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훈
한미FTA 협상단 대표

2006년 2월 3일 정부의 추진 계획 발표 이후 2006년 6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여덟 차례의 공식협상을 거친 한미FTA가 지난달 2일 타결, 비준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FTA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미FTA 두고 의견대립 심각

이달 중 한미FTA 협정문이 공개될 예정이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그동안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한미FTA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있었지만, 세부적 협상 내용까지 공개되고 나면 이해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며, 앞으로 전개될 ‘체결 반대’ 운동이 지금까지의 ‘협상 저지’ 운동보다 더 거셀 것임을 암시했다.
반면 정부는 지속적으로 FTA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수출이 70%를 차지하는 한국이야말로 FTA가 꼭 필요한 나라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중에도 한미FTA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며 찬성표를 던지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한 가지 쟁점사안을 두고 두 집단이 팽팽한 대립을 이루고 있지만, 이들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선전(propaganda)’ 수준의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FTA는 말 그대로 두 나라 사이의 협상이다. 따라서 어느 한 나라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될 수는 없다. 또한 공개된 협상결과 중 어느 하나를 보더라도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 되거나, 반대로 국민 모두에게 손해가 내용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미FTA에 찬성하는 쪽은 FTA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부정적 효과를 축소하는 반면, 반대하는 쪽은 긍정적 효과를 축소하고 부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양상이다. 서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좀 더 잘 살기 위해서’라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간과하고 객관성을 상실한 것이다.

국제경쟁 불가피, 경쟁력 제고 방안 모색해야

이미 전 세계가 FTA에 관심을 갖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점에서 무조건 FTA에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범국본의 주장처럼 정부가 졸속적으로 퍼주기식 협상을 했다고 하더라도 FTA의 효과와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FTA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결국은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차이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한미FTA 비준 여부가 아니라 FTA의 순기능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유리한 부분은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찾고,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대안과 정책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FTA 체결 반대 운동을 펼쳐도 늦지 않다.
우선은 투명성 확보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한미FTA의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결과 등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해 한미FTA 추진의 타당성을 검증받아야 하고, 범국본은 한미FTA로 인한 손실에 대해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곧 공개될 한미FTA 협정문이 국민들을 원망을 사지 않을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협상이 타결된 현 시점에서는 정부가 준비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국내 보완대책’이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조율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한미FTA가 그동안의 우려를 씻어내고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생활수준 향상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무척 궁금해진다.
<류상근 기자 safe@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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