왔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이고 어느 수준으로 국민들을 행동하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다.
항간에서는 황사마다 발원지와 경로,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태풍처럼 황사에도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그렇게 황사들의 특징을 담은 기록을 축적해 데이터화 하면 다음에 오는 황사를 예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황사특보제의 예보를 할 때도 구체적으로 국민행동요령을 지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면 2002년과 같은 황사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관련 연구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주장을 해왔지만 이제야 관심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다행히 ‘황사 입자의 영향’처럼 의학적인 연구를 시작으로 많은 연구 분야가 늘어날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예방차원이 아닌 사후대책에만 힘을 쏟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을 끊이지 않고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이번기회를 통해 오명을 만회하려는 듯 예방을 위한 대대적인 대책 안들을 발표하고 있다.
결과야 시간이 지난 후에 평가할 수 있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문제이므로 실용적인 대책들과 함께 황사철에 보이는 반짝 관심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차미경 기자 safe@safe119news.com>

전문가 인터뷰

Q. 우리나라는 황사에 대한 조사 연구 중 유독 의학적 접근이 미흡한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황사에 대한 의학적 접근이 부족하다 보니 황사관련 대책을 세우는 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200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황사 특보제의 기준은 황사의 건강영향을 염두에 두고 정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특보제의 발령기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고 특보 발령에 따른 국민행동요령도 미흡하긴 마찬가지입니다.

Q.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황사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하셨습니다. 그 영향력은 어느 정도 입니까?
A. 황사에 대한 건강피해는 주관적 증상호소에서, 심해지면 병원을 방문하고 아주 심한 경우에는 사망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은 황사로 인해 불편한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눈이 아프거나 충혈되는 안구 증상이었고 그 다음은 목이 따갑거나 기침·가래가 나오는 호흡기 증상이었습니다.
황사가 오면 안구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자의 병원방문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구체적으로 질환에 따라 증가율이 다르긴 하지만 대략 10∼20%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황사와 사망률의 관련성을 분석해보면 일반 질환으로 인한 사망에는 변화가 없지만 사인이 호흡기 질환인 경우, 증가하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결과를 해석해보면 황사가 오면 사망자가 증가할 수 있는데 일반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고 주로 중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이 희생자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Q. 우리나라 황사피해방지 대책의 미흡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황사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정확하게 예측해서 빨리 국민들에게 알리고, 황사 정도에 따라 국민행동요령을 세부적으로 정해 시행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부분은 아직 충분치는 않지만 기상청에서 계속 관측망을 확충하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보입
니다.
문제는 황사에 대한 예측이 되었을 때 그 영향이 얼마나 될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황사가 왔을 때 건강영향이 얼마정도 될 것인지, 어떻게 대처를 할지에 대한 지침을 세우는 데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관련연구가 아직까지 너무 적은 실정입니다. 황사는 미세먼지 농도 뿐 아니라 발원지와 경로에 따라서 건강에 대한 영향이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정선에서 기준을 정하고 정해진 기준은 확실하게 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황사별로 농도와 구성성분, 그로인한 건강영향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이 될 때, 좀 더 효과적인 대책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Q. 매년 더 농도 짙은 황사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와 환경단체, 의학계가 함께 향후 대책방안을 세울 때 논의돼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A. 먼저 원천적인 예방을 위해 사막화 방지 노력이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오늘날 황사가 크게 문제가 된 것은 일차적으로 황사발생 횟수와 강도가 높아져서 이지만 동시에 황사 속에 유해물질의 성분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급격한 공업화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이 황사와 함께 우리나라로 넘어오고 있는데, 건강영향에 관련해서는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특히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은 황사발생과 관계없이 봄철에 편서풍을 타고 넘어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황사가 왔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나요?
A. 가장 중요한 원칙은 황사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외출을 삼가고 특히 실외에서의 운동은 좋지 않습니다.
외출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 마스크는 황사 속 미세먼지를 전혀 거르지 못합니다. 황사 전용 마스크를 사용해야만 유해한 미세먼지가 기관지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손, 발을 잘 씻고 가래배출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시며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도 황사에 의한 피해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safe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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