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회 행자위 소속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소방공무원에 대한 전문 치료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소방병원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007년 7월, 진료 시작. 비록 경찰 병원 내에 세워지기는 하지만 그동안 고통 받던 소방공무원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 따르면 소방관 1명당 담당 인구수는 1,666명이며 담당 면적이 전국 평균 3,413㎢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2001년부터 2005년까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반직에 비해 순직율이 1.94배, 공상(공무 중에 입은 부상)자 발생이 4.27배에 달하는 어려운 환경이다.
2006년도 서울소방방재본부에서 실시한 서울시소방공무원에 대한 특수건강검진 결과에서도 소방관만이 갖는 특수한 질환은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시 소방공무원 특수검강검진 결과

꾸준히 지적되어 온 것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곧 소방전문병원에서 소방관들은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화상센터’ 설치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법률에 의거해서 설치되므로 시설면에서는 조금의 빈약함도 없다는 입장이다. 지정법률에 의하면 화상센터는 최소 30병상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진료 구역을 갖고 있어야 하며, 화상처지용 침상 및 멸균시설 등과 같은 특수 장비도 완비가 돼 있어야 한다. 치료도 치료지만 무엇보다 국가에서 어느 정도 보상을 해주느냐가 이번 소방병원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에서는 100% 보상을 기본으로 한다고 밝혔다. 외래진료에서부터 그에 의한 약값까지 모두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상에 대한 보상도 치료 이후 성형까지 전액 지원해준다는 입장이다.
또한 초반에 잠시 논란이 됐던 경찰 병원 내 일부만 소방관들을 위해 쓰여 진다는 것은 루머인 것으로 밝혀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병실 등은 경찰관과 소방관이 모두 동등하게 사용하며 인원 증가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병실을 늘리는 공사 중이라고 전했다.  

지방소방공무원,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대책은 계속 연구돼야…

그러나 한편으로는 2년여라는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소방방재청은 2008년부터 예산액 6~10억을 산업안전병원에 의뢰해 소방관들의 특수 질환이나 질병통계에 대해 연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연구는 소방병원에 대한 계획이 세워졌을 때 시작했어야 하는 것을 이제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아직 경찰측과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부분도 있다. 현재 경찰공무원의 경우 퇴직 후에도 약재비를 제외한 병원 내 진료에 대해서는 전액 지원을 해주고 있다.
소방방재청에서는 퇴직한 소방공무원에 대해서도 경찰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원하고 있지만 경찰 쪽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해서는 5월 중 결정 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지방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복지이다.
소방방재청은 아직까지는 지방에 거주하는 소방관들에게도 공상연금비 100%를 지원해주는 것 이외는 방안이 없다고 전했다. 병원비에 대한 부담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특수진료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의료사각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방소방공무원들에 대한 의료복지도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연구와 대책에 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때 구조에 투입됐던 황 모 소방관은 당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사고가 있을 때마다 좀 더 내가 잘했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했을 텐데 하는 자책감과 심리적 압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또 악몽을 꿀까봐 신문·방송은 보지도 듣지도 않고 집에 가면 꼭 술을 마셔야만 잠이 든다”고 고백했었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에서는 아직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고 통계치도 없어 미리 준비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분명 많은 소방관들이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결 방안을 못 내고 있는 소방방재청을 두고 일부에서는 현실에 뒤떨어진 정책이라고 쓴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7월이면 소방병원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아직 소방방재청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소방공무원의 의료복지를 위한 부분인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더욱 탄탄하게 다져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경찰 병원 내 소방병원’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소방병원’이라는 독자적인 위치에 설 때까지 소방방재청의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차미경 기자 safe@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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