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계절이 뚜렷해서 아름다운 대한민국은 여름철만 오면 뚜렷한 집중호우 때문에 매년 큰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는다.
2007년 여름, 다른 해 보다 길다는 장마예보아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올해의 피해보다 지난해 입은 피해 복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두려워하고 있다.




                                                                                      육 광 남
                                                     사)재해극복범시민연합회 이사장



지난 5월 중순 경 기상청은 지난 겨울부터 북서태평양 상의 아열대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하는 것으로 보아 올 여름 장마는 평년보다 다소 빠른 6월 중순 후반 경에 시작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6월 들어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하고는 있으나, 동서 방향으로만 발달하고 남북방향으로는 확장하지 못하면서, 장마 전선을 보다 북쪽으로 밀지 못하고 있고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고압대가 당분간 계속 그 세력을 유지하여 우리나라에는 6월 하순 전반에나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난 13일 수정 보도했다.

기상청은 예보를 통해 이번 장마는 기간도 길 뿐만 아니라 강수량도 평년보다 많을 예정이며, 8월은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국지성 호우의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또한 올 여름에는 10개의 태풍이 발생해 우리나라에는 2∼3개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렇게 여름은 시작됐고, 여름철의 불청객 장마의 모습도 어느 정도 유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작년의 집중호우와 ‘에위니아’의 피해를 입은 강원도를 포함한 대다수 지역은 2006년 여름에 멈춰있다.

작년 수해로 인한 재산 피해액만 1조 9,430억 원

지난 2006년 한 해 동안 장마와 7월 태풍 ‘에위니아’ 및 호우, 강풍, 풍랑 등으로 인한 피해 정도는 어마어마했다. 총 50명의 사망자와 13명의 실종자 등 인명 피해만 63명에 달했으며 1조 9,430억 원(공공시설 1조 6,917억 원, 사유시설 2,513억 원)이라는 재산피해를 입었다. 대다수의 학교는 휴교를 선언했으며, 집과 살림살이를 잃은 사람들은 땡볕 더위에 컨테이너를 보금자리삼아 지냈다.
2006년 태풍‘에위니아’가 한반도를 덮쳤을 당시 총 18,412㏊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고, 도로 540개 소, 주택 1천 498채, 하천 3천 2개 소 등이 물에 잠기고 훼손됐다. 고속도로 등의 손실로 강릉 방면 면온 IC 앞에는 50여 대의 대형 차량들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15시간동안 도로에 갇혀 있었다. 갇혀 있던 사람들은 정부에서 구호품으로 지급된 빵과 우유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도로 한복판에 감금 아닌 감금을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1년의 기간이 지난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작년의 ‘에위니아’보다는 다가오는 장마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 곳곳에 굴삭기가 움직이고 있고, 아직도 컨테이너박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년 수해복구 공사, 올 장마 지나고 시작한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지역을 살펴보면 작년 한해 수해로 인한 피해 건수 6,337건 중 5월 말을 기준으로 준공을 끝낸 공사는 3,725건에 불가하다. 또한 준공전망 자체를 우기 후로 잡아놓은 건수도 369건이나 된다.

주택복구 역시 집단이주의 경우 133동 중 1동만이 준공됐으며 나머지 132동은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시설별로는 도로의 경우는 총 6,337건 중 3,725건만이 준공됐으며, 상하수도는 207건 중 166건만이 준공을 마친 상태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평창군의 경우는 복구대상 건수 총 1,556건 중 준공된 것은 고작 484건에 그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강원도 내 공사를 진행 중인 하천이나 도로 때문에 장마가 시작되면 지난 해 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또한 마무리 된 공사도 아직 지반이 단단하게 굳어진 상태가 아니어서 적은 양의 비에도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뿐 아니라 기형적인 공사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해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한 평창지역의 하천 복구공사가 교량은 개축하지 않고 하천 폭만 넓히는 기형적인 공사로 인해 또 다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 일대 대화천수해상습지 복구현장의 경우 하천을 가로지르는 45m 길이의 사초교는 그대로 방치한 채 하천 폭을 수해 전의 2배에 가까운 75m로 넓히는 기형적인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류로부터 폭 75m로 이어진 하천이 사초교 인근에서 45m로 줄어들어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불어난 강물이 갑자기 좁아진 다리 인근에서 그대로 범람해 수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화천 수해상습지 개선공사 구간에 있는 대화 7리교와 하안미교 일대 등에서도 사초교와 마찬가지로 복구공사가 이뤄지고 있어 집중호우시 병목현상으로 인한 하천 범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하천 폭에 맞춰 교량을 개축하거나 신축하는 공사가 함께 실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수해 당시 교량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피해복구 예산에 책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창군 관계자도 위험요소는 있지만 예산이 없어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방방재청은 ‘재해사전심의제’를 도입, 공사 일정을 늦추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재해사전심의제’란  10억 이상 재해복구사업에 대해선 실시설계 및 공사 준공 이전단계에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이 시행하는 복구비 30억 원 이상인 사업과 시·도지사가 시행청인 10억 원 이상, 30억 원 미만인 사업은 중앙심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시장·군수·구청장이 시행하는 복구비 10억 원 이상, 30억 원 미만인 사업은 시·도 심의를 받는다.
이밖에 실시설계 완료이전 사전심의는 실시설계 완료 30일 전, 사업 준공 이전 사전심의는 준공검사 예정일 60일 전에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소방방재청은‘재해복구 사전심의제’의 본격 시행으로 사업시행과정에서 간과할 수 있는 피해재발방지대책 수립 등 방재 분야 검토에 주안점을 두는 등 복구업무가 한 단계 향상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수해가 일어난 다음에 서둘러 복구하기도 힘든데, 이런 절차가 계속적으로 생겨나니까 당연히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 이상 수해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이다. 막을 수 있을 만큼 막고, 발 빠른 복구만이 끊이지 않는 수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진리다.
명분만 앞세운 정책 앞에 아직도 작년 수마(水魔)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은 떨어지는 작은 빗방울에도 한숨부터 내쉬고 있다.                      
차미경 기자 safe@safe119news.com

-전문가인터뷰-

Q. 현재 작년 수해로 인한 피해 지역의 복구가 50%를 조금 넘어선 상태입니다. 이런 원인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잘못된 정책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수해가 일어난 다음에야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 정책은 당연히 공사를 지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매년 일어나는 재해인데도 불구하고 미리 사전에 편성을 해 놓고 재난이 발생하면 중앙부처에서 선 지급을 하면서 모자란 부분은 후에 다시 지원을 하는 등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을 편성하는 것보다 즉시 복구공사부터 들어가는 것이 먼저인데 이게 뒤바뀌다 보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약해진 지반 때문에 이번 장마로 더 큰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당연합니다. 당연히 지반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약간의 비로도 더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최소한 다시 장마가 오기 4~5개월 전에는 복구가 끝나야 땅도 굳어지고 풀도 나고 하면서 힘을 가지게 되는데, 이렇게 장마를 코앞에 두고 힘들게 공사 해봤자 또다시 큰 비 한 번 내리면 우르르 무너지는 현상이 올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정책 시스템이 선 복구 시스템, 더 나아가서는 예방시스템으로 변해야 하는 것이 일순위입니다.

Q. 봉사를 하고 싶어도 일정한 보험을 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지금 현재 각 구청마다 봉사센터에서 인력관리를 해주고 있습니다. 각 단체별로 주 활동하는 인원을 받아서 1년분의 상해보험에 들어주고 있습니다.
또 지속적인 봉사가 아니라 급한 재해시 소규모로 모인 단체도 미리 신청을 하면 버스를 대절해 준다거나 당일(1일)보험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이 보험이 생기기 전까지는 혹시라도 봉사활동을 하다가 다치는 일이 있을까봐 조심스럽고 꺼려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봉사단체나 활동의 질을 위해서라도 잘 도입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 또한 예산상의 문제 때문에 조금은 한정된 사람에게만 해택을 준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이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장마를 앞두고 일선에서 뛰시는 입장에서 향후 어떤 변화와 정책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중요 한 것은 ‘미리미리’입니다. 지자체에서는 재난을 대비해서 일정의 예산을 미리 편성해 놓고, 혹시라도 모를 복구사업을 위해 사업자 또한 미리 선정해 놓는 등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또한 중앙부처에서도 재해가 나타나면 선지급을 통해 바로 복구가 시작돼서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재해 복구는 1년 안에 당연히 끝나야 합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얼마든지 빨리 집을 지을 수도 있는데 문제는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조금씩 분산해서 지원을 하게 되고 그렇다보니까 결론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마무리가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입니다. 장마철이나 재해가 났을 때 보여지는 짧은 관심이 아니라 공사의 진행정도 등을 계속해서 보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모금운동 역시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안정된 정책, 언론과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반복되는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safe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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