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4일은 젊은 소방관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홍제동 다가구주택 화재 참사가 5주기를 맞는 날이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 이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죽음을 기리기 위해 서울 은평(과거 서부)소방서 앞에 세워진 동판 부조물과 남은 가족뿐이다.

2001년 일어난 홍제동 사고 이후 이들의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세워진 동판 부조물이 정부가 아닌 숨진 소방관의 가족들이 돈을 모아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당시 여러 매스컴을 통해 부조물이 비춰지고 그들의 죽음을 기리는 몇몇 행사가 진행됐지만 이제 이곳을 찾는 이도, 그들을 기억하는 것, 고통을 감수하는 것도 모두 유가족만의 일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차원의 공식 메모리얼 추모행사가 없다. 기껏해야 장례식을 치러주는 것뿐이며, 보상금과 연금이 유가족에게 돌아가면 그것으로 모든 정부의 역할은 끝난다.
김종태 ‘대한민국 순직소방관 추모위원회’ 사무처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소방공무원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경찰, 군인과는 달리 일반묘역에 안장된다. 보상금 또한 넉넉지 않아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채 씻기도 전에 산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직종인 소방관은 일반 공무원에 비해 급여 2호봉을 올려 받는 것 외에는 혜택이 없다. 게다가 순직 소방관의 경우 대부분 하위직급이라 보상금이 적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유공자 해택이라고 해서 정부가 많은 것을 지원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유공자 혜택 중 쓸만한 것은 학비면제뿐이라고 유가족들은 입을 모았다. “비행기 탑승 시 1명당 10% 할인을 해주겠다는 조항이 있는데, 우리 같은 서민이 평생을 살며 비행기를 몇 번이나 타보겠냐”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버스나 기차는 전혀 할인을 안 해준다”며 누구를 위한 혜택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정부가 장례식에서 보상금, 심리적 치료까지…

김 사무처장은 “외국과 같이 멋진 추모공원은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남은 유가족에게 국가가 그들의 죽음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은 보여줘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현직 소방관의 복지는 물론 순직 후 소방관에 대한 지원책 또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체계적이고 안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 소방관들의 직업만족도는 95%에 달하며, 보통 700~800명을 선발하는 직업소방관 시험에 8,000 ~ 9,000명이 몰려드는 현상을 종합해봤을 때 소방관이란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2년 의회가 만든 전국순직소방관재단(NFFF)은 정부 보조금과 개인, 사회단체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기념주간을 정해 전국적인 순직 소방관 추모를 주도한다.
미국 또한 메릴랜드주 에미츠버그의 전국소방학교 캠퍼스에는 1981년 건설된 뒤 지난 1990년 국립기념관으로 격상된 전국순직소방관기념관이 있다. 이곳에는 소방관들의 상징인 청동 ‘몰타 십자가’와 꺼지지 않는 불꽃, 순직소방관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유가족에 대한 보장도 정부가 책임지는데, 순직자 발생 시 해당부서 직원이 급파돼 유가족에게 국가의 지원책을 상세히 설명하고 각종 서류 작성을 돕는다. 장례절차가 끝나면 순직 일시 지급금(one-time deathbenefits)과 유가족 장학금이 지급된다. 이는 고정적인 금액이 아닌 매년 10월 1일 전국 소방관 추모기관에 맞춰 물가를 반영해 지급된다.
이외에도 NFFF는 ‘소방 유가족 네이트워크’를 운영, 외상후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상처 극복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보상금과 연금은 순직자의 결혼 여부, 자녀 유무에 따라 차등적이다. 보상금은 통상 45개월 치 월급을 3번에 걸쳐 부인(1/3), 아이들(2/3)에게 차등 지급된다. 연금은 월급의 80% 정도로 부인 사망이나 재가시까지 지급된다. 이외에 정부가 유가족 심리 상담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민간단체들도 순직자 자녀들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06년 ‘위험직무 관련 순직 공무원 보상에 관한 특례법’이 발효되면서 순직자들에 대한 보상이 강화되고 있다. 첫 적용 대상은 故허재경 소방장이다. 순직처리 된 허소방장은 유족연금 70여만 원(20년차 미만으로 보수월액의 55% 적용)을 받았다. 과거에는 14년 3개월 근무한 경우 일시불 퇴직금이 적용됐다. 보상금은 공무원 평균보수 월액(2백6만 원적용)을 24개월 늘어난 60개월 치인 1억2천3백60만 원을 지급받게 된다. 또 국가보훈처 심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유공자 연금 74만 원도 추가된다. 이외에도 자녀 양육비 16만5천 원, 부인 부과연금 3만 원, 생활조정수당이 8~19만 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1억2천만 원을 은행이자로 따져 환산하면 매월 약 2백 30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특례법실시 이전의 순직 유가족들은 변경된 법안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1년 순직한 구용모 소방위(22년 근무) 유가족은 일시보상금 6천만 원에 유공자연금 93만 원, 유족연금 70만 원을 받고 있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유가족들은 “혜택을 받는 분들도 다 같은 가족을 잃으신 분들이기에 잘 된 일이긴 하지만, 가끔 답답하고 서운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방관계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국가와 국민을 위에 힘쓰는 소방관이란 직업이 각광받아야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3D직종으로 불릴 정도로 그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보상을 위해서 뛰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죽음은 충분히 명예스럽기에 정부가 나서서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다.
성금을 모으고 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관심해지고 그 고통은 순전히 유가족에만 떠넘겨지는 사회풍토도가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글 | 차미경 기자 c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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