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수많은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 중 어느 한 가지만 선택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맞물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 ‘강요된 선택’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모성보호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아직까지 물음표로 남아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는 남녀고용평등과 관련된 여러 지표가 포함된다. 인적자본 활용 측면에서 남녀고용평등이 국가경쟁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강한 국가경쟁력을 보여주는 영미형 국가와 덴마크, 스웨덴 등은 여성 고용률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고용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 중 83개 기업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는 지난 5년간 9만3,820명에서 14만3,254명으로 5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남성 근로자가 47만9,845명에서 50만1,302명으로 4.5% 증가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20대의 경우, 여성 취업률은 60%에 육박해 조만간 남성 취업률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국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증가하다가 결혼·출산·육아가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시기인 30대에 급격히 감소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여성의 경제활동과 출산·육아를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여성들의 부담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일례로 노동부가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출산여성 신규고용촉진장려금(엄마채용장려금) 제도는 70억 원의 예산 중 980만 원만 지급(9월말 기준)돼 0.14%라는 저조한 집행률을 보였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도 역시 현실과의 괴리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 분위기 때문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뿐더러, 설사 사용할 수 있다 해도 같은 직장으로 복귀하는 데는 여러 가지 문제가 따른다.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업무를 담당했던 김○○씨(27)도 올해 1월, 3개월의 출산휴가를 사용한 뒤 곧바로 사직했다. 김 씨는 “직장 분위기상 육아휴직제도는 사용할 엄두도 못 냈다”며 “그나마 3개월의 출산휴가는 출산과 육아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일을 계속 하고 싶어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할 수 없이 전업주부로 전향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강조된다.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 여성의 역할로 굳어진 육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사내 보육시설, 탄력근무제·재택근무제 도입 등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자아실현은 물론,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인력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여성의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일이 없도록 의식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김수희 기자 safe@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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