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부터 필수공익사업의 근로자들이 파업시 일정수준 유지해야 할 필수유지업무 범위 지정을 골자로 하는 노조법시행령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노동부는 국제노동기구가 제시하고 있는 공익사업 최소유지업무제도 설정기준에 준거해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했다고 밝혔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에서는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필수유지업무 확대하고, 근로자 지명절차 확보하라”

경영계는 근로자 지명절차에 대한 구체적 기준 명시와 필수유지업무 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정거장 승차 업무와 설비유지 및 정보시스템 업무, 항공화물의 화물탑재 및 하역업무, 입원환자 치료업무와 X-ray 촬영 등 방사선 업무, 분만시 신생아 진료 등도 필수유지업무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미국은 상하수도, 전력·가스·공항 등의 부문에서, 영국은 가스·수도·전기사업장에서 파업 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도 국영·공기업 종사자의 쟁의를 금지하고 있다”며 필수유지업무 범위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쟁의권 원천 봉쇄하는 필수유지업무 확대 지정 중단하라”

한국노총은 정부의 필수공익사업장 관련 시행령이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며 시행령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철도 및 도시철도, 석유정제 및 공급, 항공, 우정사업 등의 업무는 민간 경쟁업체가 존재하며, 해당 사업의 공급독점성이 낮고 대체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필수유지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업무 전반을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하더라도 노사협정으로 파업시 업무유지율과 최소 배치 인원 등을 정할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에 대해서도 “업무 전체를 필수적으로 유지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했는데 어느 사용자가 ‘쟁의행위시 사업장의 인력을 정상 가동률 이하로 낮추는 교섭’에 응할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준 명확히 하고 신뢰 회복해야

노동부에서 발표한 노조법시행령 개정안은 필수유지업무를 지정하되 그 구체적 운용 방법은 노사협정으로 정하게 함으로써 분란의 여지를 남겨뒀다. 노사의 자율적 영역을 인정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노사 간 대립구도를 고려한다면 현 개정안의 가이드라인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고 해도 서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넓히려 한다면 노사 간 갈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은 노사 간의 깊은 갈등의 골이다. 입장차에 따른 의견차는 피할 수 없지만,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서로 자신들의 입장만 관철시키려는 행태가 문제다. ‘양보하면 지는 것’,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리게 된다’는 의식이 팽배한 탓에 ‘양보’와 ‘타협’은 좀처럼 끼어들지 못한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협력구도를 조성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고 상대의 도덕성을 훼손하는 일만은 삼가야 한다. 최소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경쟁구도를 조성하려는 노력만이라도 보인다면 더 이상 갈등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그들의 갈등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냉담한 반응도 차차 개선될 것이다.

김수희 기자 safe@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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