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건강진단제도의 문제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돼왔지만 아직까지도 효과적인 개선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특수건강진단은 의료기관과 사업주의 유착, 유명무실한 검사 체계, 소홀한 관리·감독 등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  

특수건강진단 기관을 사업주가 선택하도록 한 운영체제와 의료기관의 상업성이 맞물려 근로자의 건강을 볼모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DMF1) 중독사고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망사건 조사 과정에서 P병원이 건강검진 결과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적발되자 노동부는 뒤늦게 특수건강진단 대행 의료기관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이 점검에서 전국 120개 의료기관 중 119곳에서 판정 부적절, 생물학적 노출검사관련 위반, 문진표 누락, 의사 기준 위반 등 393건이 적발됐다.
담당 의사가 근로자의 특수건강진단 결과에 대해 직업병 소견을 밝혔다가 사업주의 항의를 받고 소견을 변경, 일반질병으로 결론짓는 일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직업병 소견에 불만을 품은 사업주가 진료기관을 변경하면 수익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검진기관은 사업주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건강진단 유치를 위해 검진 비용을 할인해주기까지 하는데, 이 비용은 고스란히 검진 과정의 허술함으로 이어진다. 무자격자에 의한 검진, 소변 등 시료 채취 시기 위반, 필수검사 미실시 등 ‘반쪽짜리 검진’이라는 말조차 아까울 정도다. 심지어는 문진이나 진찰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진단서를 발급한 사례도 있었다.
위반 기관에 대한 처벌이 미약한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이번에 적발된 119개 의료기관 중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곳은 단 세 곳뿐이다. 93곳이 업무정지를 받았지만 기껏해야 1~3개월 동안 특수건강진단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어서 의료기관의 손실은 미미하다. 나머지 의료기관에는 단순 시정조치가 내려질 뿐이었다.
노동부에서 △건강진단시 의사의 근로자에 대한 유해물질의 건강유해성 설명 의무화 △일반건강진단과 중복되는 검사항목 삭제 및 표적장기별 검사제도 도입 △특수건강진단 기관의 행정처분 기준 보완 및 특수건강진단을 잘못한 의사에 대한 책임부과 방안 검토 △직업병 유소견자 발생시 사업주의 특수건강진단기관 변경권 제한 등 산업의학 전문가와 노·사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특수건강진단항목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설사 특수건강진단이 개편안대로 개선된다 해도 특수건강진단 대상 근로자를 일시적으로 다른 직무에 파견하는 방법으로 검진을 회피하는 등 사업주의 횡포를 막을 수 없고, 주치의의 지속적인 관리 차원이 아닌 일회성 검진이라는 한계도 벗어날 수 없다.
하루 빨리 근로자 스스로가 검진 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검진 분야도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분야에 집중하는 등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특수건강진단은 직업병 조기발견이라는 애초 취지의 퇴색은 물론, 예산 낭비까지 더해져 ‘없느니만 못한 정책’이라는 질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김수희 기자 safe@safe119news.com>

1) DMF(디메틸포름아미드) : 포름산아미드로 합성섬유의 방사용제(紡絲溶劑)로 이용된다. 피부 ·눈 ·점막을 자극하며, 장기간 흡입할 경우 간에 장애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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