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증가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방범CCTV는 전국적으로 약 200만 여대.
작은 렌즈에 국민의 안위를 걸었지만 최근 방범CCTV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율은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CCTV 자료의 자유로운 열람으로 인권침해의 요지가 대두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거듭나고 있다.

<사례>
‘강력범죄 제로화’를 모토로 범죄예방의 효과를 높이고자 지난 2004년 서울시 강남구는 구 전역에 412대의 방범 CCTV를 설치했다.
강남구에 설치된 CCTV는 360도 회전기능과 22배의 확대기능, 100m 감시반경, 그리고 실시간 수배자의 얼굴과 비교 및 대조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강남구에 설치된 CCTV가 초상권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근거 법률 제정을 권고한 바 있으며, 대한변호사협회 또한 법률적 미비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나 강남구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주장하며, 올 2월까지 100여대를 더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인권단체는 CCTV로 인한 초상권 및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CCTV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경찰청이 제작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CCTV 설치 이후 강남경찰서의 5대 범죄감소율(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은 서울시 범죄감소율의 절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CCTV 설치 직후인 2004년에는 5대범죄발생율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2005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해 반짝 효과만을 낳았다.

● 범죄예방 VS 인권침해
CCTV란 Closed Circuit Television의 약자로 폐회로텔레비젼이라고 부른다. 이는 교통법규 준수와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처음 설치됐다.
행정안전부의 ‘2008 공공기관 CCTV 설치/운영 현황’에 따르면 범죄예방에 51,682대, 교통 통제에 11,063대, 공항·기차 등 특수시설관리에 22,747대, 쓰레기투기방지에 2,458대 등 총 157,245대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통계와 함께 금융기관, 공장의 노동현장, 사무실, 공공도로 등 민간이 설치/운영하는 비공식 수치를 더하면 200만대가 넘을 것으로 경찰청은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방범 CCTV 카메라의 감시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정보인권의 다른 사안들과 달리, CCTV 설치는 ‘범죄로부터 안전할 권리’라는 또 하나의 인권문제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분분하다. 물론 지난 해 2월에 발생한 숭례문 방화사건의 범인이나 일산 초등생 납치사건의 범인은 CCTV에 잡힌 모습이 실마리가 돼 범인 검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센터는 범죄 예방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CCTV 설치 지역의 범죄율과 비설치 지역의 범죄율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우 CCTV를 설치한 지역은 범죄율이 줄었지만 영국 전체의 범죄율은 큰 변화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두고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이를 범죄의 ‘전이효과’로 “CCTV 설치는 외곽지역의 우범지역화와 계층 분열을 가속화 할 뿐”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범죄와는 무관한 일반 주민들과 행인의 사생활이 범죄예방과 수사를 목적으로 설치한 CCTV를 통해 고스란히 촬영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인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 확실한 법 규정 시급
지난 2월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에서 검토된 ‘공공기관 CCTV 관리실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CCTV의 64%가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는 안내판을 달지 않았고, 음성녹음기능이 있는 CCTV도 발견되는 등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렇게 얻은 CCTV 자료를 기록이나 승인 없이 타 기관에 제공해 이에 대한 법규 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유럽에서는 인권보호를 위해 OECD에서 지정한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8원칙(▲개인정보수집 시 고지 또는 동의의 원칙 ▲정보내용 정확성의 원칙 ▲목적 명확화의 원칙 ▲이용제한의 원칙 ▲안전성 확보의 원칙 ▲공개의 원칙 ▲개인의 접근성 보장 원칙 ▲책임의 원칙)’과  프라이버시 보호 법률 제정으로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힘쓰고 있으며, 캐나다, 미국, 호주, 일본 등에서도 법제정 중에 있다.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CCTV 설치로 인해 침해되는 개인정보에 대해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아직 이렇다 할 법규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프라이버시 보호 법률 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며, CCTV 설치 목적, 촬영 범위 등에 대한 규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CCTV가 어느새 개인의 정보를 유출하는 도구로 전락함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에 당국은 개인정보를 확실히 보호할 수 있는 특단의 CCTV 운영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글 | 장진희 기자 jjh7060@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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