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근로자를 산업재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도입됐지만 운영 및 관리상의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됐다.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원성을 사고 있는 산재보상보험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보상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재해 근로자의 취업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취업 중인 314명에게 휴업급여를 지급했다. 이미 사망한 42명에 대해 사망 후에도 장해연금을 지급했으며, 해외로 출국한 환자에 대해 입·통원 치료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반면 정작 보상이 필요한 사람들은 사업주의 강요나 근로복지공단의 형식적인 업무처리 등으로 인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장해연금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연금 지급 날수가 일정 일수에 미달하는 경우는 그에 따른 차액을 유족에게 지급해야 함에도 22명에 대해 차액일시금을 지급하지 않는가 하면, 상병 발생이 업무와 연관 있다는 주치의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요양 신청을 승인하지 않기도 한다.
현 시스템에서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진 사람보다 여가를 즐기다 골절사고를 당한 사람이 산재요양급여를 받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청구인의 도덕적 해이도 시정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보다는 보험급여 징수·지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아직도 산업재해인들을 지원하는 재활 인프라는 취약한 편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직장복귀지원금(업무상 재해로 인한 장해급여자를 요양 종결일로부터 1년 이상 고용을 유지한 경우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이 산재장해인의 고용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그 근거는 미약하다. 산재장해인의 고용유지율이 전년 동기 80.0%보다 3.4%p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직장복귀지원금만의 효과라고 판단할 명확한 근거가 없을뿐더러, 2006년에 직장복귀지원금을 지원받은 대상자가 554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산업재해자수가 89,911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554명이라는 지원 규모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은폐된 산업재해 규모를 고려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런 문제들은 담당 인력 부족과 전문성 결여로 인해 심화된다.
산재보험 대상 업체가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고 고용보험까지 근로복지공단에 위임됨에 따라 업무량은 증가하는데 처리 인원 확충 움직임은 더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해 발생시 충분한 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해당 의료기관과 보험료 수급자들에 대한 관리·감독 역시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담당자들의 전문성 결여 문제도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심지어 자신이 원처분청에서 심사청구를 취소한 건을 심사실로 옮긴 뒤 다시 심사하는 사례도 있었다. 순환보직제도로 인해 근무처가 바뀌면서 한 사건에 대해 심사와 재심사를 모두 담당하게 된 경우다.

앞에서 보듯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운영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일 뿐 제도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를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좋은 제도다.
지금부터라도 인력 확충, 담당자의 전문성 제고, 재활·사회복귀 프로그램 개발 등에 힘쓴다면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좀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측도 인원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 실사 등을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의 대거 충원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라고 하니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성공적인 재활을 기대해본다.                                      
김수희 기자 safe@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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