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노동시장 양극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자리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 서비스업종의 경우 일자리 2개 중 1개가 ‘하위 일자리’이고, 1993년 50%였던 중간일자리 비율도 2006년 41%로 감소했다. 너도나도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괜찮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취업포털에서 삼성을 비롯해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주요 대기업 그룹사들의 하반기 채용계획을 살펴본 결과, 10개 그룹에서 총 9,460명을 뽑을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6.3% 감소한 수치다.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가 감소한 것이다.
구직자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학력 인플레가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는 더 부족해졌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이 양극화되면서 기존 일자리의 질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일할수록 임금 낮아지고
해고 위협에 시달리기까지

서울시 13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186명의 용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근로여건은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사업소에서 일하는 계량기 검침원의 경우 외주용역 첫 해인 2000년 당시 월급은 165만 원이었으나 지금은 116만 원으로 30%가량 감소했다. 임금은 매년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손전등, 꼬챙이 등 업무상 필요한 물품 구입비를 비롯해 교통비, 통신비, 과징금까지 근로자가 부담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용역업체 노동자들 대부분은 구체적인 내용도 모른 채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요구해야 임금명세서를 발급해준다고 대답한 비율도 17%나 됐다. 최근 해고위협을 받아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23.2%가 ‘그렇다’고 대답해 심각한 고용불안정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질보다 양? 질도 높여라!

정부가 복지와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추진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노인돌보미, 중증장애인활동보조, 산모·신생아도우미 등의 분야에서 7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의 평균 월급은 62만 원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일정하지 않아 ‘일자리’라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일자리는 많아지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각 진영의 후보들이 앞다퉈 일자리 관련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자리의 양과 질이 반비례 그래프를 그리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정책이 ‘보여주기’에 치중해 노동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시간 안에 성과를 겉으로 드러내기에는 질을 높이는 것보다 양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과 분배를 모두 고려해야 할 때다.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 결국 국가 전체가 침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면 먼저 정부가 기업과 노동자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중재인’ 역할을 보다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다가오는 2008년에는 부디 얕은 수치놀음이 아닌 내실 있는 노동정책이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김수희 기자 safe@safe119news.com

safe119  

<저작권자 © 주식회사 한국안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